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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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강세 … 수출길 넓어진다

한국 상품 상대적 경쟁력 우위 … 세계 경제 불안→환율조정 이어질 수도

  •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ys@seri.org

    입력2009-11-04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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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화 강세 … 수출길 넓어진다

    유로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함께 미칠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딜링룸.

    유로화 강세가 두드러진다. 10월23일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1.5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월18일 대비 19.9% 절상된 것. 이는 지난해 8월8일 1.503달러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사태(9월15일) 직전의 1.42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환율이다. 유로화는 비단 달러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 엔화,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19.7%, 17.7%, 4.1% 절상된 것.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즉 달러화의 약세에다 유럽의 상대적 고금리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로화 강세는 유럽 내부요인보다 외부요인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현재 유럽 경제는 주요국에 비해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약세, 고금리가 유로화 강세 부추겨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면 유로화 강세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달러화 약세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돼 나타난 것이다. 역으로 지난 3월 이전에 나타난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즉 기축통화 프리미엄 때문이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해소되고 그전까지 과도하게 형성된 기축통화 프리미엄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10월23일 금융불안지표인 VIX(Volatility Index)는 22.3으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9월12일)의 25.7을 하회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싼 이자의 달러화를 빌려 달러화 이외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출현 때문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기준금리를 0~0.25%로 터무니없이 낮춘 탓이다. 그 여파로 지난 8월부터 달러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가 엔화 금리(엔 리보)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1993년 이후 16년 만의 일. 이로 인해 지금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가장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기반으로 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붐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를 SDR(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로 바꾸자는 국제사회의 기축통화 대체 논의 등 달러화의 신인도 하락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은 자국 통화를 무역 결제통화로 사용하고 있으며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은 자기들만의 지역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달러화 약세가 유로화 초강세로 연결되는 이유는 달러화 신인도 하락이라는 빈 곳을 유로화가 일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가 달러화 다음으로 국제통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유로화 강세를 초래하는 것. 최근 금값 급등 현상도 달러화 약세의 반사효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유로화 강세와 맥을 같이한다.

    손익계산 철저히 따져 대응을

    유로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먼저 유로화 강세는 유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 확대와 연결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유럽연합(EU)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0%로, 중국(23.6%)보다 낮지만 미국(10.6%)보다는 높다. 즉 EU 지역은 한국에게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유로화 강세로 유로 지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더욱 빨리 회복될 수 있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유럽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독일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6월 이후 하락한 반면, 한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2/4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 상승한 19.4%를 기록한 반면, 노키아는 2.1%포인트 하락한 38.3%를 기록했다.

    두 회사 간 격차가 줄고 있는 것이다. 환율 효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유로화 강세로 인한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유럽 경제의 둔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도 존재한다. 유로화 강세로 유로 지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유로 지역의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 유로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3.8%로, 미국(8.5%)에 비해 매우 높다. 역내 수출 비중을 제외하더라도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로 지역 경제의 둔화는 그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유로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경제의 성장 둔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유럽의 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51%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독일 등 유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유로화 강세는 동유럽의 외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유럽 상당수 국가의 대외채무 비중이 GDP 대비 50%를 상회하는 데다, 이들 대외채무 대부분이 유로화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로화의 두드러진 강세 여파는 동유럽 국가의 성장 둔화, 나아가 동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킨다. 이런 우려는 세계 금융시장과 서유럽 금융회사의 국내 대출 회수를 가져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지난 2월에 터진 동유럽 금융위기 우려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로화 강세로 유로 지역의 수출이 둔화될 경우,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환율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버냉키 미국 FRB 의장이 세계 경제 불균형 조정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의 내수경기 부양과 환율 조정을 요구한 것처럼 말이다. 10월19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로존 국가들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더욱이 유로 지역 관계자들이 연내 중국을 방문해 환율 문제를 논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에 대한 환율 조정 요구는 원화로도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유로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로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에 대한 환율 조정 요구가 거세질 수 있으며, 나아가 동유럽 경제가 어려워지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책 당국과 기업들은 유로화 강세의 긍정적 효과만 보면서 방심하지 말고,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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