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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비싼 화장품, 무조건 좋다고?

화장품 원료값 판매가의 6% 불과 내 피부가 좋아해야 명품

비싼 화장품, 무조건 좋다고?

비싼 화장품, 무조건 좋다고?

서울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비쌀수록 잘 팔린다.’ 이른바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를 가리키는 이 문구는 화장품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큰돈을 지불할 때는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 기대감은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들고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이 마케팅의 핵심인 상술(商術)이다. 요즘 160만원을 호가하는 크림과 200만원 넘는 시트 팩이 출시돼 고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손에 들린 가방과 신발, 시계, 옷가지의 브랜드는 물론 가격까지 따지는 우리나라에서 비싸다 하면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화장품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자신을 마법처럼 바꿀 수 있다.

송혜교처럼 고운 피부를 선물해줄 것 같은 여자들의 ‘희망상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화장품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그래서 여드름이 나면 여드름 전용 화장품, 기미나 주근깨가 생기면 화이트닝 제품, 피부가 버석거리고 건조해지면 수분 크림을 사러 달려간다.

초고가 화장품은 우리의 이성을 잠시 멈추게 하고 가격만큼이나 무한한 신뢰를 갖게 한다. 고가 화장품이 놀라운 기능을 발휘해 내 피부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듯한 기대가 생긴다. 초고가의 가격이 초고가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프라이스 마케팅을 펼치더라도 소비자는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가의 명품가방과 신발을 사는 이유는 심리적인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을 사면서는 만족감뿐 아니라 그 이상의 기대를 품는다. 이 화장품이 내 피부를 도자기 피부로 만들어줄 거라는 ‘기능상의 기대’다.

이러한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실망감은 배가된다.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명품가방 사듯 하면 안 된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이나 구매만족감 때문에 비싸다고 무조건 사기에는 내 피부가 매우 소중하며 그 대가가 보잘것없을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은 전체 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대개 화장품의 원료는 판매가의 6%, 연구개발비는 1.8%, 기타 마케팅 광고비는 24% 정도 책정된다.

게다가 화장품 원가와 판매가격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값이 비싸다고 원가도 그만큼 높은 게 아니다. 화장품 업체들은 고가 화장품을 특별한 성분과 고가의 재료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런 성분과 재료의 함량 및 비율을 알 수 없고, 그런 성분이 피부에 어떤한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한 화장품은 개인마다 만족도의 편차가 크고 화장품 기능을 입증하는 제품 간 효능비교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런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만, 단순히 고가이고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광고만 보고 구입하는 것은 너무나 값비싼 모험이다.

비싼 화장품, 무조건 좋다고?
성분 함량·제품 효능비교 어려워

또 하나 중요한 건 화장품은 약품이 아니라는 것. 피부의 모든 문제를 화장품으로 해결한다면 그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다. 화장품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젊고 아름다운 피부는 70% 정도가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나머지 30%는 건강한 몸상태와 생활습관, 피부관리, 화장품 등이 결정한다.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 즐거운 마음이 피부에 이롭고 스트레스와 자외선 노출, 건조한 환경, 손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거나 비비는 등의 습관이 피부를 망친다. 자신에게 잘 맞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은 피부에 도움을 주지만, ‘아름다운 피부의 비결은 화장품’이라는 맹신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일 바르는 제품인 만큼 화장품을 고를 때는 피부에 이롭고 안전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고가 화장품이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모두가 그 기능성을 검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피부에겐 고가의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가 좋아하는 화장품을 줘야 한다.



주간동아 2009.11.24 712호 (p71~71)

  • 구희연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석사과정·‘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저자 ninapris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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