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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땀 흘리는 지구, 스스로 냉찜질?

올 겨울 폭설과 한파 기상이변 속출 … 일부에선 미니 빙하기 도래 경고

  •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땀 흘리는 지구, 스스로 냉찜질?

땀 흘리는 지구, 스스로 냉찜질?
올 초 지구 북반구에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다. 1월5일 베이징 수은주는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앞선 4일 서울에는 눈이 25.8cm 쌓였다. 적설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1937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1969년 1월28일에 내린 25.6cm가 최대량이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날씨가 화창해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로 불리는 미국 플로리다 주도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플로리다 주에서 키우는 오렌지 나무 상당수가 냉해로 얼어 죽었다. 올해 플로리다 주의 오렌지 생산량은 3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 애틀랜틱 시는 영하 29도를 기록해 1958년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스타는 폭설로 운행 횟수를 줄였다. 노르웨이의 노로스는 영하 42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지구한랭화’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불과 한 달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 정상급 지도자 150여 명이 참석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게 무색할 정도다. 북반구를 강타한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04년 개봉된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빙하기가 찾아온 지구의 모습을 그린다. 영화는 빙하기 도래 원인을 해수 흐름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는다. 적도의 따뜻한 물은 극지방으로 흐른다. 극지에 있는 염도가 높은 물은 밀도가 커 심해로 가라앉은 채 적도로 흐른다. 해수의 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열 교환이 일어난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가고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는 대류 순환과 유사하다. 그런데 지구 기온이 올라 극지에 있는 빙하가 빠르게 녹는다면 어떻게 될까. ‘투모로우’의 설정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구한랭화’ 북반구 강타



우선 빙하가 녹은 물이 극지로 흘러든다. 담수가 유입되자 해수의 염도가 낮아진다. 염도가 희석된 탓에 밀도가 낮아진 물은 가라앉지 못한다. 해수의 순환이 정지한다. 열이 원활하게 교환되지 않는다. 지구가 얼어붙는다. 빙하기다. ‘투모로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북반구에 몰아쳤던 폭설과 한파의 원인이 이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National Oceanography Centre) 연구진은 2005년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57년 이후 고위도에 흘러든 물이 다시 저위도로 나오는 해수의 순환이 30% 약해졌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동부 플로리다 주에서 서아프리카에 이르는 북위 25도 지역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당시 연구진은 ‘미니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년 전 주장이 다시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멤버인 독일 키엘대 모지브 라티프 교수는 최근 “앞으로 20년 이상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서늘해지는 미니 빙하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티프 교수는 그 이유로 북대서양진동(NOA)의 변화를 들었다. NOA는 고위도와 중위도 지역의 기압이 서로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온난화로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그 반대급부로 한파와 폭설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1500년 동안 있었던 ‘소빙하기’를 연구한 결과 NOA의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2009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선 2003년 미국 국방부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 기관이 낸 ‘대규모 기후 변동을 가정한 안전보장 보고서’에 따르면, 해류 흐름의 변화로 2010년부터 북반구의 평균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해 2017년에는 8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빙하기설’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이보다는 이번 폭설과 한파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물이 잘 증발하고 대기 중 수증기 양도 늘어난다. 폭설과 폭우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북반구에서 폭설이 내릴 때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열흘 넘게 폭우가 계속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에선 폭우로 76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증기 양의 증가 외에도 약해진 제트기류가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제트기류는 지상 11km에 있는 대기권에서 부는 바람이다. 북극의 차가운 기운이 저위도까지 내려오는 것을 막는 일종의 ‘방어막’ 구실을 한다.

삶의 공간을 앗아가는 자연재해

하지만 올해 북극 지역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10도 높은 20도에 머물면서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졌다. 이 때문에 북극의 차가운 기운이 방어막을 뚫고 아시아·유럽·미주대륙에까지 내려와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상했고, 북상한 공기가 한기(寒氣)와 충돌하면서 폭설을 내리게 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설이 지구의 몸부림이란 지적도 나온다. 온난화로 땀 흘리는 지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폭설을 내리게 했다는 것. 눈은 하얗기 때문에 눈이 쌓이면 햇빛 반사율이 높아진다. 자연스레 대지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의 양도 크게 줄어 온난화를 더디게 한다.

지구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마치 침입한 병균을 물리치기 위해 면역세포가 움직이는 것처럼 일종의 면역체계가 발동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이아 이론은 1978년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자신의 저서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이 2007년에만 2000만명에 이른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2050년에는 그 수가 최대 10억명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소재로만 머물지 않는다. 현실이 돼 삶과 삶의 공간을 앗아가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 ‘바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에게 ‘투모로우(내일)’는 없을지 모른다.



주간동아 2010.02.02 722호 (p74~75)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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