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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김지은의 Art & the City

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최우람 ‘Una Lumino Portentum’

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최우람 Una Lumino Portentum, 2009, 360x180x43cm

단세포 생물이 지구상에 태어난 것이 3만~4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가 최우람(39)이 만든 ‘기계’가 ‘기계 생명체’로 진화한 속도는 가히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작가는 자신이 만든 기계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1998년 컴퓨터칩을 이용해 단세포 생물이 시험관 속을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 ‘생명실험실(A Life Laboratory)’을 선보인 지 10년 만인 2009년, 그는 길이 5m, 무게 2t이 넘는 ‘숨은 달그림자(Opertus Lunula Umbra)’를 제작합니다.

작가는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양분으로 한 기계 생명체가 오히려 인간보다 빨리 기계의 진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기계 생명체는 자연계의 어느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까요?

도시의 잉여 에너지를 먹이로 삼는 거대한 꽃 모양의 암놈 ‘Urbanus’의 경우, 커다란 꽃잎을 오므렸다 펼치며 자신을 향해 헤엄쳐오는 물고기 모양의 수놈 ‘Urbanus’를 향해 빛을 발사합니다. 뭍도 물도 아닌 공중에 서식하는 이 기계 생명체들은 관람객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하도록 유도하죠.

그렇다면 이런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공간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의 최근작 ‘Una Lumino Portentum’(2009)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벽에 피어난 꽃 모양의 이 작품 역시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식물 모양이면서 따개비 같은 동물의 행동양식을 보이는 하이브리드 기계 생명체. 그 움직임을 관장하는 것은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CPU입니다.



린네가 분류한 동물계, 식물계, 광물계 어느 범주에도 들지 않는 그의 기계 생명체는 ‘현대문명의 이기인 컴퓨터의 가상공간이 얼마만큼 우리 현실을 지배하는지’에 대한 은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이미 우리의 또 다른 자연계가 돼버린 가상공간에서 불가능한 건 아무것도 없지요.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무한 가능성 역시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작품과 언제나 함께 등장하는 설명문, ‘기계 생명체 연합연구소’(United Research of Anima Machine·U.R.A.M., 최우람 작가의 이름과 동일)에서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군집생활을 하는 이 생명체는 벌이나 개미처럼 개별 생명체 간의 소통체계를 가지고 있고, 서로 교신하며 도시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고 합니다. 중력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 컴퓨터가 혁신시킨 인간 사고의 변화를 천재적으로 구현한 작가 최우람의 기계 생명체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켜봐야 할 겁니다.

New Exhibition
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김홍주展

이진준展 작가 이진준은 조소, 사진, 영상, 설치, 실험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LED 조명을 이용해 전시장 1층을 가득 채운 대형 미디어 설치작업 ‘Your Stage’를 선보인다. 11월27일까지/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02-720-5789
김홍주展 김홍주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초기부터 극사실주의에 천착한 작가는 1978년 이미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최우수 프런티어상을 받았다. 1980~90년대엔 오브제와 이미지가 교차하는 시리즈를 그렸고, 2000년대엔 ‘꽃그림’을 선보여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2월2일까지/ 아르코미술관/ 02-760-4855
동방의 요괴들 ‘동방의 요괴들’은 아트 인 컬처에서 주최하는 신진작가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말하는 ‘요괴’는 한국 미술을 세계로 이끌어갈 요사스러운 귀신, 작가를 말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신진 작가 19명은 지난 1년 동안 지역순회전, 워크숍, 아트페어, 유럽 아트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12월3일까지/ 두산갤러리/ 02-708-5050




주간동아 2009.11.17 711호 (p89~89)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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