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1

2009.09.01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09-08-26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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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다 못한 엄마가 한마디 하십니다. “이상하게 네가 쓴 기사는 재미없더라. 사람들은 그런 얘기 안 좋아해, 알지?” 옆에 있던 솔메이트도 한마디 거듭니다. “관심이 안 가긴 하더라. 재밌는 것 좀 써봐. 아니면 재밌게 쓰든가.” 방으로 들어간 아빠는 한참 뒤척이는가 싶더니 ‘신동아’를 품고 주무십니다. 악몽이 아닙니다. 매달 재연되는 현실입니다.

    가끔 출연진이 바뀌긴 하지만 대화 내용은 변함이 없습니다. 1년 반 동안 몸담았던 신동아를 떠나 30m쯤 떨어진 주간동아에 안착하고 보니 저도 그 심정 이해가 됩니다. 촛불집회 연행자들이 거리로 나간 이유, 뉴타운 재개발 왕십리 2구역 세입자들, 불황기에 교도소 간 사람들, 난민 되기 어려운 나라 대한민국, 무의탁 장애인 그룹홈, 중증장애인 특채공무원 1기생들, 첫 중국인 난민 우전룽, ‘동조중’ 기자 vs ‘M한경’ 기자….

    기사 제목들만 봐도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괜한 부채감으로 어깨에 힘주고 쓴 것 같네요. ‘386세대도 아니면서 웬 부채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상스레 저는 그렇습니다(그런데도 할 것 다 하고, 살 것 다 삽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동료를 위해 목숨도 내줄 수 있다는 고미영의 동반자 김재수 산악대장, 나이 들어도 열정적인 강신성일 선생님, 일터를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는 주철환 선생님….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
    모두 멋진 분들이라 인터뷰 기사를 쓰는 내내 홀딱 빠져 있었습니다. 주간동아에 와서는 괜스레 마음 무겁게 먹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진짜 쓰고 싶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그런 기사가 어떤 기사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좀더 솔직해져야 진짜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겠죠. 그래도 손짓하는 누군가에게는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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