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영어캠프에 아이비리그 탐방까지 …“6개월에 1000만원 썼어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7-29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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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캠프에 아이비리그 탐방까지 …“6개월에 1000만원 썼어요”
    “우리 아이요? 지금 14박15일 일정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탐방 중이에요.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니까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동기 부여를 하자는 취지죠. 참가비로 350만원을 냈는데, 국제학부 1학년생 100여 명 가운데 몇 명 빼고는 다 갔다고 해요. 안 간 애들은 형편이 안 돼서가 아니라, 아이비리그에 다녀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7월 중순에 만난 대원외고 국제학부 1학년 학부모 A씨의 말이다. 그는 이 아이비리그 탐방 프로그램 참가비를 포함해 반년 만에 외고 학비로 1000만원을 넘게 썼다고 했다.

    “입학 전인 2월에는 280만원을 내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영어캠프에 참가했어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외국인 교사들에게 영어 문법, 원서 읽기 등을 배웠죠. 입학금 40만원에 분기당 수업료가 110만원이 조금 넘어요. 방과 후엔 유학 대비 수업(GLP 프로그램)을 듣는데, 그게 월 30만원쯤 되고요. 중·석식 급식비에 스쿨버스비까지 합치면…, 1000만원이 족히 넘네요.”

    2008년 7월 현재 전국의 특목고는 공업, 농업, 수산, 해양, 과학, 외국어, 예술, 체육, 국제계열 등 132개교이며 재학생 수는 8만여 명에 이른다. 그중 많은 초·중학교 학부모의 ‘로망’으로 꼽히는 과학계열과 외국어계열 특목고는 모두 50개교로, 재학생 수는 2만9000여 명이다. 전국 20개 과학고는 모두 공립이고, 외고는 공립 12개교와 사립 18개교로 나뉜다.

    ‘특목고 학비가 사립대 학비와 엇비슷하다’는, 요즘 세상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이 말은 사립외고, 그중에서도 수업료 자율화가 적용되는 전국 16개 사립외고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사립외고 가운데 두 곳, 충북 중산외고와 경남 경남외고는 국고 지원을 받고 있어 학비가 공립 특목고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서울 사립외고 연간 수업료만 450만원

    교육과학기술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과학고와 공립외고의 분기당 평균 수업료는 각각 29만3000원과 28만6000원이다. 그러나 사립외고는 91만2000원으로 과고, 공립외고의 3배가 넘는다. 각 학교가 발표한 2009학년도 세입예산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6개 사립외고의 올해 수업료는 분기당 110만원을 웃돈다(31쪽 표1 참조). 1년치 수업료만 450만원가량인 것이다.

    여기에 학교운영 지원비(옛 육성회비)가 연간 33만6000원(8만4000원×4분기)이고, 1학년은 입학금 40만원을 내야 한다. 또 급식비, 스쿨버스비, 방과후 학습비 등을 추가로 납입해야 한다. 급식비는 끼니당 3000원, 하루 중·석식 2끼로 가정하면 연간 132만원(3000원×2끼×220일)이고, 스쿨버스비는 연간 120만원(10만원×12개월) 정도가 된다.

    방과 후나 방학 때 진행되는 ‘방과후 수업’ 비용은 학교, 개설 과목, 개개인이 선택하는 과목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연간 최소 6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자녀가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유학반 소속이라면 방과후 수업료는 월 30만원, 연간 360만원가량으로 크게 오른다.

    영어캠프에 아이비리그 탐방까지 …“6개월에 1000만원 썼어요”
    여기까지 덧셈해보면 연간 사립외고 학비는 800만~1000만원이 된다(그림 참조). 자녀를 사립외고에 보내느라 써야 하는 비용은 또 있다. 수학여행비나 현장학습비 등이 그것인데, 사립외고 중에는 이들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갖는 경우가 많다. 해외여행 프로그램에 책정되는 비용은 일본이 50만~100만원, 유럽이나 미국이 300만~400만원선이다.

    서울외국어고등학교 관계자는 “전공, 동아리, 지도교사별로 필요에 따른 프로그램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학생 1인당 연간 해외 프로그램 참가비용을 정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녀가 사립외고를 졸업한 학부모 B씨는 “학교에 납입하는 돈이 연간 800만~900만원이었고, 고교 3년간 해외여행 프로그램에 세 차례 참가하느라 500만~600만원을 더 썼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스키장에서 열려 참가비는 물론, 스키복과 스키장비까지 사느라 몇십만원을 쓴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과중한 학비가 가계에 부담을 주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학교수업이나 시험이 수능 위주로 진행되고, 논술 첨삭지도까지 학교에서 해주고 있어 사교육비를 덜 쓰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큰 불만은 없어요.”

    또 다른 대원외고 1학년 학부모 C씨의 말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고 학생은 일반고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수도권 외고 학생은 학기 중에 60만원, 방학 중에 71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이는 전체 고교생 평균(학기 중 44만원, 방학 중 49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명덕외고 2학년 학부모 D씨는 “한 문제 더 맞고 틀리냐에 따라 전교 석차가 수십 등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고 학생보다 학원을 더 많이 다녀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학비 저렴한 과고 학생들도 사교육비 부담

    사립외고보다 학비가 훨씬 저렴한 과학고 학부모들도 사교육비 부담에서는 사립외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과학고 2학년 학부모 E씨는 “우리 아이는 방과 후와 주말에 학원에 다니느라 월 100만원가량을 쓰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며 “수백만원짜리 고액 과외를 하는 과고생도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사립외고 학부모들은 “학비 때문에 쩔쩔매는 가정은 얼마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체로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이 사립외고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A씨는 “학부모 모임에 나가보면 아빠가 대부분 의사, 교수, 대기업 임원이고 엄마까지 의사, 교수인 집안도 꽤 된다”고 전했다. 하늘교육 손기현 과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월 80만~100만원을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는 계층이 특목고 학부모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아이와 같은 반 친구 중에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이사까지 간 아이가 있었어요. 그래도 해외여행 프로그램엔 빠지지 않더군요. 그 아이 엄마가 ‘아들 기죽이기 싫으니 무리해서라도 꼭 보내야죠’라고 하더군요. 형편이 넉넉지 않으면 차라리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을 좋게 받는 편이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B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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