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부르고뉴 테루아의 전통을 담은 페블레 메르퀴레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7-01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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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고뉴 테루아의 전통을 담은 페블레 메르퀴레
    와인 세계의 절대반지는 테루아다. 포도나무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 일조량, 경사도, 강수량 등의 상호작용을 일컫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들 와인의 우수성을 테루아에서 찾으려 하며, 그 말뜻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에 만족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와인을 배우다 보면 간혹 오해가 생긴다. 테루아만 좋으면 고급 와인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믿음도 그중 하나. 오그 만디노의 지혜로운 이야기 ‘위대한 상인의 비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아무리 공정하게 성문화된 법이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단 한 건의 범죄도 예방할 수 없다. 내가 이런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단 한 푼의 돈을 벌 수도, 단 한마디의 칭찬을 들을 수도 없다.”

    위 문장을 와인 세계에 대입해서 와인 비밀의 방정식을 풀면, 해는 테루아가 아니라 양조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땅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제대로 만들어야 좋은 와인이 되는 법이니까. 생산자가 똑바로 만들어야 좋은 와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부르고뉴를 이해할 때 생산자의 개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블레는 1825년부터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와인 생산자다. 보통 부르고뉴의 생산자들은 포도를 직접 가꾸기보다 좋은 포도밭과 계약을 해 와인을 만든다.



    이는 경제학의 오랜 규범에서 비롯됐다. 바로 규모의 경제다. 이를 활용해 와인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을 ‘네고시앙’이라 부르는데, 페블레 역시 네고시앙이다. 하지만 페블레는 일반 네고시앙과는 달리 120ha에 달하는 자가 소유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생산량 대비 자가 소유 포도밭이 가장 많은 생산자인 것이다. 자기 포도원에서 난 포도만으로 와인을 담그는 생산자들의 와인은 우수하다.

    하지만 수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 페블레는 네고시앙이지만, 부르고뉴 전역의 테루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통을 바탕으로 오늘날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가 되었다. 메르퀴레 마을의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 메르퀴레(Mercurey)는 버섯요리에 잘 어울린다. 수입 신동와인, 가격 4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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