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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한기호의 독서노트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우석훈 지음/ 레디앙 펴냄/ 244쪽/ 1만2000원

지금 20대는 돈, 집, 결혼이 없는 3무(無) 세대다. 승자독식 체계와 학벌주의 사회인 탓에 일류대학에 들어가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면 평생이 행복할 거라 생각했고, 학원에서 강의 끝나기 5분 전에 강사가 알려주는 ‘요점’을 열심히 외웠다.

하지만 죽어라 매달린 결과가 이렇다. 20대 청춘은 취업에 저당 잡혀버렸다. 얼마 전까지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더니 이제 ‘77만원 세대’로 전락했다. 취업은 너무 어렵고 설사 취직됐다 해도 대부분 불안한 비정규직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는 ‘낙바생’, 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을 뜻하는 ‘장미족’, 토익 성적에 목숨을 거는 ‘토폐인’ 등 새로운 인간형마저 등장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의 창안자인 저자는 ‘88만원 세대 새판짜기’라는 부제가 붙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 지금 한국의 20대는 ‘절망하는 존재’와, 절망도 하지 않는 ‘절망적인 존재’ 두 부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동굴에 갇혀 공포를 내면화하고 있다. 그러니 꿈과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장하준 같은 성공한 역할모델마저도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라고 간주하고 한 방에 무시해버린다.

그들은 ‘판단하라!’는 주문을 받으면 매우 당황한다. 학원식으로 요점정리가 돼 있지 않은 ‘답 없는 질문’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진다. ‘이렇게 하세요’라고 핵심을 정리해주는 문제이거나 최소한 사지선다형으로 출제하지 않으면 답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의나 민주주의, 공동체의식에 관심이 있을 리 없고 오로지 ‘예쁘고, 폼 나고, 멋진’ 것을 위해 목숨을 건다. 불의는 참아도 추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들이 바로 20대다.



지금 그들은 고용 문제에 관한 한 완전히 고립됐다. 그렇지만 힘을 합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각개약진’으로 스펙을 쌓으면서 몸 자체가 ‘신자유주의의 자식’이 되는 데 혈안이 됐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한 ‘프레카리아트 운동’이 자민당 정권의 54년 집권을 붕괴하는 데 확실한 힘을 보탰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트란 뜻으로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해 불안정한 고용과 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말한다. 민주당 정권은 이들의 주장을 공약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저자를 답답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20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겠다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삭발한 대학생 48명이 구속돼도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러니 여야 정치권은 그들을 간단히 무시해버린다. 선거에 더 열심히 참여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조직을 선택하거나 시민운동 조직을 만들어 자기 목소리를 외치기만 해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 형식의 경제’가 자리잡는 큰 계기가 될 것이지만 그럴 의사는 없어 보인다. 당사자 운동에 관한 한 선배들의 경험도 거의 없다. 과거 학생운동은 대부분 야학 운영, 농활 등 노동자와 농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벌인 ‘대리인 운동’이었다.

일부 대학에서 생태운동이나 대학 생협 활동 같은 당사자 운동의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리인 운동에서 당사자 운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배경이 될 만한 적절한 이론을 갖추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는 20대에게 학생과 청년, 여성들이 사회와 교육의 모순과 관리사회에서의 인간소외를 해결하라는 주장으로 전면에 나섰던 ‘68운동’과 세계를 지배하던 영국의 자본가들로부터 참정권을 얻어낸 19세기 ‘차티스트 운동’에서 비폭력 권리선언의 정신을 배우라고 말한다.

권리선언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일하고 싶은 자에게 일자리를 주는 노동권, 기숙사와 학생 아파트 같은 사회적 주거까지 포함된 주거권, 아르바이트를 해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보건권 등은 20대가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여기에다 대학교육뿐 아니라 실무교육 면에서도 사회적 접근을 통해 비용을 대폭 줄이는 교육권을 포함한 4대 권리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4대 권리는 배고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잔인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충분히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삶이다. 이 정도 소박한 꿈을 위해 권리장전의 선언이라는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읽다 보니 우리 젊은이들이 얼마나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지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주간동아 2009.10.27 708호 (p88~89)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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