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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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의 몫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9-11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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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정치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정국의 최대 수혜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돕니다. DJ 서거 후 이 대통령이 보여준 여러 행보가 그간의 일방통행식 행보와 사뭇 달랐다는 평가와 함께 말입니다. DJ 유가족의 뜻을 받아들여 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장’을 치르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DJ의 유지인 화해와 용서, 통합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여기에 DJ 조문 정국을 계기로 전향적 대화 모드로 태도를 바꾼 북한 또한 이 대통령 처지에서는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과 피랍된 ‘연안호’ 선원들을 잇따라 풀어줬습니다. 덕분에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40%를 넘어섰거나 육박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정작 DJ의 ‘상주’ 노릇을 자처했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반짝 재미를 봤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별 재미를 못 본 셈이죠. 그 이유는 민주당 내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DJ가 ‘민주당과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유지를 남겼다고 주장합니다.

    민주세력이 민주당과 자신을 중심으로 ‘대통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대통합에도 순서가 있다며, 우선순위로 친노(親盧)세력을 꼽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 대표의 주장에 자신에게 부담스러운 정적(政敵)인 정동영 의원의 민주당 입당을 뒤로 밀어놓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특히 당내에서는 DJ 유지에 대한 정 대표의 주장을 놓고 진위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는 ‘시민주권모임’을 만들어 범친노진영의 세(勢) 규합에 나섰습니다. 친노신당파는 물론, 민주당 내 친노진영까지 포함한 대규모 정치세력화에 나선 겁니다. 두 전 총리는 일부 친노인사와 재야인사로 구성된 ‘민주통합시민행동’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몫
    두 사람은 물론, 친노진영 또한 민주당을 연일 비판하면서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친노진영에게 민주당과 자신을 중심으로 대통합하자는 정 대표의 요구가 과연 얼마나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 그리고 설득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DJ가 남기고 간 화해와 용서, 통합의 유지를 과연 민주당은 물론 민주진보 재세력이 제대로 받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괜한 기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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