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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나 06 치안 & 복지

한국인들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

2008년 25만건 발생, 일본의 4배 … 범죄의 광역화·흉포화는 공통의 고민

한국인들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

한국인들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피해자 시신 발굴 현장.

치안

한국 고소사건 일본의 100배 … 취중 폭행사건도 많아

탄탄한 범죄 대책과 치안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다. 이 점에서 보면, 그간 한일 두 나라는 G20 국가 중에선 안정된 치안 수준을 자랑해왔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지표인 범죄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검거율은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강력범죄의 지표가 되는 살인사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률이 일본은 1.1건이고 우리나라는 2.2건으로 미국 5.7건, 프랑스 3.2건, 독일 3.0건, 영국 2.6건보다 낮다.

살인, 강·절도, 성범죄 등 주요 범죄발생률에서도 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가 1만 건을 넘는 미국이나 6000건을 웃도는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한일 양국은 2000건 이하라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검거율에서는 살인사건의 경우 영국이 약 60%, 미국이 80%, 프랑스가 90%인 데 비해 일본은 96%, 한국은 98%의 높은 수치를 보인다. 간혹 불상사가 벌어지긴 하지만, 대체로 서울이나 도쿄 시내에선 여자 혼자 밤거리를 다닐 수 있다는 자랑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범죄지표로 뒷받침된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치안상태를 보여주는 범죄지표는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유사한 면이 있지만, 양국의 발생 범죄를 유형별로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폭행·사기·횡령·배임, 일본보다 월등

한국은 일본보다 폭행사건의 발생 빈도가 매우 높고,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침해와 관련된 고소사건도 월등히 많다. 2008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폭행사건이 25만 건에 육박하지만, 일본은 6만여 건에 그쳤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가 붙는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은 2002~08년 7년간 평균 주취범죄 비율이 전체 범죄의 22.5%, 폭력범죄의 39.0%, 공무집행방해사범의 52.9%를 차지했다. 이는 잘못된 음주문화, 그리고 주취 상태의 범죄를 실수로 관대하게 대하는 그릇된 사회 인식이나 사법부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고소사건은 한국이 매년 30만~50만 건을 넘나드는 반면 일본은 1만 건 정도에 그친다. 인구수를 감안해도 일본의 100배가 넘는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선 민사적 시비를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우리 특유의 법문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법 실무적으로 보면 일본의 경우 고소인이 범죄의 증거를 명백히 제시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에서 고소사건 접수 자체를 반려한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한일 양국의 객관적 범죄지표는 다른 나라들보다 안정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최근 양국에선 범죄발생률 증가 및 검거율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범죄의 광역화·기동화·흉포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도 급격히 늘고,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고, 마약류 불법거래나 자금세탁 등의 조직범죄도 확대 양상을 보인다. 소년 범죄의 수적·질적 변화, 그리고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자범죄 문제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08년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주된 불안요인으로 범죄발생(18.3%)이 경제적 위험(15.4%), 환경오염(13.5%), 국가 안보(10.5%)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요인이 22.1%로 평균보다 높았다. 10년 후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는 응답도 54.1%에 달해 안전할 것이라는 응답(19.2%)보다 훨씬 높았다.

일본 역시 유엔의 주도 아래 법무성이 4년마다 실시하는 국제범죄피해실태조사(ICVS)에서 불법침입 범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47.3%에 달했고, 전체적으로 치안에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이러한 치안상황 악화에 맞서 2003년 총리를 장으로, 모든 각료를 구성원으로 한 ‘범죄대책각료회의’를 발족했다. ‘범죄에 강한 일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경찰을 비롯한 행정 각부를 망라해 범국가적으로 범죄에 대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 총정원 삭감에도 경찰만큼은 2만명 이상이나 증원됐다.

한국도 일본처럼 ‘범죄에 안전한 세계 일류국 만들기’를 향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다루기를 소망해본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leedh7@hotmail.com

한국인들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

1 다문화가족지원 분야에선 일본이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09년 7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한승수 당시 총리가 이주 여성들을 격려하고 있다. 2 일본 도야마시 복지시설인 알펜하이츠에서 한 노인이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이용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복지

日 신중하고도 오랜 정책 연구·심의 … 韓 신속한 대안 마련이 장점

일본의 사회복지제도는 일본 고유의 모델이기보다 유럽이나 미국 모델이 적용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1980년대부터 일본은 독자적인 일본형 사회복지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시도했다.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일본은 일찍부터 이 현상을 예측하고 대책을 수립했다.

일본은 사회복지제도를 제정, 시행하는 단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외국의 사례를 도입하는 과정에선 답답하다고 여겨질 만큼 장기간 사전 검토작업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것은 주요 제도의 ‘보완재’로 활용된다. 2000년에 시작된 ‘개호보험법’(이와 유사한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9년 5월 관련법 제정)이 단적인 예다. 당시 일본은 개호보험법제도를 제정하면서 후생노동성 내 개호보험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오랜 기간 세부 연구주제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이렇게 등장한 개호보험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될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4대 사회보험(건강, 연금, 산재, 실업)에 그대로 편입됐다. 개호보험은 1995년 독일이 시행한 ‘수발보험제도’를 모델로 한 것이지만, 영국의 로버트 핀커 교수가 ‘영국이 일본에서 배울 사회복지 모델은 개호보험제도’라고 할 만큼 일본의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지역사회복지계획’은 ‘캐비닛 보고서’로 전락

일본은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호보험제 외에 아동, 장애인, 생활보호 대상자 등 주요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 제도들은 중앙정부인 후생노동성에서 통제해 관리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였다. 다만 약 20년 전부터 다문화 등 일부 복지정책 제정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해왔다.

한국은 이와 비교된다. 한국도 고령화사회 대비 차원에서 2009년 5월부터 일본의 개호보험제도와 유사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 개호보험 대상을 6단계로 나누지만 우리는 3단계에 불과하다. 재정의 벽에 부딪혀 본래 취지와는 다른 형식적인 제도로 전락한 셈이다. 전체적으로 노인인구의 현실과 재정 부담을 감안한 세부 연구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2010년부터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제2기(2011~14년) 지역사회복지계획(사회복지법에 따라 주민의 복지 요구를 파악해 이를 과제로 설정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해결하는 중장기적 계획) 수립 과정도 일본과 비교하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계획을 세울 때 필수적인 주민들의 요구 조사부터 허술하다. 대개 6개월~1년에 모든 조사가 이뤄진다. 각 지자체의 제1기 지역사회복지계획 보고서들이 대부분 전시용 ‘캐비닛 보고서’로 전락한 것만 봐도 그렇다.

국고보조 사업의 지방 이양이라는 명목으로 지자체에 넘어간 사회복지재정 권한도 일본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중앙정부에서 통제해야 할 권한들이 지자체로 이관돼 오히려 지역 간 편차만 두드러지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절대 빈곤층에 대한 복지사업 관련 권한을 갖고 있지만, 바로 위 계층인 저소득층 지원사업은 지자체장의 권한에 따라 지역별로 예산의 확정과 집행의 차이가 벌어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사회복지 분야 학자들은 2008년 3월 한국에서 제정돼 시행 중인 다문화가족지원법에 큰 관심을 나타낸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민자, 새 국적 취득자 등 다문화 가족에 대해 생활 정보, 다국어 서비스, 교육, 산전·산후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모든 권한을 갖고 운영하는 일본의 다문화 관련 제도와는 규모나 제도 운영 면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필자는 2009년 1월 일본의 다문화 관련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미노가모시를 방문했을 때 시 담당과장에게서 “일본 학자들이 일본의 다문화 정책을 위해 앞으로 벤치마킹할 나라로 유럽에선 이탈리아, 아시아에선 한국을 꼽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복지정책 수립과 운영 기조를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 한다면 한국은 신속한 대안을 산출해내는 것에 익숙하다 할 수 있다.

김범수 평택대 사회복지대학원장·사회복지학과 교수 bumsk@ptu.ac.kr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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