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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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스펙터클, 보기 드문 세련미

뮤지컬 ‘남한산성’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0-28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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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장한 스펙터클, 보기 드문 세련미
    김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남한산성’은 원작에서는 큰 비중이 없었던 오달재를 주인공으로 해서 역사의 이면과 러브라인을 부각했다.

    오달재는 병자호란 당시 청과의 화친을 결사반대했다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인조가 항복하자 참형을 당한 삼학사 중 한 명이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은 인물에 상상력을 보태는 것은 ‘무대화’에 알맞은 각색이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고뇌하는 젊은이의 내면과 삼각구도의 러브스토리라는 2개의 플롯을 설정한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역할이 미미해 메인 플롯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한 오달재는 개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행동들 때문에 설득력이 약한 캐릭터가 형성됐다. 오달재, 매향, 남씨 부인의 러브스토리도 다소 피상적이다. 한편 이 작품에는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남자를 위해 희생하거나, 희생되거나).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구축하는 대신 전쟁의 참상을 묘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웅장한 스펙터클은 비장미를 느끼게 하며 무대는 디자인·질감, 활용도에서 지금까지 창작 뮤지컬에서 보기 힘들던 세련미를 드러낸다. 남한산성의 뒷벽과 청나라 적진의 상징적이고 모던한 디자인, 대나무를 활용한 독창적인 프레임이 눈에 띈다.



    조명도 대극장에 어울리는 테크닉으로 극의 분위기를 표현했고, 폭격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브로드웨이의 전형적인 뮤지컬 형식과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안무, 장면 구성, 멜로디와 반주 진행 등에서 콘서트 형식의 모던한 프랑스 뮤지컬을 응용한 듯 보인다. 음악과 춤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보여줬다. 그러나 스타일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특히 편곡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가사가 단순하고 나이브한 반면 대사는 난해한 나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 부조화를 느끼게 했다.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몽진 갈 때와 오달재, 매향, 김명수, 초홍이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극적인 대비가 잘 이뤄졌다. 장면의 연출력도 돋보이는데, 특히 오페라적인 웅장함을 속도감 있는 전환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출했다.

    인형을 활용해 인조가 항복의 뜻으로 절을 하고 머리를 숙이는 장면을 처연하게 묘사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김수용, 이필모, 배해선, 서범석, 성기윤, 손광업, 이정열, 임강희, 예성 등이 출연한다. 성남아트센터, 11월4일까지,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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