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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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본질에 대한 겹겹의 극중극

뮤지컬 ‘판타스틱스’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1-18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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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본질에 대한 겹겹의 극중극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소년 소녀의 순수한 풋사랑이 성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웃인 마트와 루이자는 반목하는 아버지들 몰래 ‘로미오와 줄리엣’ 놀이를 하듯 사랑을 키워간다. 그런데 사실 두 아버지는 매우 친하며, 자식들을 연결해주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었다.

    자식들의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어느 날 두 아버지는 납치극을 꾸며 마트가 루이자를 구하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을 마련한다. 그 덕에 두 집안이 화해하고 사랑을 이룬다는 시나리오다. 계획은 성공해 젊은 연인은 당당하게 만날 수 있게 된다.

    만일 여기서 공연이 끝났다면 ‘에지 없는’ 흐리멍덩한 사랑 이야기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뮤지컬은 동화적인 해피엔딩 이후의 불화와 화해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려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형식적으로는 모든 사건을 극중극을 통해 전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 전체가 연출자의 컨트롤 아래 리허설을 하듯 양식적으로 진행되며, 그 와중에 ‘액자 속의 액자’에 또 액자가 들어 있듯 겹겹의 극중극이 들어선다. 예를 들면 납치 장면을 위해 납치 신 전문배우들이 고용되고, 마트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돈을 버는 방법도 극단에서 연극을 공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극중극들과 전체 줄거리가 상징적 의미를 담은 알레고리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년 소녀의 러브스토리지만, ‘사랑은 판타지가 날아간 이후 직면한 현실에서 무르익는다’는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마트가 집을 떠나 연극을 하는 것은, 그 연극의 내용과 같은 일을 경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기보다 극을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젊은 연인의 러브스토리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테마를 생각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등장인물이 퇴장하지 않고 자주 배역이 바뀌고, 배경을 임의로 설정하는 등 서사극의 생소화 효과를 활용한다. 음악적인 구조 또한 아기자기하다. 특히 선율이 아름다우면서도 극적인 짜임새를 갖췄다.

    낭만적인 사랑의 테마 중엔 불협화음을 통해 후반부의 ‘균열’에 대한 복선을 깔기도 한다. ‘판타스틱스’는 연극적인 장치들을 재치 있게 활용하고, 그에 맞는 음악의 짜임새를 자랑하는 알찬 소극장 뮤지컬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근 50년간 롱런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태한, 김산호, 배승길, 최보영 등이 출연한다. 1월17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문의 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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