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커부러야. 장사는 안 되지, 종업원 아그들 월급만 2500만원이 넘는데 저런 놈들까지….(한숨) 한 달도 안 됐는데 또 오는구마잉. 오메, 환장하겄네.” 소문은 들었어도 경찰이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돈을 받는 건 그때 처음 봤습니다. 맥주를 한 잔씩 마시던 3명의 경찰관은 선배가 건넨 봉투 하나를 받고 유유히 업소를 빠져나가더군요.
“얼마나 줬어요?” “저것들 셋이 갈라묵어도 한 달 생활비씩은 넉넉히 될 것이다.” 얘기를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배가 경찰 제복을 입은 사기꾼들에게 속아넘어간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그 장면은 ‘실제 상황’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7월2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경찰서 경찰관 21명이 유흥업소 업주들에게서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 등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발각돼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강남경찰서의 각 지구대 경찰관들이 골고루 적발됐다고 합니다.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곳 경찰관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요 몇 년 사이 유난히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의 비리가 도드라진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에는 강남경찰서 고위간부가 공금을 유용해 직위 해제됐고, 기자가 잘 아는 중간간부급 경찰관도 피의자에게 뇌물을 받아 구속됐습니다. 친한 경찰관의 말에 따르면 가끔씩 이렇게 뒤로 챙긴 돈이 다음 인사 때 경찰서를 옮기지 않게 해달라는 로비용으로도 쓰인다더군요.

주간동아 697호 (p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