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일본 스토리의 힘’을 주제로 한 커버스토리를 취재하면서 ‘남쪽으로 튀어!’의 선인세가 얼마인지 알게 됐습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의 선인세가 10억원이 넘네, 어쩌네 하는 말이 나오니까 더 궁금할 것 같은데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500만원 정도였습니다. 물론 지금의 오쿠다 히데오는 ‘몸값’이 많이 올랐지만(실제로 10배 넘게 올랐어요), 이 책이 발간된 2006년 당시엔 그 정도 비용이면 그의 작품을 들여올 수 있었던 거죠.
일본 소설의 선인세 거품 논란은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1급 작가의 경우 500만 엔(약 6750만원)은 줘야 작품을 들여올 수 있다고 해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특급’ 작가는 ‘부르는 게 값’이고요. 또 언제부턴가 유명 작가의 경우 ‘모든 작품’을 들여오는 풍토가 되다 보니, 선인세로 일본에 지불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들이 모두 판매가 잘 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선인세가 높은 만큼 일정량 이상이 판매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선인세만큼도 팔기 어렵다고 해요. 아무리 유명 작가라 해도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도 분명 있고, 이런 작품은 아무리 비싸게 들여와도 독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본 문화를 취재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신진이든, 중견이든 다양한 작가들이 세분화한 자신만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사서 읽는 수많은 독자였죠. 일본 소설 선인세 거품을 줄이는 건 출판업계뿐 아니라 우리 소설을 사서 읽어줄 독자들의 몫 아닐까요?
주간동아 703호 (p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