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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슬근슬근 자급자족, 슬렁슬렁 보물찾기

모니터 받침대 뚝딱! 형설지공 대신 자세지공(姿勢之功)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모니터 받침대 뚝딱! 형설지공 대신 자세지공(姿勢之功)

모니터 받침대 뚝딱!  형설지공 대신 자세지공(姿勢之功)

책꽂이 겸용 컴퓨터 모니터 받침대. 컴퓨터와 당당히 맞서자!

이웃들과 함께 목공 동아리에 참여했다. 목공에 대해 배우고, 삶에서 필요한 가구를 손수 만드는 거다. 말하자면 디 아이 와이(DIY·Do it yourself). 가장 시급히 만들고 싶은 건 컴퓨터 모니터 받침대. 보통 컴퓨터 모니터는 눈높이보다 한참 낮다. 책상에서 모니터 중앙까지 높이가 20㎝ 남짓인데, 책상에서 내 눈높이까지는 55㎝다. 이러니 눈높이와 모니터 중심은 35㎝ 차이가 날 수밖에. 컴퓨터를 할 때마다 그만큼 구부정한 자세가 된다.

이게 하루 이틀이야 별문제가 안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커진다. 상식으로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자연에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먹이를 덮치기 전에 탄력을 주기 위한 몸짓이고 또 하나는 포식자를 멀리서 느끼고 도망가고자 하는 몸짓이다. 그러니까 둘 다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먹느냐, 먹히느냐. 자연에서는 누구도 이런 자세로 오래 있지 않는다. 곧이어 덮치거나 도망을 간다. 긴장은 짧게, 이완은 오래다.

모니터 앞 구부정한 모습의 현대인들

여기에 견주어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는 자세는 어떤가.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짧게는 하루 한두 시간. 대부분은 컴퓨터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구부정하게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이는 자연스런 자세가 아니라,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노예 자세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컴퓨터가 주인이 되는 자세. 노예도 보통 노예가 아니다. 점차 병들어가는 노예가 아닌가.

컴퓨터 모니터가 낮아 생기는 구부정한 자세는 허리가 거북 등처럼 되고, 어깨는 처지며, 목이 아래로 기운다. 이런 자세로 오래 있으면 근육과 신경이 둔해져 뻐근한 느낌이 들고, 머리로 피가 잘 안 통한다. 또 가슴이 좁아지니 호흡도 얕다. 장이 눌려 소화도 잘 안 된다. 점점 심해지면 두통이 오거나 어깨, 목이 결리기도 한다. 안구건조증도 따른다.



올 초부터 나는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모니터를 임시로 높였다. 두툼한 사전류를 세 권 정도 모니터 아래 괴었다. 그랬더니 20㎝ 정도 올라갔다. 어느 정도 자세가 나아졌다. 그런데 아내가 불안해했다. 모니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고. 이참에 제대로 된 받침대를 만들기로 했다. 설계 도면을 그리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받침대를 알아보니 대부분 높이가 10㎝ 남짓. 이 정도 가지고는 허리를 편 내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처음 계획대로 받침대를 30㎝ 올렸더니 이건 웬만한 책꽂이다. 받침대 아래에다가 커다란 책을 넣어도 된다.

모니터 받침대 뚝딱!  형설지공 대신 자세지공(姿勢之功)

완성한 노트북 받침대.

그 다음 해결한 것은 모니터 위치가 너무 높아 불안감을 주는 문제다. 모니터 받침대 폭을 넉넉히 25cm로 했다. 하는 김에 받침대 전체 길이도 책상에 맞추어 78㎝로 늘렸다. 그러고는 사진에서처럼 중앙에 칸막이를 주고 양쪽에는 날개를 달았다. 다음은 모니터 전선을 넣고 뺄 수 있게 받침대 뒤로 구멍을 뚫었다. 받침대 아래는 멋을 내려고 산 모양을 그리며 직소기라는 톱으로 따냈다.

이 정도 하고 보니 나름 근사했다. 자세도 한결 좋아졌다. 어깨와 목이 펴지고, 고개는 모니터를 보다가 가끔 숙여 좌판을 보는 동작이 제법 커 마치 목운동을 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자세가 완전한 건 아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허리는 구부정하고, 목은 아래가 아닌 위로 꺾이는 형상이 된다.

모니터 받침대 뚝딱!  형설지공 대신 자세지공(姿勢之功)

1 목재를 재단해주는 ‘반디공작소’ 대표 김동열 씨. 2 직소기라는 톱으로 곡선을 따낸다. 직소기 대신 실톱을 써도 된다. 3 받침대 한쪽에 반딧불이를 조각하고 있다. 4 받침대 위에 뚫은 구멍이 노트북에서 나는 열을 식힌다.

기지개 한 번씩 켜 굳은 몸 풀기

가끔씩 기지개를 켜주면서 고정된 자세를 풀어야 한다. 마음만으로는 이런 습관을 갖기 어렵다. 뭔가 자세를 돌아보는 상징이 필요하다. 우리가 작업한 곳이 ‘반디공작소’다. 또 내가 살고 있는 무주군을 상징하는 자연물이 반딧불이다. 반딧불이라면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반딧불이 빛이나 눈빛을 이용해서라도 꾸준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이르는 말이지만 나는 여기서 다른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현대 사회는 전기가 들어오니 밤도 대낮처럼 밝은 데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만 해도 보름달빛 저리 가라다. 문제는 자세다. 밤인데도 빛이 너무 많고, 일도 너무 많아 탈이 나는 세상. 과로에다가 비뚠 자세까지 겹치니 몸을 망치고 병을 부른다. 바른 자세가 성공을 가져오지 않겠나. 내가 받침대에 반딧불이를 새겨넣고자 한 것은 바로 자세를 바르게 하자는 의미에서다. 형설지공 대신에 자세지공(姿勢之功)이다.

반딧불이가 날개를 펴면서 빛을 내는 모양으로 조각을 했다. 사람도 바른 자세여야 스스로 건강하고 사회에도 빛이 될 수 있으리라. 조각 위치는 모니터 왼쪽 여백. 이렇게 해서 나만의 받침대가 탄생했다. 이를 ‘반딧불이 컴퓨터 모니터 받침대’라고 이름 붙였다. 반딧불이 조각에 눈이 갈 때면 기지개를 한 번씩 켜, 몸을 풀어준다.

내가 쓰는 모니터 받침대가 완성되자. 아들이 쓰는 노트북에 눈길이 갔다. 한창 자라는 사춘기 청소년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 내친김에 노트북 받침대도 만들기로 했다. 노트북 받침대는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상품 종류가 엄청 많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그러나 노트북은 본체와 모니터가 붙어 있기에 받침대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된다. 다만 조금이나마 자세를 좋게 하기 위한 임시방편 받침대를 만든다.

이렇게 손수 받침대를 만들면서 다시 든 생각은 제품을 만들 때부터 건강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데스크톱 컴퓨터는 받침대를 안테나 식으로 해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고, 노트북이나 넷북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모니터를 본체와 분리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간동아 2009.12.22 716호 (p84~85)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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