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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나 03 경제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조선·반도체·LCD는 한국 우세, 자동차·IT·철강은 난형난제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자동차

생산대수는 일본이 월등 … 디자인·가격경쟁력은 한국이 앞서

2008년 자동차 생산대수 순위를 보면 일본이 1156만대로 세계 1위이고 한국은 383만대로 5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의 증가 속도를 비교해보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1967년 7000대에 불과하던 한국의 생산대수는 2008년 383만대로 무려 547배가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일본은 315만대에서 1156만대로 3.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76년 한국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1000대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285만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371만대에서 655만대로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절대 대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 빠른 속도로 일본을 뒤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본 추격은 생산, 수출 같은 양적인 측면보다 품질, 기술, 디자인 등 질적인 측면에서 더욱 거세다. 먼저 2004년 초기품질지수에서 현대자동차는 결점 수 102를 기록하면서 산업평균(119)은 물론 BMW(116), 포드(127), 폭스바겐(141) 등 세계적 기업들보다 결점 수가 적었다. 결점 수 101개로 1위를 한 도요타와도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지구가 평평하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표현을 써가며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엔진 부문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타우엔진이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10대 최고 엔진’에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올라, 한국의 엔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았다. 또한 기아 ‘쏘울’(위 사진)이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레드 닷 디자인상’을 받았고, 기아의 유럽 전략형 소형 다목적 차량인 ‘벤가’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차는 소프트웨어 부문인 디자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친환경 기술에서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걸음은 주목할 만하다. 2009년 7월 LPG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전기차 및 연료전지차 개발 등에서도 일본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개발 일정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 일본 자동차산업보다 선제적으로 진출해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종합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양적인 측면에서 다소 뒤졌을 뿐 친환경 기술을 포함한 질적인 측면에서 일본차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가격경쟁력과 신흥국 진출에서는 일본을 능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seribok@seri.org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포스코는 일본이 중도 포기한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앞선 기술력을 자랑했다.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철강

종합경쟁력에서는 일본 추월, 생산량은 절반 수준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조금씩 기반을 갖춰나가던 1960년대에 일본은 이미 세계적 철강 강국이었다. 당시 일본은 최첨단 철강기술인 연속주조 및 산소전로제강 기술을 도입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철강국으로 부상했다. 규모 면에서는 미국과 소련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경쟁력, 기술력 등에서는 ‘실질적인 1인자’였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철강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기 전까지 일본은 약 40년간 양적, 질적으로 세계 철강산업을 주도했다.

일본이 고속성장을 시작하던 1960년대에 우리 철강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1970년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겨우 50만t으로 일본의 200분의 1 수준이었고, 세계 철강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에 그쳤다. 그러나 2차 오일쇼크와 경기침체 등으로 일본 철강산업은 1980년대 이후 거의 성장이 정체된 데 비해, 한국은 최근까지 양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제는 일본을 바짝 따라붙었다.

지난해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5362만t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 앞으로도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조선 같은 수출산업과는 달리 중간소재로서 내수산업의 성격이 강한 철강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가 단위에서 우리 철강산업이 양적으로 일본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기업 단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와 일본 철강산업의 자존심 신일본제철을 비교해보면 여러 면에서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에 앞서 있다. 규모에서는 신일본제철이 약간 앞서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양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같은 경영성과 면에서는 포스코가 압도적 우위에 있고, 경쟁력에서도 포스코가 훨씬 우수하다는 게 객관적 평가. 철강사들의 종합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 철강전문연구기관 WSD에 따르면, 포스코는 순위 발표가 시작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1∼2위를 유지해온 반면 신일본제철은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기술력에서는 일본이 아직 세계 최고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한국도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우리 철강업계는 외국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 조업·공정기술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고, 출선비와 원료비 등 일부 기술에서는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파이넥스(가루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 형태로 구워주는 등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신기술), 스트립 캐스팅(쇳물에서 바로 두께 2~4mm의 얇은 강판을 만들어 냉각과 가열 과정을 생략하는 신기술) 등 차세대 공정기술 개발에서도 선도적 위치에 있다. 특히 100년 넘은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기술인 파이넥스를 일본이 중도에 개발을 포기한 가운데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포스코가 기술력에서도 한발 앞섰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 철강산업이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일본과 기술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좋은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일본을 빨리 따라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실패 위험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졌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면승부를 펼쳐 진정한 실력을 가려야 할 때다. 그만큼 우리 고유의 기술개발력 배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전략연구실장 smtak@posri.re.kr

Tips

연속주조 및 산소전로제강

철강제품을 만들려면 액체 상태의 쇳물을 틀에 부어 고체로 굳히는 주조 과정을 거치는데, 연속주조는 이 작업을 중단 없이 처리함으로써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기술이다. 산소전로제강은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에서 99.5% 이상의 고순도 산소를 연료로 사용해 고품질 쇳물을 빠른 속도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하이닉스 반도체 연구원들.

반도체

日 추월 후 1년 이상 격차 … D램 점유율은 한국 57%, 일본 17%

한국 반도체산업에서 2009년은 지난 2년간의 혹독한 불황에서 경쟁사들을 제압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해다. D램 세계 1, 2위 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2009년 3/4 분기에 시장 점유율 57.2%(삼성전자 35.5%, 하이닉스 21.7%)로 엘피다가 홀로 분발하는 일본(16.9%)을 3배 이상 앞섰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삼성전자 39.3%, 하이닉스 10.0%로 한국이 절반을 차지한 데 비해 일본은 34.6%(도시바)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는 1992년 일본의 도시바를 제치고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1993년 도시바와 히타치를 추월해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도시바를 추월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20년 가까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천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운다’는 치킨게임에서 한국이 승리한 이유는 뭘까. 일본, 대만 기업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사이에 위기관리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발휘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넓힌 게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2/4 분기에 메모리 업계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했고, 하이닉스도 3/4 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해외 경쟁사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독일의 키몬다는 파산했고, 치킨게임을 촉발한 대만 기업들도 무리한 증산 경쟁에 부메랑을 맞아 생존을 걱정하고 있으며, 일본 최대 메모리 기업인 엘피다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만큼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공정 기술력의 경우 한국과 해외 기업 간의 격차는 2008년 6개월~1년이었으나 최근에는 1년 이상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9년에 차세대 D램인 DDR3 생산을 위해 회로선폭 40나노급 공정을 본격 가동했지만 일본과 미국, 대만 기업들은 60나노급 이상 제품 생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최근에야 엘피다만이 40나노급 D램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게임은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파산한 독일 키몬다 외에 일본, 대만의 주요 경쟁기업들은 거의 모두 살아남았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각국 정부의 개입 등으로 기업 퇴출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도시바, 엘피다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더 이상 뒤처지면 영영 추격할 수 없다는 일종의 위기위식이 작용해 공격적인 투자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한 엘피다는 윈본드, 프로모스 등 대만 기업과의 합종연횡으로 선두권 탈환을 노린다.

따라서 또다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경쟁 양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해야 한다. 대규모 선행투자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물량 공세도 중요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과 고객 특화형 제품으로 점유율을 넓혀야 한다. DDR3 제품, 절전형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기능 결합 퓨전 제품, SSD(Solid State Drive) 등의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사들의 입지를 더욱 옥죄어야 할 것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SW@seri.org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조선

韓, 세계 최강 탄탄한 경쟁력 … 日, 中과 손잡고 재기 노력

조선산업은 431억 달러를 수출(2008년 기준 한국 수출액의 10.2%)하는 한국 최고의 산업으로서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연간 수주량, 수주 잔량, 건조량 등 조선산업을 가늠하는 모든 지표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우리나라에 있을 만큼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최강’이다. 2009년에도 500억 달러 안팎의 수출을 기록, 국내 최고의 산업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본격화한 세계 경제위기는 조선업계에도 태풍으로 불어닥쳤다. 2009년 한 해 동안 선박 수요가 전년 대비 85% 정도 줄었고,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유럽의 여러 조선소가 경영부진으로 파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틈타 강력한 조선산업 부흥책을 시행해 2009년 연간 수주량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등 세계 조선산업의 기존 질서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이 다시 굵직굵직한 신조선 수주의 포문을 열기 시작해 한국의 위상은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세계 조선산업의 맹주 자리는 기술혁신과 원가경쟁력 우위에 의해 세 차례 크게 바뀌었다. 근대 이후 1950년까지는 강철선(鋼鐵船)의 리벳 건조(강판에 구멍을 뚫고 리벳을 사용해 금속재료를 영구 결합하는 것) 기술을 개발한 영국이 맹주였다. 이후에는 용접을 이용한 블록 건조방식(선박을 블록 단위로 미리 만들어 최종 접합하는 방식)을 상선(商船) 건조에 활용한 일본이 최강자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우수한 설계 전문인력과 대형 설비(도크와 크레인 등)를 보유한 한국이 창조적인 건조 공법을 개발, 적용하는 등 생산성 혁신을 통해 고객 맞춤형 대형 첨단선박을 건조하면서 세계 조선업계를 평정했다.

기술력도 한국은 정부와 대형 조선소의 꾸준한 투자와 R·D를 통해 2006년에 이미 일본과의 격차를 대부분 줄였고, 몇몇 분야에선 일본을 앞서고 있다.

한국은 특히 선박건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설계 인력을 일본보다 4배 이상 확보, 차별화한 설계와 건조 IT의 활용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용도와 모양, 크기의 선박을 최단시간에 맞춰줄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보유함으로써 드릴십, FPSO, 쇄빙유조선과 같은 고가의 특수 선박뿐 아니라 첨단 크루즈선까지 모든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을 건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일본은 자국 내 공간적인 한계로 증설이 힘들어졌고, 무엇보다 기술인력 부족과 고령화 등으로 향후에도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힘들 전망이어서 더 이상 한국 조선산업의 적수가 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이 요주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중국 조선산업의 종합경쟁력은 한국의 90% 수준까지 근접했고, 한국의 6분의 1에 그친 저임금과 자국 내에서 한계를 느끼고 중국에서 재기를 노리는 일본 조선소로부터의 기술이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 등으로 중국 조선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막대한 투자로 대형 조선소를 잇따라 건립하고 이미 세계 최대의 도크 건설을 완료했다. 뿐만 아니라 ‘국수국조(國輸國造·중국 화물은 중국산 배로 운송한다)’ 정책을 시행해 중국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의 70% 이상을 중국 조선소가 건조하고 있다.

일본의 벽을 넘어선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조선업계의 맹주로서 주도권을 지켜내려면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IT와 전자, 환경 등 차별화된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부가가치의 신개념 선박 개발을 선도해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

조선산업의 개념을 기존의 ‘선박 건조자(Carrier Builder)’에서 ‘해양 개발자(Ocean Developer)’로 확장함으로써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해양 플랜트 건설, 해양 개발, 선박금융 등 사업영역과 방식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도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취약한 선박금융 개선과 변화된 업의 개념에 맞는 인적 자원 육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배병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bae@seri.org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독일의 한 전자 매장에서 소비자가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LCD

2001년 日 제치고 10년간 ‘지존’ 군림 … 2.5세대 건너뛰고 3세대 집중공략 대성공

LCD 산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샤프, NEC, 도시바 등 10여 개 일본 업체가 주도했다. 하지만 한국이 1995년 LCD산업에 뛰어든 이후 6년 만인 2001년에 세계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며 일본을 제치고 선두국가로 부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전자→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로 사명 변경)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1, 2위를 다투며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LCD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거듭해온 기업들의 지난한 노력이 숨어 있다. LCD산업 진입 초기인 1995~96년에 11.3인치 패널 생산에 유리한 2.5세대 라인에 투자를 집중하는 일본 LCD 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은 2.5세대를 건너뛰고 12.1인치 패널 생산이 가능한 3세대에 투자한 것. 당시로서는 기술적인 어려움 외에도 양산 이후 시장에서 과연 12.1인치 패널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질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히 도전한 것이 먹혀든 것이다.

IBM, 도시바 등 당시 노트북 업체에 대한 끈질긴 설득으로 시장의 주력 사이즈가 10.1인치에서 12.1인치로 넘어가면서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반면 한국 기업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0년 이후 한국 기업들은 5~7세대에 선행 투자함으로써 노트북용 및 모니터용 패널의 대형화뿐 아니라 40인치 이상 대형 LCD TV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새로운 라인에 대한 선행 투자와 대규모 투자는 부품소재 및 장비 부문이 취약한 한국 기업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했다. 일본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한국 기업에선 새로운 장비나 공정개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생기자 일본 부품소재 및 장비 업체들은 한국 LCD기업을 최우선 고객으로 인식하게 됐고 기술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LCD산업에서 대만 기업들이 양적인 면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하나, 대형 및 고가 패널 생산에 주력하는 한국이 LCD산업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과거 두 자릿수 이상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던 LCD시장 규모는 빠르게 정체되고 있다. 이는 패널의 대형화와 이를 통한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라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노트북, 모니터, TV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LED 백라이트의 사례에서 보듯 화질, 디자인, 절전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패널의 공급이 절실해진 것이다. 향후 한국 기업들이 상용화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는 3D, AMOLED(백라이트를 통해 빛을 발하는 LCD와는 달리 자체에서 빛을 발하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도 주도권을 다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bpark@seri.org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2,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부품·소재 분야에선 일본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

韓, 10년 새 괄목할 성장 … 日, 부품·소재 부문 여전히 최강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IT 분야는 괄목할 성장을 기록하며 일본의 위상을 넘어섰다. 휴대전화의 경우 2009년 3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글로벌 2, 3위를 기록하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소니 에릭슨이 4.9%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주요 업체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업체들이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변화다.

주요 IT 인프라 보급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우위에 섰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인터넷,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의 보급에서 한국은 1998년에 일본보다 뒤져 있었으나 2008년 기준으로 모두 일본을 앞선 상황이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IT 부문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전환기의 기회를 맞아 앞선 정책비전과 기업의 빠른 혁신, 역동적인 내수시장 기반 등의 ‘트라이앵글(Triangle) 구조’가 혁신의 선순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휴대전화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세계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글로벌 위상을 확대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내수시장 위주의 전략을 고수해 세계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1억3000만명이나 되는 내수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독자적인 표준이나 국내시장 특화 제품 등을 고집하게 된 것이다.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그렇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적’이다. 지난 몇 년간 일본 정부가 IT 인프라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한국의 인프라 우위는 많이 약화됐고, 모바일 브로드밴드(하나의 전송매체에 여러 개의 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것) 등에서는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다. 기술력과 제품력, 브랜드력 등에서 일본 기업들의 기초체력도 여전히 탄탄하다. 특히 완제품 분야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부품·소재 부문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액정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용 재료, 주요 휴대전화 부품 등에서 일본 업체들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전열을 재정비해 기존의 부품·소재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IT제품 및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최종 가공조립 기업과 부품·소재 기업이 협력해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을 동반 확대함으로써 내실 있는 업계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IT 부문의 경쟁 우위를 유지·확대하려면 차세대 IT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혁신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2000년대가 ‘디지털 전환의 10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을 이끌어갈 ‘New IT시대’의 방향성 모색과 앞선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그동안 하드웨어 등에서 구축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부품·소재,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 향후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에서 고부가 경쟁력을 좀더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dkwon@seri.org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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