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자원 네트워킹과 이해 조정능력 갖춰라!

미래 대한민국 자치단체장의 자격

  • 박해육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hypark@krila.re.kr

    입력2010-01-26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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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 네트워킹과 이해 조정능력 갖춰라!

    2008년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지역의 환경과 수준에 맞는 자질과 능력이 요구된다.

    1995년 민선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뽑은 지방선거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것이었다. 이후 1998, 2002, 2006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은 많은 변화를 경험했고 주민 위주의 행정 구현, 행정서비스 개선, 지역발전 및 참여의 제도화 등을 통해 지방자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여기에는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지방행정연구원이 2005년 민선자치 10년의 공과를 평가하기 위해 지방공무원, 교수(학자),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선 이후 자치단체장의 역량과 자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한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치단체장의 역량이 향상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자치단체장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각종 언론을 통해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치단체장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시민들은 자기 지역 자치단체장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선 5기 시대에 자치단체장은 어떤 개인적 특성 또는 역량을 갖춰야 할까. 어떤 특성을 지닌 자치단체장이 지역경제 및 지역사회의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까. 지역사회의 발전은 자치단체장의 자질보다 지역적, 제도적 여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리더십에 대한 시각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리더의 특성 및 상황에 대한 논쟁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학문적 접근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책가, 행정가, 정치가 다양한 역할 요구

    먼저 ‘특성적 접근(trait approach)’은 리더가 지닌 보편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기 위해 개인적 특성과 자질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다. 여기에서는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스토그딜(Stogdill) 같은 학자는 성취욕, 지속성, 통찰력, 진취성, 자신감, 책임감, 협동성, 참을성, 영향력, 사교성 등을 주요 특성으로 제시했다.

    반면 ‘상황적 접근(situational approach)’은 리더의 개인적 특성이나 자질보다 리더십이 행사되는 상황적 요인을 더 중시한다. 이 접근방법은 ‘상이한 상황은 상이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자치단체장 리더십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상황적 접근방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상황을 무시하고 자치단체장의 자질만 논하는 것은 리더십 연구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역할에 따라 필요한 역량과 특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현재 우리나라 자치단체장들은 정책가, 행정가, 정치가, 경영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가 역할에는 비전 제시, 행정수요 대응, 정책개발, 환경분석 능력 등이 요구된다. 행정가 역할에는 업무파악과 조직관리, 행정개혁,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정치가 역할을 수행하려면 협상, 조정, 정치적·경제적인 자원 동원, 대외교섭 및 주민통합 능력이 중요하다. 경영가 역할에는 경영능력 및 수완, 국제적 감각, 지역경제 지원과 현안 해결을 위한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자치단체장이 갖춰야 할 윤리성과 도덕성을 기본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후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부패 등으로 중도 하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1기 23명, 2기 59명, 3기 56명이나 됐다.

    지역의 환경과 수준 따라 선택기준 달라야

    2006년 출범한 민선 4기 자치단체장 중에서도 36명이 뇌물수수 등의 비리로 중도 하차했다. 행정안전부의 자료(2009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230개 시·군·구 단체장 중 15%가량인 36명이 뇌물수수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상실하거나(26명) 자진 사퇴했다(10명). 중도 하차로 인한 재·보궐선거 비용도 적지 않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다. 이러한 문제들이 민선 1기 이후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장들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은 어떤 것일까. 먼저 지역 주민의 공공복리에 대한 책임감과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자원 네트워킹 능력이다. 여기에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이를 조정·관리하고 지역의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종 재난과 재해, 안전사고의 위협으로부터 지역 주민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집행력도 중요하다.

    자치단체장이 전지전능하지 않은 이상 이 모든 자질과 역량을 겸비할 수는 없다. 지역의 환경과 수준에 따라 어떤 자질과 역량이 더 필요한지가 곧 자치단체장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하는 이유다.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그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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