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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1% 슈퍼 직장인의 비밀 11

‘내조의 여왕’ 둔 남편이 부러워!

골프 매너부터 집안 단속까지 2009년식 ‘내조의 방법’

‘내조의 여왕’ 둔 남편이 부러워!

아내와 남편은 서로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인기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막을 내렸지만, 잘나가는 남편 뒤에는 좋은 아내가 있고, 못난 남편도 아내가 개조시킬 수 있다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내조의 여왕’ 2009년형은 어떤 인물일까.

잘나가는 남편 뒤에 튀지 않는 아내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사회에는 ‘제가(齊家)’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다. 법조, 군, 관료, 대기업 등 기강이 강조되는 집단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조직사회는 ‘상명하복’으로 굴러간다. 군인 출신의 전직 대통령 부인이 남편 직속상관의 집에 가서 김장을 도와주는 등 소매를 걷어붙이고 내조했다는 일화를 공개한 적 있다. 조직을 잘 유지하기 위해 헌신형, 복종형 직원이 필요하듯 아내들의 미덕은 자기 할 일을 다 하면서 튀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요리, 인테리어, 살림법 등의 강좌를 열어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지 강사에게 모 대기업 간부 부인들이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강사가 “그분들이 너무 겸손해서 놀랐다”며 감탄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에 단발이나 묶은 머리, 베이지와 회색 톤의 무채색 옷, 국내 브랜드의 가방 등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난 이들 ‘사모님’은 하나같이 단아한 미소로 공손하게 인사를 나눈 뒤 서로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매너가 남다른 최고경영자의 부인은 시종 겸손한 자세로 일관했다. 부하직원의 아내가 나갈 때 문을 열어주고, 다과가 나오면 부하직원의 아내를 다 챙긴 다음에야 먹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서로 양보하느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강사는 “서로 말은 안 하지만 누가 누구의 상급자 부인인지 아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수업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결속력이 강한 조직일수록 튀는 것, 예쁜 것, 똑똑한 것은 금물이다. 부부 동반 골프를 치더라도 상대를 배려해서 티 안 나게 져준다.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너 교육을 받기도 한다. 서초동에서 활약하는 티칭프로 김경환(52) 씨는 남편들로부터 “아내에게 골프 매너를 가르쳐달라”는 주문을 자주 받는다.

“샷을 하자마자 ‘나이스 샷’인지 간파해 상대를 칭찬하고, 자연스럽게 져주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이런 경지에 오르려면 골프를 여간 잘 치지 않으면 안 되죠. 초보일 때는 아무래도 경쟁에 빠져들게 되니까. 그래서 상사의 사모님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에티켓 교육을 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신사임당형 아내는 ‘되는 집안’의 상징

집안 단속의 첫 번째 대상이 아내라면 두 번째 대상은 자녀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기 전에 유학 가라’는 게 드라마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남편들은 ‘제가’를 잘한 리더가 된다.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의 저자 임미성 씨의 남편은 두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고교 졸업 후 행원에서 시작해 지점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했다. 그런데 아내와 두 아들이 유명해진 이후부터는 ‘가화만사성’을 이룬 직장인으로 좋은 평판까지 얻게 됐다. 아내와 자녀에 대한 좋은 평판은 사회생활하는 남편의 품위를 지켜주며, ‘되는 집안’이라는 평판은 인사평가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H자동차에서 판매 순위 상위 10위 안에 드는 P(47)씨는 고객들을 상대할 때 은근히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흘린다. 그의 자녀들은 대치동 학군에서 수학 경시 및 특목고를 준비하고 아내는 학교 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런 배경을 알리면 단박에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다. 강남에서 이 정도의 ‘스펙’이면 친해지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야망가 남편 뒤엔 만능비서형 아내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봉순이 캐릭터는 전형적인 비서형 아내다. 스케줄 관리, 자기계발, 회계나 경리, 사소한 심부름, 운전 등을 하며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가 늘고 있다. 기업인이나 임원의 아내 중에는 이런 비서형 인물이 꽤 많다. 요즘 잘나가는 CEO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모 인사는 치밀한 성격의 아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의 인맥관리 자료는 아내가 만든 것이다. 워낙 만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아내가 수천명의 인적 사항을 친구, 사업상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은 사람, 봉사단체 인맥 등 유형별로 정리, 기록해 이를 비서실에서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 지금은 금융업으로 진출한 모 그룹의 창업자 부인은 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비서 노릇을 했다.

대기업 이사인 김명규(가명·54) 씨는 아내가 아침마다 식탁에서 일러주는 유머를 외워둔다. 아내가 유머집을 사서 먼저 읽고 재미있는 것들을 뽑아서 알려주는데, 회사 회식이나 모임에서 써먹으면 반응이 좋다. 모 홍보회사의 중국법인 부사장인 김준규(가명·47) 씨는 욕실에 휴대용 텔레비전을 두고 중국 드라마를 틀어준 아내 덕분에 중국어를 단기간에 마스터한 경우다.

재테크의 여왕 덕에 직장생활 즐기는 남편

샐러리맨 중에서 가장 ‘복 받은 당신’은 재테크의 여왕을 아내로 둔 남편들이다. 이들은 아내 덕분에 지금의 직장이 신이 내린 직장인 듯 맘 편하게 일한다. 직장에서 잘리더라도 걱정이 없기 때문에 소신껏, 청렴하게 일하다 보니 동료 후배들에게 ‘인품이 후하다’는 평도 받는다. 정보통신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이명헌(40) 씨는 10여 년 전 H컴퓨터에서 몇 명의 직원을 모아 독립, 회사를 차렸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자신 앞으로 나온 배당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직원들을 위해 썼다. 직원들은 사장에게 감사하며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냈다. 그가 호기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아내가 부동산 재테크로 이미 상가 2채와 아파트 1채, 빌라 1채 등 40억원 상당의 자산을 마련해놨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인 아내가 서울 강남에서 기반을 잡은 최영철(49) 씨 또한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남편이다. 나이로 보면 승진 누락이나 명예퇴직 압박을 받을 만하건만, 직장생활 자체를 즐기면서 하다 보니 일도 무리 없이 풀려나간다.

샐러리맨에겐 조강지처형이 최고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 부장은 ‘간 큰 남편’이다. 술만 마시면 후배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서 해장을 시켜준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과 부장 사모님이 가족처럼 따뜻한 관계를 맺게 됐고, 웬만큼 갈등이 쌓여도 집에 불러다 밥 한번 같이 먹으면 끝난다. 사장은 이 부장이 아랫사람을 잘 다독이는 최고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내조의 여왕’ 둔 남편이 부러워!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 내조 방식은 과장됐지만 냉혹한 직장문화는 ‘현실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S전자에 다니는 손모 씨 또한 유럽에서 근무할 때 아내 덕을 톡톡히 봤다. 손씨는 향수병에 걸린 동료나 후배를 늘 집으로 데려와 잔치국수, 김치찌개 같은 한국 음식을 대접했다.

손씨의 아내는 현지 직원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네덜란드와 독일 등지의 유럽 생활 5년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만든 사이트는 현지 체류 아내들을 위한 대표적 유럽 커뮤니티가 됐다.

“요즘은 선배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후배 눈치를 봐야 합니다. 후배들의 선배 평가가 무섭죠. 무능한 선배보다 야박한 선배로 낙인찍히면 조직생활이 어려워요. 선배의 최고 덕목은 푸근한 정입니다.”

아내가 아침에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회의 시간에 내놓는 조희남(38) 씨. 그는 “부서원들의 상향 평가가 점점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특히 회식과 2차를 기피하는 여직원들에게는 아내의 깔끔한 내조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내조 사례들과 정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적지 않은 아내들은 남편이 직장에서 여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지 않을까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래서 남편의 직장 동료에게 ‘감시’를 부탁하거나 남편의 불륜 사실을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직장이 사교 모임이 아니라 냉혹한 조직임을 망각한 행동이다. 동료의 아내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회사 내에서 남편의 잠재적 경쟁자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남편의 직장생활에 치명적인 평판을 남기게 된다. 남편을 사회에서 매장시키기 위한 작전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이전보다 빈도는 줄었다지만 우리 기업 문화에서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 되곤 한다. 그런데도 회식에 참석한 남편에게 자주 전화를 해서 언제 오냐고 묻거나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면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해진다. 남편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아챌 만큼 관심을 갖고 간섭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내조다.



주간동아 2009.07.28 696호 (p46~47)

  • 김수영 자유기고가 kimsu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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