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9

2009.11.03

매혹적인 과일 향기…펠시나 샤르도네 ‘이 시스트리’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10-28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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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적인 과일 향기…펠시나 샤르도네 ‘이 시스트리’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메인 요리 전에 나오는 파스타가 프랑스에선 더 이상 이국적이지 않듯, 토스카나에서 양조된 샤르도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면 한편으론 약간 개운치 않을 것이다. 이는 토스카나의 향토적 정서가 강한 탓도 있고, 그곳에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질박한 감성 탓도 있다.

    ‘토스카나’ 하면 산지오베제로 만든 레드와인이 워낙 크게 자리잡고 있으니 화이트라고 하면 좀 생경하다. 더욱이 프랑스 포도 샤르도네로 만든다고 하면 이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화한 와인 세계에서는 토스카나뿐 아니라 피에몬테에서 샤르도네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특정 지역에서만 특정 와인이 나와야 한다면 그 지역에서조차 동의를 얻기 힘들 정도로 포도 종류는 이미 세계화했다. 그래서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도 산지오베제가 양조되고, 뉴질랜드에서도 피노 누아가 나온다. 중요한 점은 품질과 가격이 얼마나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느냐는 것이다.

    양조장 펠시나에서도 맛 좋은 샤르도네가 나온다. 순도 높은 산지오베제를 정연하게 양조한다고 평가받는 펠시나에서 ‘웬 샤르도네?’라고 의문을 품을지 모른다. 그럴 만도 하다. 로버트 파커의 이탈리아 와인 평가를 대신하는 안토니오 갈로니는 펠시나의 주인장을 가리켜 “그를 베면 아마도 피 대신 산지오베제를 흘릴 것이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레드 주산지에서 화이트를 만드는 목적이 상업적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지만 양조장 자체 수요, 즉 주인장 가족의 다채로운 먹을거리를 위함이기도 하다. 이뿐 아니라 양조장의 위생상태에 더 신경 써야 화이트를 양조할 수 있기 때문에, 화이트까지 잘 만든다고 평가를 받으면 양조장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셈이다.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펠시나의 샤르도네 이름은 ‘이 시스트리(I Sistri)’. 고대 그리스 풍요의 신이며, 이집트 아스완에 있는 유명 신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라벨에서부터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발효 후 침전물을 그대로 둬 와인이 그 위에서 숙성하게 함으로써, 농후한 부케를 함유하고 숙성력도 갖추게 했다.

    2005 빈티지는 노란빛이 감돌며, 초보자도 금세 알아차릴 매혹적인 과일 향기가 가득하다. 이국적인 아로마가 넘치며 간결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을 제공한다. 이미 충분히 숙성돼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말고 곧 개봉할 것을 권한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가격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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