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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과 4대강 살리기

신종플루 백신과 4대강 살리기

9월9일 신종플루 예방백신의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대학교수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 첫머리부터 그는 “중국과 유럽은 이미 백신 임상시험을 끝내고 10월 초면 백신접종이 가능한데 우리는 이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며 장탄식을 쏟아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 엄중한 시기에 임상시험 절차를 놓고 틈만 나면 태클을 건다”며 “이러다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11월이 돼서도 우리 국민에게 백신을 제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 중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을 다섯 번이나 썼습니다. “답답하다”는 말도 반복했습니다.

“신종플루 진단키트의 민감도가 50%밖에 안 됩니다. 몇 억원만 주면 제대로 된 진단키트를 당장 만들어줄 바이오 벤처가 널려 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돈을 풀지 않는 게 문젭니다. 국민이 바라는 게 뭐죠? 자신이 신종플루인지 바로 알아서 빨리 타미플루를 먹고 싶다는 것 아닙니까. 진단키트가 오진을 해 환자가 며칠씩 돌아다니면 그 책임을 누가 집니까.”

얘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각 제약사와 신종플루 백신 공급계약을 하면서 외국 제약사 수입가보다 30~40% 싼 가격에 국내 제약사와 계약했다고 합니다. 그 제약사는 정부에 ‘찍소리’도 못했다고 하네요. 기자도 해당 제약사 직원들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구는 땅 파서 장사합니까. 백신 공장 지을 때 전체 예산의 20%도 안 되는 돈을 대줘놓고 정작 신종플루 대유행이 닥쳐오니 전부 자기네가 미리 알아 다 만든 것처럼 얘기합니다. 잘한 건 전부 정부 공이고, 못하면 모두 기업 탓이죠.”

신종플루 백신과 4대강 살리기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에 9월 말부터 막대한 돈이 풀린다고 합니다. 4대강 살리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성을 괴질에서 구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정말 어렵게 만든 백신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면 지금 신종플루와 악전고투하는 의학자, 의료인, 제약사, 제약벤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간동아 2009.09.22 704호 (p14~14)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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