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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상한 나라의 체육특기자들

“공부하라 하기 전에 공부할 여건을”

기준 학점 미달하면 대학 리그 출전 금지에 학생 선수들 당혹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공부하라 하기 전에 공부할 여건을”

“공부하라 하기 전에 공부할 여건을”

지금까지 체육특기자는 시합을 위한 훈련으로 수업에 빠져도 공결 (출석으로 인정되는 결석)처리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교육부의 감사로 더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앞으로는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한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 단체 구기 종목 선수는 경기 성적 외에 학사 성적에도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C학점 이상 받지 못하면 대학 리그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 과거에는 대회 참가나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학교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체육특기자의 학사관리를 조사한다고 나서면서 각 대학이 이를 강화할 공산이 커졌다.

교육계는 “아무리 체육특기자라도 대학생인 만큼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학생 선수와 각 대학팀 관계자들은 “적어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은 뒤 제도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훈련, 대회 관계없이 무조건 수업 나와야”

“공부하라 하기 전에 공부할 여건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C0 학점 미만 선수 출전 금지 조치로 일부 학교는
U리그 (대학축구리그)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대학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총장협의회)는 올해 상반기부터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대회에 직전 2학기 평균 학점이 C0 미만인 학생의 출전을 금지했다. 이 규정에 따라 총장협의회에 가입한 93개 대학의 체육특기자 중 102명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러운 듯 보이지만 대학생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과 경기 출전 금지제도는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2007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과 대회 참가 최저학업 기준제도를 도입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학에서도 체육특기자의 최저학업 기준 도입을 시작했다. 총장협의회는 2012년부터 대회 참가 관련 학점 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3년간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직전 2학기 평균 학점 C0 미만인 학생을 대상으로 대회 출전을 제한한다는 기준을 확정했다.



총장협의회는 2016년 1학기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려 했으나 일선 현장에서 준비 및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출전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대학 축구는 이 규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출전 금지 선수 102명 가운데 89명이 축구 종목 체육특기자였기 때문. 연세대의 경우 이 기준 때문에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해 U리그(대학축구리그)에 불참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축구부 선수 28명 중 절반인 14명이 학점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학점 미달 선수가 많은 부산 동아대와 대구대는 선수 등록을 마쳤으나 리그 참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축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학점 기준 미달 선수가 많은 이유는 한일대학축구 정기전, U-20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많아 수업에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장협의회는 제도 도입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 총장협의회 관계자는 “미국에도 기준 학점을 충족하지 못한 체육특기자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 게다가 대회 출전 기준인 C0는 학사경고를 면하는 수준으로 출석과 과제 제출, 시험 응시만 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성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1281개 대학을 회원으로 둔 전미대학경기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에도 기준 학점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총장협의회의 주장대로 C0라는 학점은 체육특기자라도 해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는 학점이었다. 서울 사립대에 다니는 농구 체육특기자는 “체육특기자는 대회 참가나 훈련 등이 출석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훈련 일정과 수업이 겹쳐 아예 수업에 한 번도 못 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C0 이상 성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훈련 등의 활동을 출석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을 채택한 대학의 학사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기 때문. 체육특기자가 100명 이상인 전국 17개 대학은 교육부 관계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하고 있다.

체육특기자가 100명 미만인 80여 개 대학은 자체 조사 후 서면으로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한 사립대 체육학과 관계자는 “앞으로는 체육특기자가 대회나 훈련 등으로 수업을 빠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사립대 배구팀에 소속된 체육특기자도 “앞으로 학업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과 성적 경쟁을 할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

학사관리가 어려워진 데다 일정 학점을 받지 못하면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체육특기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호남지역 사립대에 다니는 한 축구 체육특기자는 “대학생이니 아무리 체육특기자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제도의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나 배려는 마련하지 않은 채 갑자기 성적 제한을 두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라고 말했다.

서울 사립대의 한 축구 체육특기자도 “리그의 매 경기는 특기자 선수에게는 일반 대학생의 입사면접과도 같은 기회다. 경기마다 프로나 실업구단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확인해 나중에 입단의 기초자료로 삼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인 만큼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운동선수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현재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은 없으면서 체육특기자들에게 무조건 수업에 들어가 성적을 받으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체육특기자의 학습권을 반드시 보장해 대학 교육을 통해 사고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단국대는 2008년부터 체육특기자를 천안캠퍼스 스포츠과학대 국제스포츠학과에 소속시켜 비슷한 환경의 선수끼리 수업을 충실히 듣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졸업한 체육특기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한 “체육특기자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학사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리그는 주말에만 경기를 진행하는 등 학생이 공부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중고교 시절부터 운동에 전념한 체육특기자들이 대학에 진학해 갑자기 공부를 시작하는 건 매우 어렵다. 장기 계획을 세워 중고교 때부터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진통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7.04.05 1082호 (p42~43)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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