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2009.10.20

프랑스 농촌 질박함 묻어나는 알로스 코르통 2004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10-16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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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농촌 질박함 묻어나는 알로스 코르통 2004
    프랑스를 상징하는 달팽이 요리. 이 요리의 본고장인 부르고뉴에서 이제 달팽이가 더 이상 프랑스산이 아니라 해도 관광객이 끝없이 밀려드는 것은 프랑스의 또 다른 상징인 부르고뉴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부르고뉴는 보르도와 달리 단일 품종 와인이 주류를 이룬다.

    피노누아의 레드, 샤르도네의 화이트가 그것이다. 한 가지 포도로 와인을 만들지만 포도밭의 위치에 따라, 생산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런 맛의 비밀은 애호가들을 자극하는 부르고뉴만의 매력이다. 와인의 다양성에 눈뜬 우리 소비자들의 왕성한 호기심 덕분에 이젠 국내에서도 부르고뉴의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이탈리아 와인을 전문으로 수입상이 여럿 나타나더니 최근에는 부르고뉴 전문 수입상들이 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요즘 와인을 둘러싼 세계적 이슈는 가격이다. 수입상들이 경쟁적으로 할인에 나서고 있어 지혜롭고 꼼꼼한 소비자들에게는 쇼핑의 황금기가 도래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할인 경쟁을 해도 공급이 제한되고 수요가 튼실한 와인은 예외일 수밖에 없다.

    서유럽을 통일한 샤를마뉴 대제는 서기 775년에 지금의 코르통 포도밭을 인근 수도원에 기증했다고 전해진다. 이 밭은 지금까지 명맥이 유지돼 알로스 코르통 마을의 최고 포도밭으로 남아 있다. 알로스 코르통의 원래 이름은 ‘알로스’였다. 하지만 1862년 ‘코르통’이라는 이름이 덧붙어져 알로스 코르통으로 바뀌었다.

    나폴레옹이 애호하던 샹베르탱을 주브레 마을 이름에 병기해 오늘날 주브레 샹베르탱으로 마을 이름이 바뀐 것과 같은 이치다. 1797년에 개업한 양조회사 루이 라투르가 만든 알로스 코르통(Aloxe-Corton) 2004를 추천한다.



    루이 라투르는 일부만의 호사이던 부르고뉴에 브랜드를 입히고 대중성을 확보해 부르고뉴의 저변을 세계화한 주인공 중 하나다. 이곳의 알로스 코르통은 오래전부터 한국에 유통되고 있다. 충분히 익어 이미 질감이나 피니시가 여리게 변모했지만, 여전히 피노누아의 전형성을 지녔다.

    속이 비치는 붉은 빛깔이 투명하고 맑다. 오렌지 껍질과 체리의 상큼한 향기가 풍긴다. 쌉쌀하고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며, 간결하고 깔끔하며 우아하고 담백한 입맛을 경험하게 한다. 가볍고 여린 질감이지만, 인심 좋은 시골 맛이 연상되며 고전적인 향토적 농촌의 질박함이 묻어난다. 수입 아영FBC, 가격 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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