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2009.09.29

“너, 아직도 치즈 안 먹니?”

한국인 치즈 소비 폭발적 증가 … 高價에 생소한 맛, 대중화엔 시간 필요

  • 윤경 서울우유 중앙연구소 치즈연구팀장 yoonkyung@seoulmilk.co.kr

    입력2009-09-23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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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아직도 치즈 안 먹니?”
    한국에서 최초로 자연 치즈를 제조한 때는 1967년. 벨기에 신부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명 지정환) 씨가 전북 임실의 젖소 사육농가에 모차렐라 치즈 제조기술을 전수해 만든 것이 효시로, 4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후 1974년 서울우유에서 체다 치즈를 제조해 이를 이용한 블록 형태의 가공 치즈를 생산했다.

    1987년 해태유업 및 서울우유에서 완전 낱개 포장 슬라이스 치즈 자동포장기(IWS)를 도입해 체다 슬라이스 치즈를 출시하면서 가공 치즈의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시장에서 지금까지 슬라이스 형태의 가공 치즈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금의 30, 40대가 ‘치즈 = 슬라이스 치즈’로 인식하게 된 것도 이 때문.

    현재 가공 치즈는 체다 슬라이스 치즈, 어린이용 슬라이스 치즈, 유기농 슬라이스 치즈, 샌드위치·햄버거·업소용(김밥용) 슬라이스 치즈 4부류가 주를 이룬다.

    자연 치즈는 임실 치즈를 시작으로 모차렐라 치즈, 체다 치즈, 고다 치즈가 국내 유업체에서 생산됐으나, 초기에는 수요가 미미했다가 1990년대 들어 피자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모차렐라 치즈의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1995년 외국산 치즈 수입이 개방되면서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편 체다 치즈와 고다 치즈는 주로 가공 치즈 원료용으로 소비됐으나 수입개방 이후 수입 치즈로 대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치즈 수입량 15년 새 237배

    “너, 아직도 치즈 안 먹니?”

    8월30일 농촌진흥청이 경기 남양주시의 문화센터에서 마련한 치즈페스티벌.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치즈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1993년 이전 치즈 수입량은 200t 안팎의 적은 규모였고 당시 국내 자연 치즈 생산량은 8300t으로 소비량의 대부분은 국내 생산량이 차지했다. 그러나 1995년 수입개방 이후 수입량이 1만1076t으로 급격히 늘어난 후 2008년 4만7387t으로 13년간 4.3배 증가했다.

    지난해 치즈 소비량 중 외국산 치즈 비율이 약 83%를 차지했고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로부터 전체 치즈의 80% 이상을 수입했다. 유제품 수입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치즈 수입액은 지난해 2억3887만6000달러로 전체 유제품 수입액의 35%를 차지했다.

    외국산 수입 치즈는 낙농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향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결과에 따라 수입관세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격 경쟁력에 따른 수입량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치즈 수입자유화 원년인 1995년 치즈 소비량은 1만2417t이었으나 국민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2008년에는 7만1953t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일본의 치즈 소비량 28만여t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치즈 시장은 앞으로 성장 여지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유(원유를 살균하고 적당한 분량으로 포장해 시중에 내놓은 우유)의 1인당 소비량은 34kg 내외로 수년간 정체했지만 1인당 치즈 소비량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 치즈 1.06kg, 가공 치즈 0.38kg으로 총 1.44kg을 소비하고 있다.

    1인당 20kg 안팎인 유럽 선진국 소비량과 비교할 때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치즈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치즈 매출액은 2006년 3343억원, 2007년 4017억원, 2008년 4814억원으로 해마다 20% 정도 성장하고 있다.

    2008년 주요 유업체(서울, 상하, 남양, 동원)의 치즈 판매량을 보면 슬라이스 치즈 1만891t, 소매용·업소용 피자 치즈 1만3170t, 기타 치즈 1081t으로 총 2만5142t이며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서울 42%, 상하 39%, 남양 13%, 동원 6%로 추정된다.

    한국인에 맞는 치즈 개발 급선무

    “너, 아직도 치즈 안 먹니?”
    2004년 자연 치즈가 가공 치즈 소비량을 추월한 이후 지금까지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자연 치즈 소비량의 대부분은 피자 치즈이며, 가공 치즈 시장에서는 슬라이스 형태의 치즈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슬라이스 치즈, 피자 치즈 등에 국한된 시장에서 탈피하고자 국내 유업체들은 다양한 가공 치즈의 모양을 연구하는 한편 카망베르 치즈, 브리 치즈 등 자연 치즈 생산에 직접 뛰어들었다.

    수입산 자연 치즈 및 가공 치즈는 특히 2000년대 이후 와인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 유통점에서 차지하는 매대 규모가 넓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비교적 고가인 수입단가가 떨어지고 생소한 입맛이 대중화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

    간식으로든 술안주로든 자주 먹는 치즈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즈를 만드는 공정은 간단하다. 먼저 살균한 원유에 유산균과 응유효소를 첨가해 응고물인 커드(curd·우유에 산, 레닌이나 펩신 따위를 넣었을 때 생기는 응고물)가 생기게 한다.

    그런 뒤 커드를 잘게 부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응고되지 않은 부분인 유청과 커드를 쉽게 분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유산균이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후 커드만 분리해 소금을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첨가한 커드를 일정 형태로 만든 뒤 포장해 저온에서 숙성시키면 치즈가 된다.

    이때 유산균효소와 응유효소에 의해 치즈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유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돼 특유의 조직과 맛, 향을 갖는 자연 치즈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첨가물을 넣고 재차 가열, 살균해 보존성을 높이면 특정 형태나 맛을 지닌 가공 치즈를 제조할 수 있다.

    치즈는 사람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균형 있게 함유돼 있고 주성분인 단백질과 지방은 흡수·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분해돼 있으며, 칼슘과 비타민 A, B₁, B₂,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처럼 곡류 중심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치즈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1995년 유제품의 수입자유화와 더불어 피자 및 햄버거 전문점 등 외식산업의 성장, 젊은 층의 서구화한 식생활 패턴의 변화는 앞으로 치즈의 높은 소비 증가율과 다양한 치즈 소비 행태를 예상케 한다. 국내 치즈 시장의 주력 제품이 슬라이스 치즈, 피자 치즈 등으로 단순한 데 반해 미국·유럽 시장은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포장용기와 맛을 지닌 가공 치즈를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와 맛을 지닌 한국형 가공 치즈 개발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 치즈 또한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카망베르 치즈, 브리 치즈, 크림 치즈,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등을 개발한다면 국내 자연 치즈 시장을 확대하고 남는 원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향후 전망이 밝은 유제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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