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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비보이’가 본 한국의 ‘오방색’

‘플래닛 비보이’가 본 한국의 ‘오방색’

‘플래닛 비보이’가 본 한국의 ‘오방색’
‘오방색(五方色)’은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다섯 가지 색과 방위를 의미한다. 이는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하다. 혼례 때 신부가 바르는 연지곤지, 명절에 아이들이 입는 색동저고리, 잔칫상 국수에 올려지는 오색 고명, 궁궐과 사찰의 단청 등이 그 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교포 영화감독 벤슨 리(40)가 요즘 제작 중인 한국 홍보영화 제목이다.

“현대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다섯 가지 색깔로 담으려고 해요. 하나하나 독특한 스토리와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철저히 외국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에요. 중간자적 처지인 제가 이 영화를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 감독은 1998년 장편 데뷔작 ‘미스 먼데이(Miss Monday)’로 그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면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전 세계 비보이들의 역동적인 도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래닛 비보이(Planet B-Boy)’를 선보이기까지 9년 동안 영화계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갑작스런 성공이 오히려 그에게는 깊은 좌절을 맛보게 했던 것.

“영화감독이 되는 게 목표였는데 갑자기 그 꿈이 이뤄진 거예요. 그때 27살이었는데, 나이도 어렸고 준비도 덜 된 상태였죠.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배우는 시간이 반복됐죠.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오랜 시련 덕분일까. 지난해 3월 뉴욕과 LA에서 단관 개봉한 ‘플래닛 비보이’는 연장 상영에 이어 미국 25개 도시로 확대 개봉돼 인기리에 상영됐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세계 누리꾼들에게 알려지면서 리 감독의 명성도 급상승했다. ‘플래닛 비보이’의 주 소재는 2005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 월드컵 ‘배틀 오브 디 이어(battle of the year)’. 이 대회 우승자는 한국팀 라스트포원이었다. 이 영화 발표 이후 리 감독은 전 세계 팬들에게서 비슷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곳’이냐고. 리 감독이 오방색을 구상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크게 세 가지예요. 하나는 북한의 김정일과 핵, 또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같은 사회적 갈등, 나머지 하나는 보신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지금 이 시점이 한국을 알리는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영화 제작에 나서게 됐습니다.”

리 감독은 ‘오방색’을 내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세계박람회 때까지 촬영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할 계획이다.



주간동아 2009.12.22 716호 (p100~100)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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