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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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이상한 버릇’ 방치하면 안 돼요

  • 입력2009-12-29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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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이상한 버릇’ 방치하면 안 돼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는 어린이.

    초등학교 2학년 창수(가명)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자꾸 깜박거리는 것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면 눈을 깜박거리다 책장이 넘어간 것을 몰라 뒤적거리게 되고, 머릿속이 자꾸 산만해져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를 크게 나무란 적은 없지만,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점점 깜박거림이 심해졌고, 안 그래도 주의가 산만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받던 터라, 혹시 또 다른 문제가 있나 싶어 어머니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창수는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내거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는 등 ‘이상한 버릇’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이런 틱장애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한 소리나 움직임을 되풀이하는 질환으로 소리를 반복하는 음성 틱, 움직임을 반복하는 운동 틱으로 나뉜다. 창수처럼 두 가지 이상의 음성 틱과 운동 틱이 동시에 1년 넘게 지속되면 투렛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틱장애나 투렛증후군이 ADHD와 더불어 나타나기 쉽다는 점이다. ADHD는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중 단일 질환으로는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데, ADHD 아동 10명 중 7명 정도는 ADHD와 더불어 틱장애나 불안장애, 학습장애들의 질환을 갖고 있다. 이런 질환을 일컬어 ‘ADHD 동반질환’이라 한다.

    틱장애, 투렛증후군, 불안장애 등의 동반질환은 ADHD 아동 중 45%가량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틱장애는 아동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증상이므로 지적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안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혼자 있게 하는 등의 행동수정요법을 약물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밖에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불안장애, 어른에게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물건을 훔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품행장애, 집중력과 기억력이 부족해져 짜증이 늘고 자기비판적이 되는 우울 및 기분장애, 지능은 정상인데 읽기나 수학문제 등 특정 영역에서 학습 수준이 못 미치는 학습장애가 ADHD 동반질환에 속한다.



    아이 ‘이상한 버릇’ 방치하면 안 돼요

    전창무<br>잠실아이정신과 원장

    취학 연령대인 아동이 쉽게 학업과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을 보인다면, 또한 학습과 생활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생긴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동반질환 여부를 살펴보는 게 좋다. 창수처럼 동반질환을 가진 ADHD 아이의 경우, 기존에는 행동수정요법 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비정신자극제 성분의 약물이 국내에도 출시돼 치료 여건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동이 경험하는 증상을 주의 깊게,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틱장애 같은 동반질환은 부모의 과도한 간섭으로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를 향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어떤 치료에든 반드시 필요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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