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화려한 연예인 알고보면 인권 사각지대”

  • 이설 동아일보 여성동아 기자 snow@donga.com

    입력2009-08-05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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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연예인 알고보면 인권 사각지대”
    대중의 눈에 비친 연예인의 일상은 핑크빛이다. 자유를 조금 내준 대신 인기와 재력을 담보 받은 행복한 직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 노동조합(이하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42)은 이런 시각에 대해 단호히 “노(No)”라며 고개를 젓는다.

    “대중은 톱스타를 기준으로 연예인을 이해해요. 연예인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죠. 서울 강남에 수십억원대 빌딩을 가진 스타가 있는 반면, 배역을 못 따 배를 곯는 무명배우도 많아요.”

    한예조는 방송 관련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김 위원장의 최근 관심사는 연예인 인권과 생활고. 그는 지난 4월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연예인 인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려줬다.

    “전체 연예인의 95%인 2000여 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183명에게 답을 받았어요. 그중 24.6%인 45명이 인권 관련 직접 피해를, 68.2%인 125명이 동료의 피해 사례를 호소했죠. 피해 유형은 ‘금품 요구’(42.6%), ‘인격 모독’(39.3%), ‘접대’(34.4%), ‘성상납’(19.1%) 순이었어요.”

    연예인 인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김 위원장은 ‘관행’을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관행’(35.5%), ‘미흡한 사법처리’(33.9%), ‘캐스팅을 노린 연기자 개인의 이기주의’(31.1%), ‘연기자들의 집단 해결 노력 부족’(30.1%) 순의 답변이 나왔어요. 특히 법적 대응을 하면 오히려 피해를 입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어요. 캐스팅 불이익, 이미지 손상 등 그들이 쥔 카드가 연예인 생활에 치명적이니까요.”

    설상가상 최근에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더해졌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대부분 드라마를 외주 제작사에 맡기면서 생긴 일이다. 현재 방송 3사 드라마 12편의 미지급금은 60여 억원. 김 위원장은 “방송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무리 예술직군이라지만 연예인도 직업인이에요. 일한 대가는 받아야죠. 하루아침에 부당한 일들이 사라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연예인들의 든든한 ‘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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