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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케이블 ‘예능’ 웃겨요, 볼수록 끌려요

자유로운 소재와 치고 빠지는 편성 … 지상파에는 없는 매력 젊은 층 구미에 딱!

  •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 fletch@empal.com

케이블 ‘예능’ 웃겨요, 볼수록 끌려요

케이블 ‘예능’ 웃겨요, 볼수록 끌려요

tvN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슈퍼스타 K’ ‘남녀탐구생활’ 등 케이블TV 자체 제작 콘텐츠들의 인기가 거세다. 케이블TV는 대부분 이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와 인지도를 확장해가고 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는 10월9일 마지막 방송 때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인 8.47%를 기록했다. 당시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보다 높은 수치였다. tvN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세부 코너인 ‘남녀탐구생활’은 이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CF는 물론 영화 홍보영상으로 차용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패러디가 되고 있다.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도전적, 모험적인 콘텐츠 자체의 창의력과 신선함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장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기존 헤게모니 집단이나 콘텐츠가 약점을 보일 때 신진 세력의 시장 침투가 가능하다. 즉 지상파 예능이 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케이블 예능 콘텐츠의 침투가 가능했다는 것. 따라서 현재의 케이블 예능 붐을 이해하려면 기존 지상파 예능의 빈틈부터 살펴봐야 한다.

대중문화 콘텐츠 생산·소비자는 젊은 층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지상파의 약점은 시청률에 발목이 잡힌다는 것. 물론 케이블도 시청률에 목매달지만 지상파와는 차원이 다르다. ‘슈퍼스타 K’가 케이블에선 대박이었다고 하지만, 지상파에서 그 정도 시청률이 나오면 실패로 간주한다.

지상파 처지에서 볼 때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의 한계는 명확하다. 젊은 층 대상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런데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게 된 젊은 층은 점차 TV 시청을 줄이고 있다. 또 ‘작은 단위’ 콘셉트는 지상파의 지향점이 아니다. 지상파는 보다 큰 ‘파이’를 통한 보다 큰 성공을 원한다.



지상파는 다계층, 즉 온 가족을 타깃으로 삼는다. 점점 떨어져가는 젊은 시청자 층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장년층 취향을 가미하거나 강화했다. 집단 토크쇼에 주부와 아저씨 패널을 포진했고, 토크 주제도 중장년층이 공감할 만한 것을 끼워넣었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 예능에선 온 가족의 시청률은 확보했지만, ‘젊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는 젊은 층의 지지로 이끌어지게 마련. 그러니 지상파는 상업적으론 성공했을지 몰라도 화제성이 떨어지게 됐다. 그 틈을 젊은 층만 대상으로 해도 소기의 목표 시청률을 낼 수 있는 케이블 예능이 파고들어간 것이다.

지상파의 또 다른 딜레마는 장기 편성에 대한 욕구다. 지상파의 목표는‘익숙함’ ‘친근함’ ‘안정감’ 등인데, 이는 다계층 타깃 구조가 낳은 맹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장기 편성 프로그램을 지향하게 됐고, 편성 과정도 복잡하고 엄격해졌다.

물론 이런 구조의 장점도 있다. 초반 반응이 약하더라도 오랜 기간 편성해놓으면 점진적으로 시청층이 확보돼 장기 히트가 가능해진다. MBC ‘무한도전’ 역시 4%대 시청률로 시작해 3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러나 젊은 층 대상이라는 관점에선 이런 식의 점진적 설득이 힘을 잃는다. 젊은 층은 빠른 변화, 획기적 전환, 치고 빠지는 단타성 프로그램에 더 열중한다. 대중문화의 흐름이 점차 트렌디해지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케이블은 이 같은 젊은 층 패턴에 꼭 맞았다. 3%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해 연예인 리얼리티 쇼의 정점을 이룬 엠넷 ‘2NE1 TV’를 보자. ‘2NE1 TV’는 신인 여성 아이돌 그룹인 ‘2NE1’의 데뷔부터 정점에 이른 순간까지를 다뤘다. 막 트렌드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치고 들어가 ‘단물’을 쏙 빼먹고 빠져나오는 식이다. 이런 편성은 지상파에선 절대로 할 수 없다. 몇 주일 만에 기획해 바로 방송에 들어가 ‘치고 빠지는’ 편성은 몸집이 가볍고, 상대적으로 편성이 자유로운 케이블에서만 가능하다.

‘슈퍼스타 K’도 단타성 이벤트 기획이라 지상파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타적 성격 탓에 지상파에서 편성되긴 어렵다. 이 같은 빈틈을 케이블이 치고 들어가 젊은 층을 일거에 흡수할 수 있었다.

‘방송윤리’도 지상파의 고민거리다. 케이블은 방송윤리 문제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그래서 초기엔 지상파가 할 수 없는 ‘수위 높은’ 프로그램을 양산했다. 그러다 보니 케이블 콘텐츠는 ‘야하고 막말이 쏟아지며 폭력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좁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초반의 시행착오였을 뿐, 지금은 단순한 선정성이 아니라 더 큰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2NE1 TV’도 그러하다. 한 명의 연예인을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특혜다. 연예인 소속사와의 유착 의혹이 짙어지고 숱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케이블TV는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다. 연예인 한 명을 전폭적으로 띄우든, 한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들든 거리낄 게 없다. 공영성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케이블만이 독점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틈새는 더 넓은 범위로 적용될 수 있다.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처럼 해외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들여와도 별문제가 없다. 다시 말해 지상파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의 범주를 선정성 이상으로 넓히자 훨씬 큰 시장이 나왔다.

케이블 ‘예능’ 웃겨요, 볼수록 끌려요

단타성 기획이 돋보이는 엠넷의 ‘슈퍼스타 K’와 ‘2NE1 TV’.

케이블 드라마도 인기 끌까?

또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꾸준히 ‘악수’를 뒀다는 점도 케이블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가장 큰 악수는 유명 연예인의 출연만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 연예인들의 폭탄 발언과 막말까지 수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폭탄 발언도 이젠 약발이 다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은 방송 즉시 포털사이트에 뉴스로 뜬다. 그것만 읽어도 프로그램 하나를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결국 프로그램은 뒷전이 되고 연예인의 문제 발언만 남아 대중 사이에 떠돌게 됐다.

이런 상황에 케이블은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의 ‘정도(正道)’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기획력 중심으로 간 것이다. 지상파 같은 스타 섭외력이 없으니 아이디어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궁여지책과 열악한 여건이 신선함을 이끌어냈다.

이젠 시선이 드라마로 옮겨가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부딪칠 또 다른 승부처다. 드라마는 확실히 지상파 쪽이 유리하다. 스타 섭외력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 해외 판매처도 선점하고 있어 한류 효과를 감안한 제작비 투입이 가능하다. 애초 평균제작비 자체가 예능과는 차원이 달라 기존 케이블 시청률 수준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드라마에서도 예능과 같은 틈새와 약점이 방치되고 있기에 케이블은 이 지점을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담은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방송 패권’이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넘어가는 현실의 신호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76~77)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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