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1

2009.09.01

휴가 후 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

생체시계 회복해 ‘휴가 후유증’ 극복하는 법 … 잠복했던 병 드러날 땐 진단받아야

  • 손정숙 자유기고가 soksaram1@hanmail.net

    입력2009-08-26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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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후 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
    40대 가장인 직장인 A씨에겐 언제부턴가 여름휴가길이 고생길로 변했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 학원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피서를 갈 수 있는 날이라곤 주말 끼고 3~4일이 고작. 휴가를 받은들 평일엔 TV 스포츠 채널 앞에서 뒹굴다 금요일 오후에나 고속도로에 오르면 같은 처지의 샐러리맨들이 몰고 나온 차들로 도로는 북새통이다.

    비싼 물가와 씨름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다 일요일 늦은 밤 운전대를 잡고 피서지를 탈출하는 거북이 차량 행렬에 끼고 나면 ‘다음 일주일은 참으로 길겠구나’ 싶어 한숨이 푹푹 나온다. 20대 후반인 B씨 역시 직장생활 2년차에 접어들면서 ‘무서운 휴가’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실속을 표방하는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중에는 밤 비행기로 떠났다가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이 많다.

    대학 때부터 교제해온 여자친구는 이런 ‘밤도깨비’ 상품 마니아. 휴일을 꽉꽉 채워 알뜰 바캉스를 즐기는 그녀를 따라 이코노미 좌석에 실려온 그는 오그라든 사지도 채 펴지 못하고 새벽부터 회사로 직행했다. “휴가 다녀오면 몸이 삭는다”던 선배들의 말뜻을 절로 실감했다.

    이처럼 요즘 직장인들은 휴가 때 더 바쁘고 힘들다.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고작 며칠 동안에 풀어내자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리하게 된다. 제 한 몸 추스르지 못해 축 늘어져 앉은 이들이 직장마다 늘어나는 7~8월. 후텁지근한 여름휴가 후유증에서 재빨리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낮잠 삼가고 카페인 음료도 피해야



    여름휴가 후유증은 무엇보다 생체리듬이 깨져 생겨난다. 출퇴근이라는 틀 안에서 비교적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갑자기 늦게까지 놀고 자고 술 마시고 과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특히 외국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수면리듬이 완전히 틀어져 사무실 의자에 앉아 병든 닭처럼 꾸벅거리게 된다.

    고생을 덜 하려면 생체리듬을 미리 조절해놓는 것이 좋다. 출근 2~3일 전부터 수면시간을 앞당겨가며 복귀에 대비하면 그만큼 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황금 같은 휴가 막바지의 며칠을 컨디션 조절에 바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 전문가들은 생체시계 되돌리기를 돕는 몇 가지 처방을 내놓는다. ‘낮에 오래 깨어 있어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리 정상화한다. 출근한 첫 며칠간은 낮잠을 삼가라.

    휴가 후 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

    여름휴가 후유증은 무엇보다 생체리듬이 깨져 생겨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늦게 자고 많이 먹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너무 괴롭다면 20~30분만 짧게 자라. 밤에 잠이 안 오면 온수로 샤워하라.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는 바람직하지 않다. 몸이 각성을 외부의 힘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상식적인 얘기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몸의 리듬이란 결국 잃어버린 몸 스스로 되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효약을 먹기보다 스스로 절제하는 편이 나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한껏 풀어져 있다 회사에 나가보면 미뤄놨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면서 “이때 조바심과 스트레스가 밀려오는데, 이것이 정상적 신체 사이클로의 복귀를 지연시키는 주범인 만큼 여기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업무 순서를 정해 하나씩 풀어나가고, 스스로를 주의 깊게 살피고 돌보면서 ‘몸만들기’를 해나가면 대부분은 1~2주 만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휴가지에서 병을 얻어오는 이들이 뜻밖에 많다. 서울 동소문동 중앙내과 홍숙경 원장은 “이맘때만 되면 소화장애, 바이러스 감염, 피부질환 환자들로 병원 문턱이 닳는다”고 전했다.

    휴가 동안 산과 바다를 누비며 과식, 불규칙한 식사, 지나친 음주를 하다 좁은 회사 책상으로 돌아와 앉으니 속이 더부룩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소화장애는 질 좋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만으로도 금세 회복된다. 홍 원장은 “휴가 복귀 후 며칠간은 회식자리도 갖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위장에 기름진 음식이나 알코올을 들이붓는 건 기름에 불을 붙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증상이 이상 신호일 수도

    이 무렵은 만성질환자들의 증세가 악화돼 병원 문을 두드리는 빈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투약과 식습관 관리를 하는 환자들마저 생체시계의 구속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주일쯤 마음대로 산다고 죽기야 하겠냐”는 마음으로 일탈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급속히 높아진 혈당 수치를 안고 병원을 찾는다. 그러므로 만성질환자일수록 휴가 후에는 최대한 빨리 병원부터 들러야 한다.

    휴가로 인해 고통받는 신체 부위 중 하나가 피부. 자외선을 쬐어 따가워진 피부를 달래는 데는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으로 찜질하는 것이 좋다. 오이 마사지나 감자 마사지도 효과적이다. 보건당한의원 이승환 원장은 “비타민 A, C, E 등은 항산화 작용을 하므로 자외선에 그을린 피부의 노화를 막는 데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잡티나 기미가 갑자기 나타날 때다.

    이 원장은 “기미나 피부착색 등은 오장육부의 균형이 틀어져 있다는 경고”라면서 “그간 감춰져 있던 병의 징후가 휴가를 계기로 드러난 것일 수 있는 만큼 단순한 피부관리를 넘어선 심도 있는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를 계기로 잠복해 있던 병이 드러나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홍 원장은 “흔히 설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숨어 있던 가벼운 장 질환이 휴가 동안 몸의 밸런스가 깨진 틈을 타 악화되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배변 습관을 체크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전문의와 상의하라”고 권했다.

    휴가지에서 일교차나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도 모른 채 돌아오는 이도 상당히 많다. 이 원장은 이런 “잠복된 만성감기야말로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모든 질병으로부터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

    이 원장은 “과거에는 열에 한둘에 그치던 잠복 감기환자가 최근에는 열에 예닐곱 수준으로 치솟았다”면서 “이처럼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 예컨대 신종플루가 유행한다 할 때 그 위험은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휴가 이후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노곤하거나 미열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몸 상태를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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