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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史를 알아야 미래가 보일 텐데…

國史를 알아야 미래가 보일 텐데…

학창시절 가장 좋아하던 과목은 국사였습니다. 그저 귀찮은 암기과목이 아니라 조상들의 지혜가 살아 숨쉬고, 내 뿌리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보물창고 같았습니다. 일단 큰 개념만 이해하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리에 들어왔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국사 과목을 수강하고, 틈날 때마다 역사 관련 책을 읽을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국사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고, 대학의 국사학과 또한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사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수능에서 기피과목으로 홀대받은 지 오래입니다. 2005년부터 국사는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의 하나가 됐습니다. 학생들은 외울 것 많고 문제 난이도가 높은 국사보다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리, 사회문화, 법과 사회 등을 선택합니다.

일본, 중국과의 관계가 얽혀 있는 근현대사를 배우는 학생은 인문계 학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역사도발, 중국의 동북공정 등 동북아 각국과 첨예한 역사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상당수 학생이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사에 대한 기본상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현대사는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수능에 거의 출제되지 않으며, 설사 출제된다 해도 쉽고 평이하게 한 문제 정도 나올 뿐입니다. 이러는 사이 국민의 역사의식은 희미해져 갔습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사극 속 역사만이 진실인 양 믿습니다. 역사왜곡도 무감각해진 탓인지 더 이상 큰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경술국치 대신 한일합방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씨 조선’ ‘민비’ ‘6·25 북침’ 등 편견이 가득 찬 역사관이 널려 있습니다. 얼마 전 정운찬 총리가 국회질의에서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를 ‘항일부대’라고 말한 것을 보고는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國史를 알아야 미래가 보일 텐데…
이런 상황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2년부터 행정·외무고시 응시자들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 인증서를 제출해야만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2006년 고시 과목에서 퇴출된 이후 6년 만의 일입니다. 공직자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검증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국사는 왜 배우는 걸까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 E.H.카의 말처럼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어떻게 미래를 바라볼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국사교육 홀대를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주간동아 2009.12.29 717호 (p14~14)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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