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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물길 트면 개천에서 용 납니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막힌 물길 트면 개천에서 용 납니다”

“막힌 물길 트면 개천에서 용 납니다”
“개룡남녀를 아시나요?”

‘개룡남녀’는 ‘개천에서 용 된 남자 혹은 여자’를 말한다. 집안은 보잘것없지만 자신의 실력만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개룡남녀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부모의 재력과 학력이 자녀의 재력과 학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돼버린 것. 신분 이동과 계층 간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던 수단인 교육도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막힌 물길을 틀어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자.”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정대진(31) 씨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동맥경화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원가에서 논술강사를 했습니다. 서울 대치동, 목동 등에서 강의를 했는데 제가 살던 곳(경기 시흥)과는 분위기가 너무나 대조적이었죠.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들의 한이 모이면 미래는 갈등과 불안으로 얼룩질 뿐입니다.”



정씨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게 된 이유로 경쟁 틀의 변화, 양극화 고착, 제도화하지 않은 질서와 문화를 꼽는다. 그는 당사자인 지금의 10, 20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획기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만 16세가 되는 이들에게 전면적으로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것.

“개룡남녀가 사라졌다는 것은 바로 10대들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발언권을 줘야 합니다. 일반 선거에서 투표권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교육감, 교육위원회 위원 선거에서는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제2, 제3의 저작을 통해 개룡남녀가 사라지는 현실을 꾸준히 고발해나갈 생각이다.

“개천에서 꼭 용이 날 필요는 없습니다. 용이 못 되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장 슬픈 현실은 젊은이들이 개룡남녀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스스로 꿈을 위축시킨다는 점입니다. 암울한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주간동아 709호 (p101~10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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