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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특목고 파워 특목고 인맥 06

“특목고 엄마들, 불이익 절대 못 참죠”

‘엘리트 학부모들’의 희로애락 … “내신 스트레스 크지만 명문대 합격하면 보상받을 것”

“특목고 엄마들, 불이익 절대 못 참죠”

“특목고 엄마들, 불이익 절대 못 참죠”
대한민국 엄마 중 가장 바쁜 집단은 ‘특목고 엄마’들이 아닐까. 새벽 별 보고 나가 자정 넘어 귀가하는 자녀보다 먼저 기상하고 늦게 자야 하며, 갖가지 학원 정보를 챙겨야 한다. 또 특목고 합격을 향해 뛰는 후배 엄마들의 애타는 ‘노하우 전수’ 요청을 성실하게 받아줘야 한다.

자녀는 물론이요, 특목고 엄마들도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는 우월감을 누리지만 그게 늘 명예롭고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자녀의 고교시절 내내 성적 경쟁, 정보 경쟁, 가계경제력 경쟁 등 엄마끼리의 경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현직’ 특목고 학부모들에게서 특목고 엄마로 살아가는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에 응한 10여 명의 학부모 모두 ‘완전한 익명’을 요구했다. 혹여라도 자신의 ‘정체’가 주변에 알려지면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목고 합격, 8할은 부모 몫

“어린애들에게 목표의식이 있겠어요. 부모가 심어주는 거죠.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여 있는 학원에 보내 자꾸 경쟁시키면 열심히 공부할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사춘기요? 공부 때문에 바빠서 사춘기를 겪거나 반항할 여유가 없어요.”



2006년 큰딸을 한성과학고에 입학시킨 ‘목동 아빠’ A씨의 말이다. 그의 딸은 아빠의 권유에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방과 후 전문학원에 다니면서 과학고 진학을 준비했다. 과학고 시험 한두 달을 앞두고는 아예 등교하지 않고 학원으로 직행, 새벽까지 시험 준비에만 매달렸다. A씨는 “자기 학교 학생이 특목고에 합격하면 학교로서도 이득이니까 결석을 눈감아줬다”고 귀띔했다. 그는 “특목고 합격은 8할이 부모 몫”이라며 “부모가 부지런히 사교육 및 입시 정보를 챙겨 자녀를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非)강남권 출신 외고생에게 1학년 1학기는 ‘아픔과 성숙’의 계절

‘강북 엄마’ B씨는 대원외고에 입학한 딸이 툭하면 울음을 터뜨리고, 얼굴이 붓는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려 걱정이 컸다. 그래서 ‘괜히 외고에 보낸 것 아닌가’ 후회하기도 했다. 딸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강남 출신이었기 때문.

“걔들은 영어도 네이티브 수준이고, 자기들끼리 뭉쳐 과외를 받으니까 ‘이런 애들을 어떻게 이기나’ 싶어 걱정이 컸던 거예요. 지금은 웬만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1시간씩 걸려 대치동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B씨는 자기 딸뿐 아니라, 많은 강북 출신 외고 학생들이 처음에는 ‘대치동 충격’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해간다고 조언했다.

해외생활 경험 풍부한 아이들 … 그래서 입맛도 남다르다

“특목고 엄마들, 불이익 절대 못 참죠”

자녀의 특목고 합격에는 부지런히 사교육, 입시 정보를 챙기는 부모 노력이 필수라는 게 특목고 엄마들의 생각이다.

대원외고 임원 학부모 C씨는 급식을 도우러 학교에 갔다가 ‘재미난’ 말을 들었다. 한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대원외고와 일반고인 대원고 학생들에게 똑같이 공급하는데,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사뭇 다르다는 것.

피망 같은 게 나오면 외고 아이들은 환호하는 반면, 일반고 아이들은 맛없어 한다고 한다. 매운 음식의 경우 외고 아이들은 싫어하는데, 일반고 아이들은 반대로 좋아한다. 학교 측으로서는 어느 입맛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C씨는 이 같은 차이가 ‘외고에는 외국생활을 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아이 반 35명 중 20명 정도가 1년 이상 외국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자연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문화적 간극이 생기기도 하죠. 즐겨 쓰는 단어도 다르고, 갖고 다니는 소품들도 좀 다르고요.”

담임교사에게 ‘우리 아이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는 인사 절대 하지 말라

서울 소재 외고 3학년 학부모 D씨가 첫 학부모 상담을 갔을 때의 경험담이다. 담임교사가 “자녀가 참 예의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기에 “우리 아이를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가 교사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

“내가 언제 당신 자녀를 예뻐했느냐, 나는 모든 아이를 동등하게 대한다며 펄쩍 뛰더라고요. 별 뜻 없이 한 말에 과잉 반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내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외고 엄마들은 다른 학생에게 특혜가 돌아가 자기 아이가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일을 절대 못 참거든요. 그런 낌새가 보이면 학교가 발칵 뒤집히니 교사들이 평소 조심할 수밖에요.”

엄마 모임은 자녀 학원 데려다줄 시간만 아니라면 되도록 참석

특목고 엄마들의 모임은 반별로 보통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맞벌이 엄마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심과 저녁 때 번갈아 자리가 마련된다. 학원 및 입시, 특별과외팀 구성, 교내 이슈 등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되도록 엄마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명덕외고 2학년 학부모 E씨는 “그래서 매번 모임마다 30명 가까이 모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특목고 엄마들이 이런 중요한 모임에 결석하거나 중간 퇴장하는 주요 사유가 있는데, 바로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줘야 할 때다. E씨는 “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학원 매니저를 자처하기 때문에 대부분 차를 몰고 모임에 온다”고 말했다.

‘몰래과외’ 경쟁 치열 … 하지만 정말 잘하는 아이는 ‘스스로족(族)’

“특목고 엄마들, 불이익 절대 못 참죠”

특목고 엄마들, 특히 강남권 엄마들은 ‘자녀 매니저’를 자청한다(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자녀가 지난해 안양외고를 졸업한 학부모 F씨의 경험담이다. 성적이 상위권인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우리 아이는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오면 곧장 잠자리에 들고 주말에 학원도 안 다닌다”고 해서 자기 아이에게 “너도 그 친구처럼 잠을 푹 자야 공부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뾰로통한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그 친구가 밤마다 족집게 과외선생에게 몰래 배우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졸아도 성적이 잘 나오는 거라고요. 말로만 듣던 몰래과외 경쟁이 정말 있더라고요.”

하지만 F씨는 흔들림 없이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과외나 학원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교육비로 월 수백만원을 쓰고도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을 많이 봤다. 반면 혼자 꾸준히 공부한 학생들은 외고에서도 내신성적이 좋아 서울대에 들어가더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탓 이기적인 아이들 … 그래도 태반이 노는 일반고보다야 낫지!

서울 소재 외고 1학년 학부모 G씨는 “외고 학생이나 부모나 좀 이기적”이라고 일갈했다. 대학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연히 석차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이해하지만, 친구들끼리 이기적으로 굴고 서로를 대놓고 견제하는 것까지는 너무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G씨는 “그런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고에 진학한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학교에서 연예인 얘기나 하고, 노는 데만 관심 갖는 아이들과 섞여 있다가 외고에서 수준 높은 아이들과 어울리니 만족도가 커진 것 같아요. 또 아이들끼리도 진로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는 아무래도 일반고에선 누리기 힘들잖아요.”

‘나이키’가 시시하다며 ‘폴 스미스’ 찾는 외고생, 내 아들 맞아?

자녀가 경기지역 외고를 졸업한 학부모 H씨는 ‘럭셔리’해진 자녀의 취향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아들이 고2가 되자 나이키나 리바이스는 시시하다며 폴 스미스를 사달라는 거예요. 그게 외국 브랜드인 줄 그때 처음 알았어요.” H씨는 “아들이 친구를 만날 때 아빠의 버버리 셔츠나 폴로 티셔츠를 몰래 입고 나간다”면서 “외고에 잘사는 집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그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위권 대학 합격하면 재수가 ‘정답’

외고 출신 재수생 학부모 I씨는 “우리 아이를 포함해 반 친구 중 60%가 재수를 택했다”고 전했다. 이유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일류대나 의·치학계열 진학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I씨도 “우리 아이도 중위권 대학에 합격했지만 재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목고 학생이라면 당연히 명문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때문에 중위권 대학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I씨는 “일류대에 못 가면 동창회에 나가지 않는 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마찬가지”라며 “아이가 재수를 시작하면서 3년 내내 만나온 엄마들 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괜히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아이라면 차라리 일반고 보내라

화려해 보이는 특목고 생활에도 여러 난관이 있다. 수십, 수백 등이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등수’를 감내해야 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과 든든한 부모, 넉넉한 가계경제력을 자랑하는 친구들 틈에서 품게 되는 열등감도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따라서 특목고 학부모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낙천적 성격의 아이들이 특목고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아이라면 차라리 일반고에 보내는 편이 낫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32~34)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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