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코폴라 ‘디렉터스 컷’ 와인 아십니까?

해외 스타들 남다른 사업 수완 … 폴 뉴먼은 유기농 식품 대부, 린지 로한은 자외선 차단제 출시

  • 뉴욕=조 벡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입력2009-07-29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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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폴라 ‘디렉터스 컷’ 와인 아십니까?

    코폴라 감독의 와인과 리조트(세번째 좌측사진과 두번째 사진).비욘세의 ‘하우스 오브 데레온’(네번째 사진).소피아 감독의 스파클링 와인(다섯번째 사진).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린지 로한(여섯번째 사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을 ‘마셔’본 적이 있는지. 극장에서의 상영시간을 고려해서 혹은 검열 때문에 편집했던 영상을 극장 재개봉이나 DVD 발매 때 감독이 직접 재편집한 작품을 일컫는 ‘디렉터스 컷’. 이걸 보는 게 아니라 마시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캘리포니아 소노마(Sonoma)의 와이너리를 소유한 코폴라 감독은 ‘디렉터스 컷’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라벨’ ‘리저브’ ‘로소 · 비앙코’ ‘소피아’ ‘인사이클로피디아’ 등 무려 6개의 라벨을 가진 미국 와인계의 큰손이다.

    그가 와인 사업에 진출한 것은 미국 부자들이 유행처럼 반 과시, 반 투자의 목적으로 나파밸리(Napa Valley) 지역의 와이너리를 구매한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는 조부 때부터 내려온 가족 사업으로 와인 사업을 이어받아 크게 번창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경력은 영화감독보다 와인 사업가로서가 먼저다.

    그의 딸이자 역시 영화감독인 아카데미상 수상자 소피아 코폴라도 가족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소피아’를 발매했는데, 이는 코폴라 와이너리의 유일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코폴라 감독은 와인 사업과 연계한 사업으로, 선조에게 물려받은 이탈리아적인 감성을 발휘한 파스타 소스 사업과 외식 사업을 벌여 샌프란시스코에 2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옥의 묵시록’을 촬영한 필리핀의 정글에서 영감을 얻어 과테말라 등 중남미에 호텔과 리조트를 지었는데 이 역시 성업 중이다.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코폴라 감독의 새 영화 ‘테트로(Tetro)’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머물렀던 집이 마음에 든 그는 그 집을 ‘자딘 에스콘디도’라는 이름의 스위트 룸 2개로만 이뤄진 작은 호텔로 개조해 오픈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폴 뉴먼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 그가 식음료 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그의 ‘부업’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한국 영화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폴 뉴먼은 배우보다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튀겨먹는 팝콘이나 샐러드 드레싱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으로 더 친숙하다.

    폴 뉴먼은 자신의 성을 딴 식품회사 ‘뉴먼스 오운(Newman’s Own)’을 설립해 ‘유기농’이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시절에 이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를 전개, 이후 유기농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코폴라 ‘디렉터스 컷’ 와인 아십니까?

    요가 전도사 크리스티 털링턴(첫번째 사진). 데뷔작 ‘싱글맨’ 촬영현장의 톰 포드(두번째 사진). 젊은 층에게 유기농 식품회사 사장으로 더 유명한 폴 뉴먼(세번째 사진).

    ‘뉴먼스 오운’ 설립의 가장 큰 취지는 ‘성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어서 수익금 일부를 ‘PEN클럽’의 미국지부, ‘홀 인 더 월(Hole in the World)’ 어린이 캠프 등 여러 단체에 기부한다. 현재는 1993년부터 ‘뉴먼스 오운’에서 일한 폴 뉴먼의 딸 넬 뉴먼이 회사를 이끌며 샐러드 드레싱뿐 아니라 팝콘, 프렛젤, 초콜릿 크림 등의 쿠키와 스낵, 레모네이드, 포도주스, 커피를 비롯한 음료 등을 생산한다.

    경쟁 브랜드보다는 가격대가 높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데다 남을 돕는다는 자선의 의미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개와 고양이를 위한 오거닉 사료 사업에 진출, 애완동물 애호가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패션 브랜드나 향수를 만드는 일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제니퍼 로페즈의 패션브랜드 ‘J.LO’, 브리트니 스피어즈의 향수, 제시카 심슨이 메이시스 백화점과 함께 전개하는 패션 아이템, 그웬 스테파니의 가방 브랜드 ‘L.A.M.B.’, 카일리 미노그의 란제리 등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가장 각광받는 비욘세의 패션브랜드 ‘하우스 오브 데레온(House of Dereon)’은 조금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비욘세는 걸그룹 ‘데스티니즈 차일드’로 데뷔했을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인 티나 노울즈가 스타일링을 맡고 있다. 그의 어머니가 패션 디자이너였기 때문. 당시 ‘데스티니즈 차일드’의 무대의상은 거의 비욘세 어머니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그의 그런 재능은 비욘세의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 한다.

    2004년 비욘세는 어머니 티나와 함께 쿠튀르 스타일에 힙합 느낌을 가미한 브랜드 ‘하우스 오브 데레온’(데레온은 조모의 성에서 따온 것)을 론칭해서 ‘오프라 윈프리 쇼’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토크쇼에서 비욘세는 할머니의 1940~50년대 스타일, 어머니의 1970~80년대 스타일, 그리고 자신이 대표하는 최신 스타일을 믹스해 재해석한 것이 ‘하우스 오브 데레온’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데레온’은 ‘블루밍 데일즈’에서 독점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동복 라인 ‘더 데레온 걸스 컬렉션’을 론칭하면서 광고에 완벽한 화장과 드레스, 하이힐로 멋을 낸 7세 전후의 소녀들을 등장시켜,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보이게 만든 최악의 광고라는 혹평을 받아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욘세의 성공적인 컴백에 힘입어 다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가족 사업을 물려받은 비욘세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사업을 하게 된 젊은 스타가 한 명 있다.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로 꼽히는 린지 로한이 그 주인공이다.

    하루아침에 미국의 연인으로 부상한 린지는 어렸을 때부터 주근깨와 몸의 검버섯, 반점 때문에 햇빛에 피부를 노출하지 못해 잘 그을린 갈색 피부를 늘 꿈꿨다고 한다. 효과 좋다는 자외선 차단제나 셀프태닝 브랜드를 섭렵했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지 못한 린지는 결국 직접 셀프태닝과 자외선 차단 관련 제품군을 개발해 론칭했다.

    그 브랜드가 바로 올해 4월 론칭한 ‘세빈 나인’이다. 현재 영화나 음악활동은 다소 뜸하지만 린지는 자신의 브랜드 ‘세빈 나인’의 메인 모델로 활동하며, 판매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창업주가 죽고 가족의 유산싸움으로 죽어가던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를 최고 럭셔리 브랜드로 부활시키고, 이제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스타 디자이너 톰 포드는 배우 줄리안 무어와 콜린 퍼스를 기용해 만든 영화 ‘싱글맨(Single Man)’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톰 포드는 디자이너로 데뷔하기 전, 배우로도 활동한 적이 있을 만큼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 데뷔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부업으로 성공한 미국의 유명인들은 그저 자신의 유명세를 업고 이름만 빌려준 경우가 아니라, 가족 사업을 승계했다든지 자신의 오랜 꿈이나 고민을 풀어가고자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성공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확한 가치관을 갖고 있기에 빛나는 결과를 얻었던 것이다.

    캘빈 클라인의 향수 모델로 인도의 요가를 모티프로 한 여러 브랜드를 경영하는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은 스타들의 본업 같은 부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델이라는 나의 본업은 ‘좋지만 꼭 해야 하는(must) 일’이지만, 요가 사업은 ‘좋으니까 한번 해볼까(might)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보다 ‘좋으니까 한번 해볼까 하는 일’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는 거죠”라고.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재미있게 하다 보니 ‘might’가 어느 순간 ‘must’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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