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0

2009.08.25

샤르도네에 질렸다면 ‘부르고뉴 알리고테’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8-19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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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르도네에 질렸다면 ‘부르고뉴 알리고테’
    프랑스 명산지마다 토속적이고 이색적인 와인이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애호가들은 그런 와인 맛에 고장의 전통과 역사가 들어 있고, 응당 개성이 품어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양달이 있으면 응달이 있는 법. 마치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다음가는 국내 선수가 누구인지 모르듯, 화이트 부르고뉴를 대변하는 샤르도네 뒤에 무명의 청포도 알리고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리고테는 부르고뉴에서 생산량으로 보면 샤르도네 다음이지만 품질이나 가격, 숙성력, 지명도 등에서 샤르도네에 한참 뒤처지는 까닭에 2등이라는 말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럭셔리한 와이너리 기행을 기대한다면 부르고뉴는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좋다.

    완만한 동향 언덕이 남북으로 늘어서 있는, 어디서나 봄직한 단조로운 풍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수십만명이 부르고뉴를 찾는다. 피노 누아, 샤르도네, 알리고테의 와인을 찾아서 말이다.인기 없고 저렴하다는 점에서 알리고테와 비슷한 검은 포도 가메는 14세기에 부르고뉴를 떠나 보졸레로 강제 남하했지만, 알리고테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와 함께 여전히 부르고뉴에 남아 있다.

    알리고테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와 같은 밭에서 나오지만 라벨은 달리 표시된다. 프랑스 정부는 샤르도네로 만든 경우에는 ‘부르고뉴’라고 원산지 표시를 하는 반면 알리고테로 만들면 ‘부르고뉴 알리고테’라고 해서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알리고테의 면적은 줄어들고 있다. 샤르도네를 점점 많이 심기 때문이다. 그러니 샤르도네 애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 샤르도네는 이따금 환상적인 맛을 주지만 대개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싼 와인이란 사실을. 샤르도네의 밋밋하고 중립적인 맛에 싫증난 애호가라면 알리고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도멘느 브루노 클레어(Domaine Bruno Clair)의 알리고테는 담백하고 가벼운 맛이다. 음식이 다 차려지지 않은 식탁도 좋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면서 도란도란 얘기할 때가 있다. 하나둘 반찬을 차리는 중에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다. 약간의 허브 맛이 감돌며, 햇와인 같은 신선함이 특징이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소비자 가격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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