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남미의 열정, 탱고 한 곡 추시겠습니까?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8-05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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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의 열정, 탱고 한 곡 추시겠습니까?
    “탱고는 뜨겁고 열정적이면서도 구슬픈 한(恨)의 정서가 묻어 있어요. 한국인과 꼭 닮았죠.”

    2002년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 희곡상, 무대예술상, 연기상 등을 휩쓴 ‘에비대왕’을 비롯해 ‘흉가에 볕들어라’ 등 화제작에 출연해온 연극배우 마정필(34) 씨가 서울 신사역 인근에 탱고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엘땅고(El Tango) 카페’를 열었다.

    “급격히 늘어난 살사 인구 덕에 살사댄스를 출 수 있는 공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유입 역사가 10년 남짓한 탱고는 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향유돼오다 최근에야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뮤지컬과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가 탱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 때문이다.

    “영화 출연을 앞두고 영화사에서 배역의 특성상 탱고를 잘 춰야 한다며 아카데미에 다니라고 권했습니다. 대학로에서 안무가로도 활동해왔고 발레, 현대무용 등을 틈틈이 익혀온 터라 탱고도 남들보다 빨리 배웠죠. 아카데미 측의 권유로 탱고 강사로도 활동하게 됐고요.”



    이렇게 탱고에 ‘맛’을 들인 그는 지난해 탱고의 발상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남부지방 보카 항구에서 약 한 달간 머물며 유명 댄서들에게 탱고를 배웠다.

    “밀롱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데알’이라는 곳에서는 2~3개월에 한 번씩은 연세가 많은 분들이 탱고를 추다 힘에 부쳐 쓰러집니다. 그만큼 춤에 몰입하는 열정적인 그곳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탱고는 1870년대, 보카 항구에 몰려든 아프리카 흑인과 유럽 이민자, 쿠바 선원들이 추던 춤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기기 위해 밤마다 밀롱가에 몰려들었다. 탱고에서 느껴지는 한의 정서 역시 이러한 ‘뿌리’ 때문이다. 앞으로 ‘엘땅고 카페’는 탱고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장과 국내외 유명 탱고 댄서들의 공연장, 탱고 관련 예술 작품들의 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질 예정.

    “현대사회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느라 지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탱고를 통해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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