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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새 희망 쐈다

한국 U-20, U-17서 나란히 8강 쾌거 … 유소년 선수 활성화 정책 결실

  • 윤태석 스포츠동아 기자 sportic@donga.com

월드컵 축구 새 희망 쐈다

월드컵 축구 새 희망 쐈다

U-20 청소년월드컵에 이어 U-17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993. 3

한국은 호주에서 열린 U-20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 터키와 1대 1로 비긴 뒤 3차전에서 미국을 만났다.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하고 미국은 무승부만 해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미국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이기형의 연속 골로 경기를 뒤집으며 분위기를 잡았지만 종료 5분여를 남겨놓고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1997. 7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U-20 세계청소년축구대회.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수비진에는 조세권, 심재원, 박진섭이 있었고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 이관우와 서기복이 중원을 지휘했다. 최전방에는 안효연이 버텼다. 언론에서는 1983년 이후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1차전에서 수십 개의 슛을 날리고도 무득점으로 비기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2차전에서 한국은 앙리가 뛰는 프랑스에 2대 4로 패했다. 브라질과의 마지막 3차전.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 골문에 3골이나 꽂아넣었다. 그러나 브라질에게 내준 골은 무려 10개. 3대 10.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TV 중계진도 팬들도 모두 할 말을 잊었다.



#2009. 10~11

한국은 청소년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에 8강 진출 쾌거를 달성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U-17 청소년월드컵에서도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신화가 연출됐다. 이광종 감독의 U-17 대표팀은 19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22년 만에 8강 진출을 일궈냈다. 20세와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나란히 8강을 선물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어린 선수와 호흡 감독들 리더십

월드컵 축구 새 희망 쐈다
한국의 청소년월드컵 도전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번 이집트 대회 전까지 16번 치른 U-20 대회에서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한 게 6번,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게 7번이고,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단 3번뿐이다.

U-17 대회는 더하다. 이번 나이지리아 대회 전까지 12번 치른 대회에서 아시아 예선 탈락이 9번, 본선 조별리그 탈락이 2번이고, 본선 조별리그 통과는 1987년 캐나다 대회 8강이 유일하다. 그러니 올해 리틀 태극전사들의 연이은 선전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한 유소년 활성화 정책이 비로소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부터 만 12세 이하 선수를 권역별로 관리해왔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구분, 지역별로 선수를 선발해 150명을 구성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을 활용해 이들을 권역별로 모아 훈련시켰다. 이들이 중학교로 진학하면 U-13 대표를 60명으로 구성하고, 1년이 지나면 40명으로 줄이는 등 피라미드식으로 최고의 선수를 걸러냈다.이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U-17 대표팀은 자연스럽게 또래에서 최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로 짜였다.

대한축구협회 조영증 기술교육국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용한 유소년 관리시스템이 한국청소년축구가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U-20, U-17 대표팀의 상당수는 K리그 팀 산하에 있는 유스팀 소속이다. U-17 대표팀의 이종호·이중권(광양제철고), 손흥민·조민우(동북고), 고래세·윤일록(진주고) 등이, U-20 대표팀 윤석영(전남) 등의 선수가 K리그 산하 유스팀 출신이다. 이것이 프로 선수가 대부분인 외국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감독들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카리스마의 대명사 홍명보 감독은 강력함 대신 부드러움을 택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선수들은 처음에는 홍 감독의 기세에 눌려 지레 겁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또한 냉찜질을 통한 선수들의 체력 회복 등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완성도 높은 전술을 구사했다.

이광종 감독은 유·청소년 지도자로 외길을 걸어왔다. 이 감독의 유공 시절 스승이었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박성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유소년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훈련계획서를 짜는 데 탁월했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 감독은 2000년 협회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전임지도자 1기로 들어가면서 유소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U-15 감독, U-20 수석코치를 거쳐 2007년 9월부터 현재의 팀을 맡고 있다. 이 감독은 프로팀 감독도 가르칠 수 있는 P(프로페셔널) 라이선스 보유자다. 현재 국내에 P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는 14명에 불과하다.

경기 경험과 개인기 향상은 과제

물론 올해 청소년 팀의 선전이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U-20 월드컵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3년 뒤 올림픽에서 ‘물먹은’ 팀은 셀 수 없이 많다. 1997년과 2001년, 2005년 U-20 월드컵 8강에 오른 총 24개국 중 바로 다음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국가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국이나 된다. 홍 감독 역시 청소년대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3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세계의 벽을 넘기 위한 당면과제로 개인기 향상과 어린 선수들의 경기경험 증대를 꼽았다. 개인기 향상은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축구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조금씩 향상해나가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해외 진출로 한창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할 나이에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홍 감독은 특히 유망주들의 J리그행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 내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한 데다 출전 횟수도 상당히 적은 게 현실이다. 홍 감독이 “U-20 대회 후 J리그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데, K리그는 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어린 선수들을 선발한 뒤에도 이적이나 임대 등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꼬집은 데서 알 수 있듯, 국내 구단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주간동아 2009.11.24 712호 (p74~75)

윤태석 스포츠동아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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