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과의 관계가 얽혀 있는 근현대사를 배우는 학생은 인문계 학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역사도발, 중국의 동북공정 등 동북아 각국과 첨예한 역사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상당수 학생이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사에 대한 기본상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현대사는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수능에 거의 출제되지 않으며, 설사 출제된다 해도 쉽고 평이하게 한 문제 정도 나올 뿐입니다. 이러는 사이 국민의 역사의식은 희미해져 갔습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사극 속 역사만이 진실인 양 믿습니다. 역사왜곡도 무감각해진 탓인지 더 이상 큰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경술국치 대신 한일합방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씨 조선’ ‘민비’ ‘6·25 북침’ 등 편견이 가득 찬 역사관이 널려 있습니다. 얼마 전 정운찬 총리가 국회질의에서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를 ‘항일부대’라고 말한 것을 보고는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국사는 왜 배우는 걸까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 E.H.카의 말처럼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어떻게 미래를 바라볼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국사교육 홀대를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주간동아 717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