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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나 14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미수다’ 출연 일본 미녀 리에·후사코 씨 “정 많고 화끈한 한국 남자랑 결혼할 거예요”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화장을 잘해서 예쁜 거예요.” ‘미녀들의 수다’의 꽃 후사코(왼쪽) 씨와 리에 씨.

한국과 일본을 두루 경험한 젊은 일본 여성들이 보는 한국과 일본은 어떨까. 정치나 사회, 역사적 이슈에 민감한 기성세대보다는 좀더 솔직하게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KBS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아키바 리에(22) 씨와 도키와 후사코(28) 씨를 만났다. 리에 씨는 니혼대(마케팅 전공)를 휴학하고 한국에 건너온 후 ‘미수다’에 출연해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최근엔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며 전천후 외국인 예능스타로 사랑받고 있다. 후사코 씨는 후쿠오카 출신으로 충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2009년 8월부터 ‘미수다’에 출연, 귀여운 외모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두 미녀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보고 느낀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가치관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때로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한국 문화나 사고방식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마지막엔 “꼭 한국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이면서. 인터뷰는 다소 무거운 질문부터 시작했다. 역동적인 한국에선 정치, 사회 분야에서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방송이나 신문으로 24시간 보도되는 게 현실.

리에 : 한국 젊은이들은 대통령이 바뀌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 젊은이들은 이런 데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죠. 일본 사람들은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몰라요.

후사코 : 일본 사람들은 정치 얘기를 잘 안 해요. 제가 서른 살 가까이 됐는데도 지금까지 투표 한 번 한 적이 없어요. 한국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국민적으로 반응하는 게 신기해요. 일본은 매스컴에서 보도는 하지만, 일반 국민은 별로 반응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독도, 역사교과서, 일본해 표기 문제 등에 한국 국민이 격하게 반응할 때 한국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어떤 심정인가요.



리에 : (매우 민감해하며) 사실 1945년 8월15일에 끝난 전쟁이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어요. 일본인으로선 (패전했으니)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밉지도 않아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들이 제게 독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때마다 거꾸로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물어봐요. 다른 뜻은 없고,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만 갖고 말하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독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는데 한국이 먼저 찾았더라고요. 그런데 독도가 어느 나라 소유인지 단정하진 못하겠어요. 먼저 찾은 건 한국인인데 이름을 지은 건 일본인이라.

후사코 :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길을 가다가도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욕을 듣는 경우가 있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죠. 일본 젊은이들은 독도 문제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아요. 대부분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의식은 해야겠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마음만 답답해요. 두 나라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상호 발전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일본과 생활수준이나 물가를 비교하면.

리에 : (일본과) 비슷해요. 도쿄와 비교하면 교통비 빼고는 물가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택시를 타면 “여기가 서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일본 택시비는 너무 비싸요. 그래서 전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려고 막차 시간에 사람들이 전철역으로 많이 몰리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란 일은?

리에 : 물건 값을 깎을 수 있고, 반찬이 추가 요금을 안 내도 계속 나오고, 지하철에서 아주머니들이 “어디서 왔니?” 하며 말 걸어주는 것 등 너무나 많죠. 아주머니들이 반말을 하시면서도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후사코 : 저도 지하철에서 아주머니들이 말 걸어주시는 게 인상 깊었어요. 외국인인데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리에 : 제가 혼자 살게 된 나라가 ‘한국’이라 좋아요. 친구들도 “밥 먹었어?” 하고 자주 물어보는데, 한국 사람들은 참 정이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선 사람 덕분에 외로움을 못 느껴요. 일본에 가면 답답해요.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시 악성 리플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은 없나요.

후사코 : ‘미수다’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악플이 달렸어요. 동안(童顔)이 아닌데도 방송에서 동안이라며 띄워준다고 쓴 글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그 후로는 인터넷 기사는 보지 않아요.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썼다는 것을 보고 놀랐죠. 일본은 인터넷 실명제이고, 악플이 달리는 사이트도 별로 없어요.

리에 :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일본에서는 심한 악플을 달면 경찰에 잡혀가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엄격한 법이 없어서 그런지, 인터넷에 글 쓰는 것이 너무 자유로운 것 같아요. 자기 글에 책임을 느끼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대학 문화는 어떤 것 같아요.

리에 : 한국 대학생들은 왜 이렇게 휴학을 많이 하죠? 일본 대학은 휴학하더라도 학비의 절반을 내야 하거든요. 일본은 외국 유학 같은 분명한 목적이 있는데, 한국 대학생들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후사코 : 도서관에 사람이 많은 게 놀라워요. 한국 대학은 시험 때만 되면 자리가 없지만 일본 대학 도서관엔 자리가 늘 넉넉해요. 일본 대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책을 보러 가는 곳이지 공부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일본 대학생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 ‘알바’를 많이 해요. 그러면서도 휴학 안 하고 제때 졸업해요.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연애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리에 : 일본 연인들도 전화를 하긴 하지만 한국 커플처럼 밤낮으로 이렇게 많이 하진 않아요. 기념일도 별로 안 챙기는 편이죠. 100일 챙기는 건 한국에서 처음 봤어요. 꽃다발 준비하고 케이크 주는 문화가 일본엔 없죠.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때나 케이크를 주고받아요.

후사코 : 한국 연인들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스킨십을 많이 해요.(크게 웃음) 카페에서 붙어 앉아 서로 먹여주고 하는 광경에 놀랐어요. 친구를 앞에 두고 연인끼리 손잡고 있는 것도 충격이었어요(여기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애정 표현을 더 과감히 한다는 얘긴가요.

리에 : 일본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한두 번만 (사랑 표현을) 하면 되는 줄로 아는 것 같아요. 너무 안 해요. 사랑 표현을 자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후사코 : 일본 남자 중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 한 번도 안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국 남자가 오히려 애교가 많고 귀여워요.

혹시 혈액형을 따지나요?

리에 : 많이 따져요. 저는 100% 믿어요. 일본에서의 환상 궁합은 남자 A형-여자 O형, 아니면 둘 다 O형이에요.

한국에서 A형은 소심한 성격의 전형으로 통하는데.

리에 : 심하게 깔끔하고 꼼꼼하죠. 하지만 A형과 O형이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O형끼리는 비슷해서 좋아요. 전 O형이에요.(웃음)

후사코 : 저도 공감해요. 궁합도 많이 보고 책도 읽는데, 개인적으로 결혼할 때까지 그걸 따지지는 않는 듯해요.

결혼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한국처럼 남자가 집 장만하고 여자가 혼수 준비하나요.

리에 : 일본은 (결혼) 준비 거의 안 해요. 집은 결혼하고 나서 둘이 알아서 구하고, 약혼식도 없고 결혼도 같이 준비해요. 한국처럼 남자가 준비된 후에 결혼하는 것은 아니죠. 같이 고생하자는 생각을 해요.

후사코 : 일본은 예물, 예단 같은 게 없어요. 둘이 같이 고생해서 돈 모아서 살림을 꾸려가는 거죠.

일본에서도 요즘 이혼을 많이 하나요.

리에 : : 한국보다는 많지 않아요. 제가 강남에 살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여자들은 남자들의 능력을 너무 중시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능력만 보고 산다면 오래 못 가지 않을까 싶어요.

후사코 : 일본에서는 어린 나이-스무 살쯤-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뒤에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싱글맘’이 많다 보니 관련 법도 생겼죠.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요.

리에 : 한국 드라마엔 슬픈 장르가 많아요. 주인공이 기억상실에도 많이 걸리고…. 한국 사람들은 감정이 풍부한 것 같아요. 한국 영화도 참 좋죠.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전쟁과 액션 영화를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후사코 : 일본 드라마는 직장, 학교 등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주제를 많이 다루는데 한국은 인생, 사랑 등 주제가 진지한 편이에요. 그래서 일본 아줌마 팬이 많이 생긴 듯해요.

“맹목적 경쟁 말고 따뜻하게 봐주세요”
일본 여성들은 왜 이병헌, 송승헌, 배용준 등 한국 남자배우에 열광할까요.

리에 : (한국 남자배우들은) 슬프거나 기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남자가 우는 것을 별로 안 좋게 생각해요. 그래서 (여자들처럼) 펑펑 우는 남자 연기는 거의 없어요. 표현을 다 안 하고, 속에 감춰진 듯한 연기를 하죠. 한국 배우들은 겉으로 드러나게 연기를 해요. 또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면도 좋아요. 일본은 아내가 남편을 챙기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남편이 아내를 챙기잖아요. 한류 스타들은 팬들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래서 일본 여성들이 이들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 음식은 어떤가요.

리에 : 일본 음식이 생각 안 날 정도로 맛있어요. 매운 음식에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김치, 라면, 삼겹살을 특히 좋아해요. 일본에서 김치찌개를 끓여먹은 적도 있어요. 그래도 조금 덜 맵게 만들면 일본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선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해요. 일본을 ‘숙적’이라고 표현하면서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리에 : 당연히 경쟁하는 건 좋죠. 그런데 일본 사람들에겐 ‘우리가 꼭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은 별로 없어요. 한국인들의 애국심은 높이 평가해요. 그러나 맹목적인 건 경계해야 한다고 봐요. 다른 나라처럼 일본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후사코 : 8년 전 한국에 왔을 때보다는 한일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편해진 것 같고요. 한국인의 마음이 세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편하게, 한국 술도 좋아하나요.

리에 : 한국에 와서 술을 제대로 배웠어요.(웃음)

후사코 : 폭탄주는 못 마시는데 막걸리를 사이다랑 섞어서 가끔 마셔요.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54~56)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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