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2009.12.29

4.5% 성장 가능… 고용은 글쎄요

9대 연구기관 2010년 경기 大예측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2-22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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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성장 가능… 고용은 글쎄요
    2009년 우리 경제는 2008년 10월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한껏 움츠러들었다. 외환위기가 덮친 1997년을 제외하곤 1960년대 이래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모르던 경제성장률이 지난 상반기 6개월간 -3.2%로 내려앉았다.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으로 1/4분기 -4.2%까지 급락한 성장률은 2/4분기 들어 -2.2%로 개선되더니 3/4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섰고(0.6%), 4/4분기에는 6%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 결과 올 한 해 평균 성장률은 당초 마이너스 예상을 깨고 0.2%선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성과는 세계 경제가 지난 한 해 마이너스 성장률(-1.7~-1.1%)을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2.7%), 유럽(-4.2%), 일본(-5.4%)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 하반기에 이런 성장세를 보인 데 대해 정부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과 시장안정조치 등 정책에 포커스를 둔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연구기관들은 급격히 위축된 수출 실적의 빠른 회복과 그에 따른 민간부문 소비 및 투자 증가에 방점을 찍었다. KDI 측은 “교역조건이 개선됨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실질구매력(GDI)이 강화되고 원화 가치와 자산 가격이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 내수 위축을 완화시키면서 경기도 빠르게 개선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밝아오는 2010년 경인년(庚寅年)의 우리네 살림살이는 어떤 모양새일까. 주머니는 넉넉해지고 물가는 내리며 일자리는 많아질까. 수출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까. 사람들은 얼마나 지갑을 열고 기업의 투자는 얼마나 늘까. 혹 주머니는 더 얇아지고, 지갑은 닫혀버리며, 일자리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연말이면 정부 경제부처와 국책 연구기관, 기업·금융기관 경제연구소들이 다음 해 경제전망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의문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또한 경제운용의 세 축인 국가, 가계, 기업이 새해 살림과 투자계획을 짜려면 경제전망과 분석은 필수. 물론 이들의 전망이 100% 들어맞는 건 아니다. 지난 연말 리먼브러더스 사태 와중에 정부와 KDI가 내놓은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3% 초반’이었지만, 결과는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하는 정도였다.

    ‘주간동아’는 전망의 신뢰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12월17일을 기준으로 2010년 경기전망을 내놓은 9개 관련 기관의 자료를 모두 모아 비교, 분석했다. 정부(기획재정부), 한국은행, KDI,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산업연구원, 국민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바로 그들. 이처럼 9개 기관의 전망을 함께 분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내년 경기전망 중 공통점은 전체적으로 경제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세는 되찾겠지만, 대외 여건에 따라 변수가 작용하리라는 것.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느리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잠재해 있으며, 소폭이지만 유가가 상승하고,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급격한 자본 이동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섣불리 고(高)성장을 점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정부와 각 기관들의 부인에도 출구전략의 실시 형태와 여부 또한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9개 기관의 경제전망 분석은 총론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차이점이 발견된다. 민간소비에 대한 시각이나 기업들이 설비와 건설에 얼마나 투자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컸다(정부 부처를 제외한 기업 경제연구소나 금융기관의 전망은 해당 연구소나 기관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내놓은 보고자의 개인 의견임을 밝혀둔다).

    경제성장률▶ 경기회복세 확실 … 上高下低 뚜렷

    정부, 즉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내년 GDP(국내총생산) 신장세(경제성장률) 전망은 5% 안팎. 세계 경제 개선, 내수 회복 등으로 연말의 성장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지리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가장 높은 5.5% 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국책 연구기관인 KDI, 가장 낮은 곳은 3.9%를 예상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였다. 한국은행은 평균 수준인 4.6%를 제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3%, LG경제연구원은 4.6%, 한국금융연구원은 4.4%, 산업연구원은 4.8%, 국민은행은 4.0%를 예상했다. 주로 금융기관들이 성장률을 낮게 내다봤다.

    특이한 점은 정부를 제외한 모든 기관과 연구소가 상반기에는 5.5~6.9%의 높은 성장세를 예측한 반면, 하반기에는 3%대의 낮은 성장세를 보이리라 전망했다는 것. 상반기 성장률을 6.0%, 하반기 성장률을 2.9%로 예상한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2010년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중 고점에 도달한 뒤 점차 하락할 것”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의 경기급랭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상반기에는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내수 확대 폭이 축소되면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초 한국의 2010년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한 국제통화기금(IMF)은 12월8일 한국 실사(實査)를 마친 후 전망치를 4.5%로 수정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를 그대로 유지했다. IMF 측은 “한국 경제가 지난해의 전례 없는 자본 유출과 급격한 수출 감소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정책당국의 포괄적인 재정, 통화 금융정책적 대응은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민간 수요 주도의 경기회복을 이끌어내는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IMF와 OECD가 내놓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1%, 3.4%로 선진국은 1%대인 반면,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3% 안팎 증가 … 회복세는 제한적

    정부의 내년 민간소비 증가분 예상치는 4% 초반. 기획재정부는 “대외 수출입 교역조건이 악화될 소지가 있지만 고용, 임금 등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민간소비는 0.2~0.4% 확대되는 데 그쳤지만, 대부분의 기관과 연구소는 2.8~4.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보니 민간 소비에도 뚜렷한 상고하저(上高下低)형 예상치를 내놓았다. 가장 높은 예상치를 내놓은 곳은 역시 KDI(4.9%). 다음은 산업연구원(4.2%), LG경제연구원(3.9%) 순이었다. 가장 낮은 증가율을 예상한 곳 역시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 수치를 내놓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2.8%)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증가할 것은 확실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 투입 여력이 감소하고 금리인상(출구전략)에 따른 부채상환 부담의 증가 등으로 회복세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3.8% 증가를 예상한 국민은행의 보고서도 “2009년 하반기 민간소비가 예상외의 호조세를 보인 이유는 주식시장의 호황 등 자산가격의 강한 상승 때문인데, 2010년에도 이런 소비심리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이는 내년 주가가 올해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데다 소비자신뢰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의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여력▶ 예전 수준 회복은 어려울 듯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9.6%로 뒷걸음질쳤다. 기업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얘기다. 각 기관들은 올해 우리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7.0~

    17.1%로 내다봤다. 편차가 너무 크다. 특히 정부와 국책기관은 11% 이상의 증가를 예상한 데 비해 기업 연구기관은 7~8%대를 예상했다. 정부와 국책기관은 기업들에게 ‘이만큼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바라는 형국이고, 기업 연구소들은 ‘섣불리 설비투자를 늘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양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는 11% 수준이며 KDI와 산업연구원은 각각 17.1%, 14.1%를 제시했다. 글로벌 수요의 증대와 기업심리 또는 기업 수익성 개선, 환율 안정에 따른 투자 여건 개선이 그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8.2%와 9.7%를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측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10%에 육박하지만, 이는 2009년에 줄어든 부분을 만회하는 수준”이라며 “아직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간헐적으로 대두되는 글로벌 금융시장 교란 요인이 기업의 투자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투자는 녹색성장산업과 4대강 살리기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앞두고 있는데도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소폭 떨어지리라고 예측한 곳이 많았다. 또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갈수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 평균 증가율은 2.1~3% 수준. 국민은행만 유독 4.5%의 높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증가율 예상치를 낮춘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가 많지만 SOC 예산 전체는 축소됐고, 특히 미분양주택 증가 등으로 인한 민간부문의 회복 지연, 공공부문의 주택건설 둔화 등은 투자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내수가 회복되면서 투자가 조금씩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4.5% 성장 가능… 고용은 글쎄요
    수출입▶ 모두 증가 경상수지▶ 큰 폭 감소

    2009년에는 수출이 14% 줄었지만, 수입이 26% 급감해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2010년엔 반대 양상이 나타날 듯하다.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14% 성장하는 대신 수입이 20%대 이상 폭증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40억~180억 달러로 줄어들 전망인 것. 수입 증가의 주요 요인은 환율 안정에 따른 해외여행 급증, 설비투자 증가, 유가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다. 정부, 국책기관, 기업 연구소는 엇비슷한 예상을 했지만, 국민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만 경상수지가 각각 220억 달러, 75억 달러일 것이라며 대조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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