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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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 After The Love Has Gone 外

  • 현현 대중음악평론가 hyeon.epi@gmail.com

    입력2009-11-04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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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 - After The Love Has Gone 外
    알리 - After The Love Has Gone

    솔 음악의 세례를 받은 여성 보컬리스트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흉내’내 우렁차게만 노래하는 ‘과체중 여가수’들이 솔 싱어라고 등장하지만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았다. 인순이를 필두로 윤미래처럼 태생부터 솔의 영혼이 가득한 보컬리스트들을 제외하고 나면 정인과 알리만 남는다.

    앨범 발매 전부터 화제였던 슬로 넘버 ‘365일’의 주인공인 알리는 한국 디바의 역사에 선명한 자취로 남을 만한 목소리를 지녔다. 솔의 섬세하고 색기 있는 디테일을 재현하는 꾸밈음 처리,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를 연마한 덕에 성대의 거친 마찰과 후련한 호흡이 조화를 이루는 발성.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솔 싱어의 탄생이라는 증거가 된다.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365일’ 외에도 주목할 만한 곡이 많다. 펑키 디스코 트랙인 ‘Crazy Night’은 다소 섭섭한 편곡에도 알리의 솔풀한 목소리가 굴곡 강한 멜로디라인을 지배해 매력적으로 들린다. 알리는 좀더 실력 있는 음악가들과 함께한다면 한국 대중음악을 정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력의 보컬리스트다.

    로지피피 - Cozy Rossy Mini



    여성 싱어송라이터 로지피피는 요조, 타루 등 홍대앞 여성 싱어송라이터 붐을 타고 나타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미 2006년 데뷔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해온 실력파다. 5곡을 수록한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니카와 실연주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이다. 꽃 이름과 고양이가 난무하는 소녀적 심성의 이른바 ‘시부야계’ 스타일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로지피피의 음악은 그 계열보다 훨씬 성숙하고 솔직한 발성의 목소리로부터 차별된다. 싱어송라이터로의 재능으로 흠뻑 물든 트랙 ‘Sugar Honey’의 히트가 예상된다.

    이수영 - 9th Dazzle

    양산형 발라드 싱어의 전형인 이수영 창법의 핵심은 ‘오버액트’다. 좀더 깊은 강약의 조절, 좀더 깊은 발음의 왜곡 등이 전국의 가수 지망 소녀들로 하여금 노래방에서 이수영 흉내를 내게 한다. 뛰어난 프로듀서인 조규만이 만든 세련미 넘치는 넘버 ‘내 이름 부르지 마’는 어떤 재료를 가져다놓아도 패스트푸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의 보컬리스트 이수영의 능력이 극에 달한 곡이다. 이제 이수영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음악적 시도를 넘어서는 창법과 장르에 대한 태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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