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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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갑과 을’에서 ‘상생의 동반자’로

통신사·제조사·S/W 수직관계 깨진다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0-01-13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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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통행 ‘갑과 을’에서 ‘상생의 동반자’로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수직적 갑을관계가 수평적 상생관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휴대전화 쇼옴니아는 3세대 이동통신(WCDMA)은 물론 무선랜(Wi-Fi)과 와이브로(Wibro·무선 휴대인터넷)까지 이용해 서비스의 폭을 한 단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쇼옴니아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이다.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가 요구하면 제조사는 그 기능을 중심으로 제조하거나, 제조사가 만든 휴대전화를 통신사가 채택하는 기존의 철벽 관행을 깨고, 쇼옴니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주요 기능을 삼성전자와 KT가 공동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KT와 삼성전자가 쇼옴니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자리에서 담당자들은 가장 먼저 “서로의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관행 타파에 대한 의지가 쇼옴니아의 시작인 셈이다.

    절대적 영향력 행사했던 통신사

    지금까지 대형 통신사들이 ‘절대 갑’으로 군림한 것은 일본처럼 휴대전화 유통을 통신사 대리점이 맡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가입자가 많은 대형 통신사는 제조사의 물량을 쥐락펴락했다. 새 모델의 휴대전화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당연히 가입자가 많은 통신사가 먼저 이를 채택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라 할지라도 국내에서는 통신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휴대전화가 있어도 통신서비스는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의 스펙이 휴대전화 제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마다 다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 각 통신사용으로 만든 휴대전화는 호환이 어렵다. SK텔레콤 가입자용 휴대전화를 KT 가입자가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같은 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LG텔레콤과 KT의 서비스를 하나의 휴대전화로 이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했지만, 지금은 각자 제공하는 서비스 방식이 달라 이것도 쉽지 않다. WCDMA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USIM 카드만 바꾸면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긴 했으나, 이것도 사전에 등록돼 있어야만 가능하다. 여전히 휴대전화 새 모델은 특정 통신사에 맞춰 출시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통신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국내 통신사의 눈치만 살피다 보니 해외 휴대전화에는 장착된 핵심 기능이 국내 모델에는 빠져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초콜릿폰에는 외부 MP3 재생, 3.5파이 단자, GPS(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 무선랜 등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들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시된 뉴초콜릿폰에는 이런 기능들이 모두 빠져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내려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일 휴대전화에 GPS 기능이 있었다면 GPS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도 포함돼 중소 콘텐츠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조사에게 통신사의 요구가 절대적 기준이 되다 보니, 휴대전화 부품업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업체 A사는 휴대전화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하는 반도체를 만든다. 통신기술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이 기능이 채택되려면 휴대전화 제조사보다 통신사의 승인이 먼저 떨어져야 한다. 이런 연유로 A사는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 영업을 동시에 뛰어야 했다.

    스마트폰의 개방성, 상생 패러다임 촉발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한 미국 부품업체 B사의 임원은 “미국도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맞춤형 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 종류까지 정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의 경우, 통신사와의 관계는 더욱 수직적이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망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시기에는 통신사의 채택이 해당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통신사와 제조사 중심의 폐쇄된 시장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폐쇄를 전제로 하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는 개방성이 핵심인 스마트폰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와 제조기술을 융합해 고객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을 내놓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시대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휴대전화 구매의 기준을 브랜드, 디자인, 성능에 두었다. 여기에 통신사 부가서비스와 보조금이 선택을 좌우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혁명으로 그 기준은 유저인터페이스(UI)와 운영체계(OS)로 옮겨갔다. 즉,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휴대전화 시장의 승부를 가르게 됐다.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아이폰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에 불을 질렀다. 애플은 개발자를 우대하는 전략을 내세움으로써 통신시장을 뒤흔들며 한순간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했다. 통신사가 가장 상위에 존재하고 휴대전화 제조사와 콘텐츠 공급자(또는 소프트웨어 공급자)가 아래에 있는 수직적 구조의 모바일 생태계도 재편되기 시작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애플이 단말기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는 현 상황에서 통신사의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 제조사의 단말기 제조 능력이 결합된 휴대전화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서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개방성’ ‘상생’을 화두로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폐쇄된 플랫폼을 벗어던지고 다양한 운영체계를 채택할 전망이다. 그 결과 2010년 한 해는 쇼옴니아, 안드로이드폰 같은 통신사와 제조사의 합작품이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선보일 스마트폰 15종 중 최대 14종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올해 스마트폰의 절반을 안드로이드폰으로 계획하고 있다. KT는 20여 종 가운데 최소 6종, LG텔레콤은 2~3종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내놓는다. 올해 삼성전자는 2009년의 2배 이상인 40여 종의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사용이 편리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능이 강화된 20여 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하지만 통신사와 제조사가 협력해 뛰어난 성능의 스마트폰을 내놓는다고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아이폰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AT·T는 KT처럼 아이폰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아이폰 출시 이후 매년 50배씩 증가하는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신망을 늘리지 못해 2009년 12월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 끊김이나 문자·음성 메시지 전송 지연 등 통신서비스가 불안해졌다. 무선인터넷이 중단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뒤따라오는 것은 소비자의 원성이었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AT·T는 아이폰용 무선인터넷 요금을 인상해 무선인터넷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 “앱스토어 펀드 조성, 개발자 우대”

    한 통신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신사와 제조사 이외에도 콘텐츠(애플리케이션) 공급자, 솔루션 공급자를 포함한 진정한 상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음지에서 설움을 겪어온 수많은 콘텐츠 개발자들이 당당한 모바일 생태계 구성원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앱스토어의 성장에 힘입어 개발자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에서 자사 제품을 위한 앱스토어 및 개발자 지원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여, 앱스토어를 통한 고객 유치를 위해 개발자는 물론, 콘텐츠를 포함한 애플리케이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009년 9월 ‘T스토어’를 오픈했다. T스토어는 스마트폰 외에 일반 휴대전화도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폰을 중심으로 확대 운영될 계획이다. KT는 2009년 12월에 ‘쇼앱스토어’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쇼앱스토어는 무선랜과 와이브로망 개방을 장점으로 내세워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고객 유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LG텔레콤도 통신 3사의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체 앱스토어를 내놓을 방침이다.

    2009년부터 ‘앱스토어 펀드’를 조성해 개발자 지원 및 투자 육성에 나선다는 내용의 설명회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갑을관계를 넘어 동반자로, 조용한 혁명이 이동통신 산업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휴대전화와 통신기술

    음성 디지털 단말기→통신사→단말기로 전달


    일방통행 ‘갑과 을’에서 ‘상생의 동반자’로

    TV 방송과 달리 휴대전화를 이용하려면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휴대전화는 TV와 다르게 번거로운 점이 많다. 수신기와 안테나만 구매하면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데 비해, 휴대전화는 한 가지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것.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를 바꾸면 휴대전화까지 바꿔야 한다. 통신서비스를 중단하면 휴대전화는 저장된 게임 몇 개 정도만 구동되는 그다지 쓸모없는 단말기가 된다.

    이는 통신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TV의 경우, 방송국에서 전파로 방송신호를 압축해 보내면 그 신호를 풀어 화면에 보여준다. 통신서비스도 비슷하다. A가 B에 전화를 걸면, A의 음성신호는 디지털로 압축돼 전파를 타고 통신사에 보내진다. 통신사는 이 신호를 B의 휴대전화에 보내주고, B의 휴대전화는 이 신호를 풀어 사용자에게 음성으로 전달한다. 다만 TV 방송은 수신기가 있는 사람은 모두 시청 가능하고 단방향인 데 비해, 통신서비스는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단말기끼리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통신사는 음성뿐 아니라 무선인터넷망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연결하면 통신사의 망에 접속하는 것이 된다.

    휴대전화는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변조하고 압축해 전송한다. 또한 전송된 신호를 복조해 다시 음성으로 들려주는 구실을 한다. 통신사는 전국 곳곳에 기지국을 세워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도록 한다.

    휴대전화 제조사는 이 신호를 변·복조할 수 있는 반도체,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 등을 장착해 단말기를 만든다. 여기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도 내장한다. 개인용 컴퓨터(PC)와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운영체계(OS)를 설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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