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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경쟁力,검색力,구글力 02

‘기초 튼튼’ 구글, 네이버 넘어서나

구글 “찾아 떠나라” vs 네이버 “와서 놀아라” IT철학 현격한 차이

‘기초 튼튼’ 구글, 네이버 넘어서나

  • 같으면서도 다른 구글과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그 철학과 메커니즘, 결과물에선 사뭇 대조적이다. 네모난 검색창 뒤에 숨겨진 네이버와 구글의 깊은 속을 들여다봤다.
‘기초 튼튼’ 구글, 네이버 넘어서나
구글과 국내 포털을 비교하려면 근원적 질문을 하나 해야 한다. 왜 구글과 국내 포털의 웹페이지는 첫 화면부터 다르게 생겼을까? 구글(www.google.co.kr)의 첫 페이지엔 검색창 하나만 심플하게 띄워져 있다.

반면 네이버(www.naver.com)나 다음(www.daum.net)의 첫 페이지는 수많은 콘텐츠와 광고로 가득 차 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미(韓美) 스타 기업의 차이를 모두 설명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의 첫 화면은 이 회사의 색깔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구글은 연간 광고단가로 따지면 수천억원대에 달할 첫 화면을 당당하게 비워두고 있다. ‘검색한 당신, 떠나라’는 것이 구글의 철학이다.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이용자를 빨리 해당 사이트로 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다. 정보 검색의 강자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으며, 첫 화면에 광고를 싣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것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기 예언적 다짐. 그것이 검색창 하나를 띄워놓은 첫 화면에 오롯이 녹아 있다. 검색 결과와 광고도 섞지 않고 그 흔한 광고 팝업도 띄우지 않는다. 구글은 이러한 모든 원칙을 ‘사용자 중심의 철학’으로 설명한다.

사용자가 구글 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을수록 구글 사이트에서 광고를 보는 시간도 줄어들고 광고 수익도 줄어든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후에도 계속 구글을 이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구글 사용 빈도가 늘어 광고 수익도 늘 것이라는 먼 안목으로 접근한다. 무엇이든 중심에는 사용자가 있으며 사용자의 검색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비즈니스들이 따라오리라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옳았다는 사실은 전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 70%에 가까운 독보적인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글의 슬로건과 더불어 수많은 마니아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됐다. 이에 비해 네이버, 다음 등에는 볼 것이 많다. 웹툰, 쇼핑 정보, 누리꾼 사이의 핫이슈 등을 즐기다 보면 몇 시간이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달며 아고라에 의견을 낼 수도 있다. 혹자는 이런 거대한 놀이터를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부른다.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다른 사이트로 보내주는 포털(portal·관문)의 성격을 포기하고 토털 서비스(total service·종합 서비스) 사이트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최근 들어 상당한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1년 전만 해도 네이버에 들어온 이용자가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비율은 고작 20%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도 네이버의 행보가 ‘네이버랜드’를 확대하는 쪽으로 향한 것엔 변함이 없다. 다음이 개방화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지만, 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 등 화려하고 복잡한 국내 포털의 기본 방침은 ‘검색한 당신, 그 자리에서 놀아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부구조의 구글, 상부구조의 네이버·다음

한미 스타 기업이 엇비슷한 시기에 태동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1995년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이재웅은 급거 귀국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립했다. 그리고 한메일로 시작해 검색, 카페 서비스를 묶은 다음은 2000년 초 부동의 1위로 여겨지던 야후코리아를 물리치고 국내 검색시장 1위에 올라섰다. 한편 1997년 삼성SDS의 이해진 대리는 검색엔진 개발로 제1호 사내벤처 사장이 됐다. 1999년 분사한 네이버컴은 이후 게임업체 한게임, 검색솔루션업체 서치솔루션과 합병했다.

그리고 상장 2년 만인 2004년 코스닥 업종 1위에 등극했으며 국내 포털시장에서도 다음을 누르고 부동의 수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힌트를 얻어 검색업체 ‘구글’을 설립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수를 의미하는 구골(googol·10의 100승)을 회사 이름으로 정하기로 했지만, 철자를 잘못 알아 구글(google)이 사명이 됐다.

6년 후 나스닥에 등록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유수 IT기업을 단번에 위협하며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됐다. 이들의 창립 시기는 비슷했지만 스타 기업을 탄생시킨 한국과 미국의 IT 환경은 달랐다. 미국은 한국보다 초고속 인터넷 속도가 느렸다. 지금도 중위권 수준이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미국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예산을 투자해 망을 깔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IT의 본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컴퓨터의 두뇌 노릇을 하는 프로세서, 각종 정보를 처리·저장하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란 기술도 미국의 대학과 군 연구기관에서 만든 것이다. 비록 초고속망 보급률은 낮았지만 미국은 인터넷산업을 뿌리부터 뒤흔들 ‘괴물’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 미국의 구글은 처음부터 인터넷산업의 기술 토대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웹 위에서 무엇을 보여줄까를 고민하기보다 콘텐츠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하부구조의 메커니즘을 재설계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구글은 검색에 최적화한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했으며, 전력공급이 원활한 수력발전소 옆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지었다. 미국-일본 간 해저 케이블망을 직접 깔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위키노믹스’의 저자 돈 탭스코트는 “구글은 세계 4위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등장은 구글과 좀 다르다. 한국은 정부의 대대적인 산업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산간마을까지 초고속 인터넷을 일사천리로 깔았다.

원천기술과 기반기술은 부족했지만, 무엇이든 담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정보 고속도로’만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였다. 네이버의 출발과 진화 과정 역시 ‘초고속망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상부구조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를 서비스의 중심에 내세우며 카페를 만들고 게임을 제공하는 등 ‘웹 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네이버가 네이버컴 시절 한게임과 합병한 것은 ‘초고속망 강국’ 한국에선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이러한 IT 환경의 차이는 서로 다른 전문경영인을 만나 더욱 증폭됐다. 구글은 선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에릭 슈미트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기업 비전을 ‘세계 정보의 재편’으로 내세우고, 언뜻 봐서는 검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은 콘텐츠와 미디어 전략가를 영입했다.

‘기초 튼튼’ 구글, 네이버 넘어서나
기술 우선주의 vs 서비스 우선주의

이처럼 웹 아래의 문제, 즉 하부구조에 골몰해온 구글은 기술 우선주의 경향을 띤다. 웹 위의 문제, 즉 상부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착해온 네이버와 다음은 서비스 우선주의 경향을 드러낸다.

물론 우선적인 관심을 어디에 두는지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구글이 꼭 기술적인 면만 강조해온 것은 아니다. 구글도 결국 검색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하부적 토대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 기반한 구글 검색의 위력은 방대한 색인 페이지와 빠른 속도에서 나온다. 웹 페이지를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는 웹로봇, 수집한 정보를 계산해 빠른 속도로 결과를 도출하는 슈퍼컴퓨터 운용 능력에서 구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검색 결과가 느리다면 다시 한 번 고민해 출시한다. ‘이런 검색 결과는 없겠지’ 하며 매우 특이한 검색어를 넣어도 용케 결과를 찾아내주는 게 구글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해 있으며 인위적으로 편집해 순위를 뒤바꾸는 일은 없다. 구글이 빠른 시간에 전 세계 100개 언어를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자동화 시스템 덕분이다. ‘전 세계 언어의 교차번역’이라는 엄청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도 구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에 산재한 방대한 이미지 정보를, 그 이미지가 얼굴이든 라인아트이든 고해상도이든 상관없이 더욱이 저작권 문제까지 알려주며 찾아줄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기초 튼튼’ 구글, 네이버 넘어서나

구글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다음의 이재웅, 네이버의 이해진(왼쪽부터).

웹 검색을 할 때도 특정 형식의 파일만 찾거나 특정 사이트를 구글 검색을 이용해 숨겨진 정보까지 찾는 등 다른 포털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가 구글에서는 가능하다. 일례로 ‘초록색 말미잘’이 실제 어떤 모습인지 찾아보자.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선 결과가 없는 반면, 구글에선 다양한 이미지가 쏟아져 나온다. 구글의 강점인 방대한 색인 페이지, 색깔을 인지하는 데이터 처리 기능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네이버는 친절하게 떠먹여주는 서비스로 경쟁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네이버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통합검색’은 검색 품질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단순히 웹사이트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블로그’ ‘이미지’ ‘사전’ 등 정보의 속성에 따라 분류해 결과를 보여준다. 누리꾼이 뉴스, 이미지, mp3 등 자료의 속성에 따라 정보를 찾는다는 행태에 주목한 것이다.

인기 콘텐츠를 위주로 다룬다는 한계는 있지만, 연관성 있는 콘텐츠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놓는 네이버의 친절함에 한국 누리꾼은 길들여졌다. 이런 특성 때문일까. 구글은 주로 통신업체의 견제를, 네이버와 다음은 콘텐츠업체, 즉 신문과 방송 등의 견제를 받고 있다. 구글을 대하는 산업계의 반응은 ‘두렵다’는 것. 모바일 및 PC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만들고 새 웹브라우저를 내놓은 구글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활력 잃은 한국 웹 생태계는 어디로?

한편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업체를 대하는 국내 전통매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편리한 포털로 뉴스 구독이 집중됨에 따라 매출에 악영향을 받은 신문·방송업계는 ‘낚시질 기사’ ‘과도한 연성기사 노출’ ‘포털 저널리즘’ 등 여러 비판을 제기한다. 국회에선 10여 개 포털 견제 법안이 제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콘텐츠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네이버는 구글 같은 하부구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IBM과의 제휴 중단 같은 극약 처방을 내리는가 하면, 웹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뉴스 화면을 개방화했다. 한때 시장점유율 70~80%에 달하던 네이버의 독과점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웹 관계자들은 구글코리아가 국내 웹 생태계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시장 진출 소식만으로도 국내 포털들의 주가를 폭락시킨 구글이다. 그러나 각종 정보를 찾는 데 유능하다는 구글의 장점이 오히려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문제는 국내 검색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방(善防)하고 있는 데 대해 박수만 보낼 수 없다는 아이러니에 있다. 토종 포털들이 해당 사이트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를 자사 사이트에 가둬두는 ‘폐쇄전략’을 오랫동안 취해 한국 웹 생태계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80%를 훌쩍 뛰어넘는 네이버와 다음에 진입하지 못한 서비스나 콘텐츠는 늘 하루살이처럼 위태로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새로운 스타 기업을 낳았던 웹 2.0 바람도 국내에서는 말만 무성했지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물론 네이버도 ‘웹 생태계 활성화’를 말한다.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만 볼 수 없을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늘 분기 실적 압박을 받는 공개기업의 특성상 네이버는 개방화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속도 조절은 전체 한국 웹 생태계의 발전 측면에선 실기(失期)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검색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다양한 정보를 모두 담아내면서도 사용자가 의도하는 정보를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는 검색 사이트가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는 점이다. 차고 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와 가장 관련성이 깊고, 남들이 잘 알지 못하며, 최신의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 제공하는 자(者), 과연 누구일까.

도움말 : 류현정 IT 칼럼리스트, ‘구글 vs 네이버 검색대전쟁’ 저자 twitter.com/dreamshot



주간동아 2009.11.17 711호 (p20~22)

  • 정리=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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