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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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아직도 배가 아픕니까?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1-06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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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마지막 주 월요일 UAE(아랍에미리트)에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UAE가 발주한 총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이 수주한 겁니다. 정치권에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예산안 싸움 탓에 착잡하던 기분도 후련해졌습니다.

    원전 수주는 한국의 첫 원전 플랜트 수출이자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수주로, 이명박 대통령이 막판 UAE를 직접 방문하는 등 다각적, 적극적 외교를 펼친 끝에 얻은 결과입니다. 특히 앞서 나가던 프랑스 컨소시엄을 제친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평소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든, 하지 않든 국민은 국익을 위해 몸을 던지다시피 한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습니다. 원전 수주 최종결정의 순간까지 있었던 우여곡절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이 성과가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못내 배가 아픈 이들이 있습니다. 이 정부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소위 진보매체라는 곳에서는 ‘원전 400억 달러 수주는 착시’ ‘UAE 원전 수주, 밑지는 장사’라는 식의 부정적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진정 원전 수주의 경제성을 걱정해 이런 기사를 썼을 거라 믿고 싶지만, ‘너무 속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아직도 배가 아픕니까?
    차라리 “대통령이 너무 싫어서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싫다”고 했다면 이해가 좀 됐을 겁니다. 기사 형식을 빌려 굳이 생채기를 내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시민단체 관계자, 정부의 성공이 못내 씁쓸한 일부 야당 의원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이룩한 쾌거를 애써 부정하려는 행태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국민을 향해 쏟아내는 정부의 일방적인 목소리를 비판적 관점에서 견제하는 일은 언론이 담당해야 할 마땅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난과 객관적 비판은 구별해야 하겠죠. 잘한 것은 ‘잘했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의 태도라고 봅니다.

    이들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대부분이 이들 매체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은 “개인의 사감을 마치 전부의 의견처럼 말하지 말라”고 준엄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마 누리꾼들의 이런 격렬한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성공한 사촌’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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