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2010.01.05

뉴욕과 맞장 뜨는 KOREA FASHION

한국 대표 디자이너 6팀 출사표 … ‘룩북’ 발간, 전시회 통해 미국 시장 본격 도전

  • 글·사진/뉴욕=조 벡(JO BECK)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입력2009-12-29 17: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욕과 맞장 뜨는 KOREA FASHION

    국내 디자이너들의 뉴욕 진출 프로젝트 일환으로 발간될 잡지형 ‘룩북’의 포토그래퍼 잭 피어슨이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체크하고 있다.

    해마다 2월과 9월이면 뉴욕 맨해튼 중심부 42번가에 자리한 브라이언트 공원에 세계 각지의 ‘패션 피플’이 몰려든다. 세계 패션계 메카 중 하나로 각광받는 뉴욕 한가운데서 ‘패션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많은 이를 앉혀놓고 자신만의 런웨이 쇼를 펼쳐보이는 것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의 ‘로망’이다.

    꿈의 무대인 뉴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6팀이 조금은 색다른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몇 시즌 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부부 디자이너 정석원·윤원정 씨가 브랜드 ‘앤디·뎁(Andy · Debb)’으로, 파리 컬렉션에서 각광받고 있는 정욱준 씨가 남성복 라인 ‘준지(JUUN.J)’로, 내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박춘무 씨가 ‘데무(DEMOO)’로 나섰다. 그리고 정구호 씨는 ‘구호(KUHO-Working on Progress)’로, ‘서울 패션위크’에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는 홍승완 씨가 남성복 ‘로리엣(ROLIAT)’으로, 이도이 씨가 ‘도이 파리스(Doii Paris)’로 참여했다. 이 6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단체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기획, 진행 중인 ‘콘셉트 코리아(Concept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뉴욕에 진출하는 것이다.

    정부 전폭지원 ‘콘셉트 코리아’

    이들은 2009년 여름, 이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약 40명의 디자이너 중에서 엄선됐다. 국내 패션 전문가들이 참여한 1차 심사를 거쳐, ‘뉴욕타임스’의 일요판 매거진 ‘T’ 편집장과 ‘뉴욕 패션위크’를 주관하는 IMG그룹 부회장 등 뉴욕의 저명한 패션 전문가 10여 명이 맡은 2차 해외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된 것.

    ‘콘셉트 코리아’는 정부가 직접 나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한국의 영화나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패션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규정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야심찬 기획 아래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아직은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뉴욕에 진출하려는 역량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의 구성은 크게 2개의 축으로 나뉜다.



    우선 이 6팀의 디자이너가 최신 컬렉션 의상을 12월 초 뉴욕으로 공수, 유명 스타일리스트 키건 싱과 제이슨 페러의 스타일링, 세계적 포토그래퍼 잭 피어슨의 촬영으로 화보를 촬영했다. 이 사진은 잡지 형식으로 발간해 뉴욕 패션계 VIP들에게 배포하는 ‘룩 북(lookbook)’에 실린다.

    뉴욕과 맞장 뜨는 KOREA FASHION

    1 해마다 두 차례 뉴욕 컬렉션이 열리는 브라이언트 공원의 패션쇼장 앞. 2 이번 촬영에서 유일한 한국계 모델로 발탁된 최호진 씨가 동료 모델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 3‘콘셉트 코리아’ 프로젝트에 선발된 6팀의 국내 디자이너들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뉴욕 덮치는 태풍으로 성장할까

    뉴욕과 맞장 뜨는 KOREA FASHION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이 전시될 뉴욕 공공도서관.

    한편 ‘2010 가을·겨울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인 2월12일부터 15일까지 이들 디자이너의 의상이 전시되는 쇼룸 행사도 개최될 예정인데, 그 장소가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브라이언트 공원 한쪽의 뉴욕 공공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쇼룸 행사의 첫날인 12일에는 도서관 로비에서 성대한 오프닝 파티도 열릴 예정이다. 이 로비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화판에서 주인공 캐리가 결혼식을 계획했던 바로 그곳이다. 이날 파티는 미국의 대표적 디자이너 단체인 CFDA와 패션지 ‘보그’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신인 디자이너를 위한 지원 기금 ‘CFDA/보그 패션 펀드’ 측이 호스트를 맡기로 했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뉴욕에서, 아직 이곳에선 ‘왕초보 신인’인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든든한 힘을 실어주게 된 셈이다. 이 파티에는 뉴욕 패션계를 대표하는 명망 있는 패션 에디터, 바이어,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 아티스트 등이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오프닝 파티가 끝난 다음 날부터 사흘간 열릴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쇼룸 전시 역시 독특한 콘셉트로 구성될 예정이다. 독일 출신의 저명한 아티스트 로즈마리 트로클과 그의 연인이자 아티스트인 커티스 앤더슨이 큐레이터 윌프리드 딕호프의 진두지휘 아래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교감을 통한 협업 작품을 제작해 전시하기로 한 것. 따라서 지루하게 의상을 걸어놓기만 하는 쇼룸 형식에서 탈피, 하나의 갤러리 전시 같은 느낌을 줄 전망이다.

    ‘콘셉트 코리아’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획한 어떤 패션 프로젝트와도 차별화된다. 먼저 ‘뉴욕에 가려면 뉴욕법을 따르라’는 대전제에 의거해 현지의 패션 전문가를 대거 기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화보 촬영에 참여한 한국계 모델 최호진 씨는 “‘콘셉트 코리아’야말로 아직 한국의 패션에 무지한 뉴요커들에게 가장 멋진 방법으로 첫선을 보이는 기막힌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패션을 뉴욕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한국을, 한국의 문화를, 한국의 패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뉴욕의 현지 컨설턴트로 참여한 필자 역시 그중 한 명으로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멋진 행사를 통해 ‘태풍’에 못 미치는 ‘산들바람’이라 해도 한국 패션의 바람이 뉴욕에 상륙할 수만 있다면, 아직은 높아만 보이는 뉴욕 패션계의 벽을 한국 디자이너들이 가뿐히 뛰어넘을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 기대가 된다. 누군가 ‘정말 뉴욕에 한국 패션의 바람이 불까?’라고 필자에게 물어본다면 이제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이 반이다. 그러니 이미 그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라고.



    패션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