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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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이 通했나 … 오페라 가수 “심봤다”

  •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9-07-15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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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심이 通했나 … 오페라 가수 “심봤다”
    6월 말 강원도 홍천군 동면 공작산 계곡에 “심봤다!”라는 미성(美聲)이 메아리쳤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페라 가수 장성구(42·인천 부평구 산곡동) 씨.

    장씨는 심마니 5명과 함께 산을 찾았다가 887m 정상 부근에서 산삼 중의 산삼으로 꼽히는 천종산삼 한 뿌리를 캤다. 뇌두에서 뿌리까지의 길이가 약 50cm, 무게가 18g인 산삼이었다.

    모양이 날고 있는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동행한 심마니들이 봉황삼이란 별칭을 안겨줬다. ‘공작산에서 때아닌 봉황이 난 셈’이다.

    장씨가 이 산삼을 횡성의 한국야생산삼감정협회에 감정 의뢰한 결과, 80~90년 된 천종산삼이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수년 동안 약초를 캐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 너도나도 산삼을 캐다 보니 귀한 산삼을 구경하기가 갈수록 힘든 상황”이라면서 “장씨의 천종산삼은 근래에 보기 드문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은 수천만원대로 추정된다.



    등산광이던 장씨가 약초 캐기를 시작한 것은 6년 전. 지병이 있는 아버지를 위해 약초를 캐러 나선 것이 이제는 취미 수준을 넘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는 공연 일정이 없을 때마다 전국의 산을 다니며 약초를 캔다. 원래 좋아하던 등산에 취미 하나를 보탠 셈. 어떤 때는 일주일에 엿새나 산에 오를 만큼 이 일에 심취했다.

    그러다 보니 매년 20~30개 산삼을 캘 정도로 전문가급 실력을 자랑한다. 그런 장씨도 천종산삼을 캔 것은 이번이 처음. 더구나 몇 걸음 앞서가던 노련한 심마니들이 발견 못한 산삼을 장씨가 발견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효심으로 시작한 초보 심마니에게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장씨는 산삼을 캐기 며칠 전 자신이 죽어 어머니가 슬프게 우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전문 심마니들 사이에서 내가 천종산삼을 발견한 것은 마치 하늘의 뜻 같다”며 “귀한 산삼인 만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의 테너로 ‘두 사람의 포스카리’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나비부인’ ‘황진이’ 등 국내외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대학에 출강해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던 그는 현재 임미희오페라단 공연에 전속으로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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