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2

2009.11.24

우리 아이 편식 윽박지르면 못 고친다

  • 입력2009-11-18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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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 편식 윽박지르면 못 고친다
    몸무게가 잘 늘지 않고 병치레가 잦은 아이(6) 때문에 고민이던 30대 주부 A씨. 얼마 전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뒤에야 아이의 증세가 편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음식 섭취와 관련된 문제는 어린이에게 매우 흔히 나타나는 탓에 부모들이 성장기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편식은 아동의 성장 및 인지발달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장발육이 왕성한 유아기(만 2~6세)의 식사 습관은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져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으며 인지 및 사회성 발달, 정신발달지수(MDI)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를 내원한 편식 아동 중에는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편식에 대한 부모들의 인지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좋아하는 음식과 섞거나 예쁜 모양으로 조리하는 등 단순히 요리법을 개선한다든가, 아이를 달래거나 윽박지르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경기, 부산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298명의 소아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아동의 식사 거부 시 부모의 대응 유형으로 ‘쫓아다니면서 먹인다’(46.3%)와 ‘먹으라고 강요한다’(43.3%)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복수응답 허용).

    부모의 이러한 강압적인 대처방식은 식습관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와 부모의 유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편 ‘아동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모의 79.5%가 ‘그렇다’고 답변해 자녀 식습관 개선에 대한 바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섭취 개선에서 과학적이고 체계화한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글로벌소아편식연구회는 최근 소아 섭취장애에 대한 일곱 가지 유형을 체계화하고 유형에 맞게 섭취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섭취장애의 유형은 △부모의 과잉기대에 따른 식욕부진(부모 오인형) △아동기 식욕부진(주의산만형) △돌보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부족에 의한 섭취장애(상호작용 부족형) △예민한 감각으로 인한 음식거부(예민성 음식거부형·편식)

    우리 아이 편식 윽박지르면 못 고친다

    <B>양혜란</B>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산통으로 인한 섭취방해(영아산통형) △외상 후 섭취장애(섭취불안형) △건강 이상으로 인한 섭취장애(건강이상형) 일곱 가지로 분류된다. 실제로 국내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산만형’(74.5%)과 특정 음식만 골라 먹는 ‘예민성 음식거부형·편식’(66.8%) 두 가지 섭취장애 유형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정에서 임의로 섭취장애 유형을 진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는 아이의 성장 환경, 기질, 부모 성향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섭취장애의 정확한 원인 판단과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험 있는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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