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2009.10.13

뜨는 럭셔리 와인 포데레 사파이오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10-07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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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는 럭셔리 와인 포데레 사파이오
    럭셔리와 와인은 찰떡궁합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 시장에서 무척 잘 통한다.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고 스토리를 부여해 특별한 가치를 선사하는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과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루이비통 그룹이다.

    디켐과 슈발 블랑을 포함해 전 세계에 포진한 수십 군데 양조장을 통해 와인과 명품의 시너지를 추구한다. 샤넬도 보르도 특급 샤토들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다. 프라이빗 뱅킹 전문가들은 고객에게 포도원 매입이나 조성을 자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들에게는 각별한 와인 애호로 혹은 별장 겸 취미 터전으로 포도원 매입을 추천한다.

    왕관 모양의 라벨이 눈길을 끄는 와인이 나와 화제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볼게리 지역에 터전을 잡은 양조장에서 나왔다. 포데레 사파이오가 그것이다. 이곳 오너는 밀라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토즈 그룹의 사장이다. 럭셔리 브랜드 토즈는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다.

    볼게리는 1944년에 보르도에서 들여온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심으면서 와인 산지로 탈바꿈했는데 이곳이야말로 상전벽해의 현장이다. 복숭아밭, 딸기밭이던 곳이 하루아침에 명산지가 된 것이다. 볼게리에는 사시카이아(Sassicaia)를 필두로 한 유명 양조장이 즐비하다.

    이탈리아에선 드물게 와인 역사가 100년도 되지 않는 볼게리는 어쩌면 명품업자에게는 안성맞춤인지도 모르겠다. 명품 이전에는 무명이었으나 무명의 거친 시절을 버텨내면서도 품질의 고집이 변치 않고, 사용할수록 본질적 성능이 쇠락하지 않는 구두 한 컬레는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법이니까. 무명의 볼게리가 명산지가 된 것이나 무명 구두 브랜드가 명품이 되는 과정은 흡사하다.



    호기심에 관계자에게 “왜 왕관일까?”라고 물어보니 “사파이오를 품은 대지에 찬사를 보내는 마음으로 왕관을 택했다”고 대답했다. 차라리 와인을 선택한 소비자가 왕관을 받는다고 말했다면 어떠했을까.

    보르도 전통 레시피로 만든 사파이오(Sapaio, 30만원대)는 이 양조장 대표 와인으로 풍성하고 진한 질감과 화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일품이고, 볼폴로(Volpolo, 15만원대, 사진)의 농익은 블루베리와 체리 향기, 섬세한 질감 속 단단한 구조는 시음자의 혀에 맛의 왕관을 씌운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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