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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2010년 '예능力' 전성시대 02

유머에 끌리는 것은 ‘원초적 본능’

인간의 우수한 유전자가 이성에게 드러내는 뛰어난 생존전략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유머에 끌리는 것은 ‘원초적 본능’

유머에 끌리는 것은 ‘원초적 본능’

유머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이다. 유머를 이해할 때 전두엽과 측두엽을 포함한 대뇌 영역이 폭넓게 관여한다.

“입만 열지 않으면 정말 좋을 텐데….”

말주변 없는 멋진 근육남과 꽃미남들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은 재치와 유머감각이 빛나는 연예인들이 접수했다. 이들의 포복절도할 유머에 사람들은 어느 순간 넋을 뺏긴다. 술자리에서도, 미팅 자리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못생긴 건 참아도 재미없는 건 못 참는다.

최근 ‘예능력’이 외모만큼이나 사람의 매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외모가 절대가치로 평가받는 현대 사회에서 유머와 ‘예능력’이 그 틈을 비집고 올라서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이성의 유머감각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상대의 외모를 보고 첫인상을 결정한다. 사람의 뇌가 상대의 외모를 보고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하는 것은 찰나적 순간이다. 학자들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뇌가 호오(好惡)를 가리는 데 0.013~0.1초 걸린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짧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 호감과 비호감이 가려지는 셈.

뇌에서 호감을 결정하는 부위는 뇌 한가운데 측핵과 눈 위의 안와전두엽이다. 측핵이 좋아하는 얼굴을 고르면 안와전두엽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호감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뇌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절세미인을 사귀어도 사랑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화장미인’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시대에 외모 하나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몸과 정신건강 돕는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

외모에 대한 판단을 마친 뇌는 곧이어 상대에 대한 심층 탐색에 들어간다. 학벌, 돈, 배경, 성격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뇌가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은 상대의 온갖 몸짓과 말투다. 사람의 유머와 재치를 나타내는 지표 같은 정보이기도 하다. 얼마간 뒤통수를 치는 반전과 드라마틱한 과장, 오버 액션을 보고 있으면 상대에 대한 거리감이 사라지게 된다. 낯선 상대에 대한 마지막 긴장감도 어느새 무장 해제되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재치 있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이미 드러났다. 특히 여성들이 유머러스한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가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자기소개서를 이용해 재치와 호감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문장 곳곳에서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자기소개서와 평이한 문장으로 쓰인 소개서를 실험에 참가한 남성과 여성에게 보여준 뒤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상당수 여성 참가자가 자기소개서를 재미있게 쓴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는 그 비율이 낮았지만 대체적으로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처럼 재기발랄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일부 학자들은 유머가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유머와 재치는 사람을 사랑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몸과 정신건강에도 보탬이 된다. 실제로 1분간 웃으면 10분간 에어로빅을 한 운동효과가 있고, 혈중 산소량과 엔도르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유머를 대하면 사람의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영국 과학자들은 사람이 유머를 이해할 때 대뇌의 전두엽과 양쪽 측두엽을 포함해 대뇌의 모든 영역이 폭넓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맞닥뜨렸을 때도 대뇌의 전위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이들 부위는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호감과 비호감을 느낄 때 활성화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짧은 반전의 순간, 뇌에서는 고등한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머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인 셈이다. 미국의 과학전문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선정한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방법 10가지’에도 위트(재치)가 포함돼 있다. 이런 면에서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뇌를 끊임없이 단련한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은 언제부터 유머를 주고받으며 살아왔을까.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였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머와 재치를 인간이 처음부터 지니고 있던 생존전략이라고 추정한다.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유머감각을 선호하는 행위가 우성 유전자를 가진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머감각이야말로 건강한 뇌와 유전자의 질을 나타낸다는 것. 뛰어난 유머감각은 자신이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이성에게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다른 연구는 여성들은 낯선 남성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더 많이 웃게 만든 남성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성들의 이런 선택은 유머러스한 남성과 맺어질 경우 사회생활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원만하게 유지돼 자신의 유전자를 자손을 통해 계속 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머에 끌리는 것은 ‘원초적 본능’

예능력=호감남녀?! 미혼남녀가 참여한 미팅 이벤트에서는 재치와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항상 인기다.

男女, 유머 느끼는 코드 달라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의 주요 요소로 목소리가 38%, 표정(35%)과 태도(20%) 등의 몸짓이 55%를 차지하는 데 비해 메시지 내용은 겨우 7%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화제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빵 터지는 웃음’을 터뜨리는 몇몇 연예인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목소리와 말투다. 보통 남성은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여성은 비음이 살짝 섞이거나 허스키한 듯 착 감기는 목소리가 섹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이런 목소리가 반드시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라도 꺽꺽대는 목소리로 듣는다면 짜증이 밀려들 것이다. 입에서만 우물우물 맴도는 말투는 듣기 전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발음이 불분명한 경우 사람들은 금방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음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을 정도로 귀를 잡아끌지만, 정감 없게 들릴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예능계에서 인정받는 연예인의 상당수가 과장된 말투를 쓴다는 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의 대화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톤보다 목소리의 높낮이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말하는 여성이 남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상황에 맞는 시선 처리도 재치와 유머를 배가한다. 호감을 이끌어내려면 시선을 맞추면서 얘기해야 한다. 화가 났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일 때도 마찬가지. 후천적으로 터득한 노하우인지, 선천적 감각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예능에 능한 연예인들은 어색한 순간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종종 자신이 던진 농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방청객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지면서 주위를 환기시키는 연예인들을 볼 때가 있다. 방청객은 돌발 상황에 처음엔 당황하지만 잠시 뒤 마음이 누그러진 듯 미소를 짓는다. 눈을 맞추고 직접 얘기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소통수단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유머를 느끼는 코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남성은 상황이나 사물을 권력관계로 파악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상하 지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각인된 습성과도 같다. 따라서 상대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을 때 더 잘 웃는다. 반면 관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은 수평적 관계 속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유머와 콩트를 통해 웃음 코드를 찾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은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그런 매력의 소유자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간동아 2010.01.05 718호 (p20~21)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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