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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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송도·청라에 발등 찍힐라

실거주자가 찾기 힘든 신도시 … 단기 수익 노리기엔 리스크 너무 커

  •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plan.com

    입력2009-07-01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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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밋빛 송도·청라에 발등 찍힐라

    아직 송도 신도시에는 완공된 건물보다 공사장이 더 많다. 가운데 초고층 빌딩들은 포스코건설의 ‘더샵 퍼스트월드’이고 오른쪽 공사중인 빌딩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인천 송도 103로, 송도 신도시 중심에 포스코건설이 지은 63층 주상복합 ‘더샵 퍼스트월드’가 서 있다. 아파트 1596가구, 오피스텔 1058가구로 구성된 럭셔리 주거·업무 시설로,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더샵 퍼스트월드 6개 동은 미국 시카고나 시애틀에서 봄직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외관을 자랑한다. 미술용 ‘톰보우 지우개’를 세워놓은 듯한 고층빌딩에 황토색 대리석을 바른 키다리 아파트와 오피스텔, 드넓은 녹색정원, 시원스럽게 늘어선 수목과 수로가 놓인 광장 조경 등 누가 보더라도 기존 아파트단지와는 품격이 달랐다.

    아파트 로비에 들어서면 6성 호텔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공간과 콘시에어지(concierge) 데스크가 나온다. 각층의 복도는 파스텔톤 간접조명으로 운치를 더한다. 초고층 아파트 거실에서는 2만㎡에 가까운 해돋이 공원과 잭 니클로스 골프장, 서해가 보인다. 도로 건너편으로는 한창 공사 중인 305m, 65층의 국내 최고 높이 빌딩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의 통풍과 환기시설만 잘 처리했더라면 국내 최고의 아파트가 됐을 텐데….

    송도 전세가, 시세의 15%에 불과

    송도 신도시는 2020년까지 도시 전체를 완성하고 2014년까지 국제병원, 국제학교, 호텔, 연세대 캠퍼스, 인천대, 151층 인천타워, 백화점 등을 들여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청사진 덕분에 시장에 나온 송도 아파트들은 분양 첫날부터 매진 사례를 거듭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프리미엄, 구(舊)도심보다 공원이 많고 높은 빌딩들이 쑥쑥 올라가는 업무단지로서의 미래가치 등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더샵 퍼스트월드뿐 아니라 ‘송도 최고의 주상복합’이라고 일컬어지는 더샵 센트럴파크, 더샵 하버뷰, GS자이 하버뷰 등 어느 것 하나 분양 때문에 마음고생한 아파트는 없다.

    장밋빛 송도·청라에 발등 찍힐라

    2020년 완성될 청라 신도시의 조감도.

    그러나 문제는 아파트가 하나둘 완공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양만 잘 됐을 뿐, 만족할 만한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다. 송도로 이사 와 살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서지 않았다. 도시의 4분의 3이 공사장인 이 황량한 도시로 오겠다는 사람이 그리 많겠는가.



    송도의 전세가는 이런 ‘모순’을 잘 말해준다. 더샵 퍼스트월드 224㎡(68평형)의 시세가 13억원인 데 반해, 전세가는 2억원에 그친다. 전세가가 시세의 15% 남짓밖에 안 되는 것이다. 국제금융의 동북아 허브, 명품 교육시설 등 매머드급 개발계획을 보고 돈을 넣은 아파트 주인들은 정작 입주가 시작되자 난감한 표정이다.

    “아직은 기반시설이 부족하니 들어올 수 없죠. 주변엔 온통 공사장뿐이잖아요. 백화점만 해도 30분 이상 차를 몰고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까지 가야 해요. 인천지하철 연장선이 6월1일 개통된 게 그나마 위안거리랄까요.”

    계획이 잡힌 사업물량과 진척 정도를 봐도 누가 이 도시를 채워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송도의 랜드마크인 587m, 151층의 쌍둥이빌딩 인천타워는 자금난으로 착공도 못하고 있다. 2010년 2월 완공 예정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도 그 공간을 채울 입주사들을 찾는 데까지 많은 역경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비즈니스 도시 송도는 도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자족도시로 설계됐다. 따라서 외자 유치와 기반시설 확립이 관건이다. 앞으로 40층 넘는 초고층빌딩 40개가 들어서야 송도 신도시가 완성된다고 하니, 갈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송도를 떠나 연안부두 쪽으로 해변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경인고속도로에 오르면 25k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매립지 청라가 나온다. 고압 송전선과 철탑에 둘러싸인 드넓은 황무지, 쓰레기 매립장…. 이곳이 인천 서구에 자리한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 청라다. 이곳은 도시 중심에 서해 물길이 들어오고 심곡천과 공촌천이 흐르는 미래의 수변도시로 개발될 예정. 총 2만6000가구의 공동주택, 1660가구의 단독주택, 3250가구의 주상복합이 2015년까지 건설된다. 사업면적 1778만㎡(538만평), 계획 인구 9만명으로 분당만한 신도시다.

    최근 청라는 2009년 아파트 분양의 최대 과열시장으로 떠올랐다. 3.3㎡당 1000만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를 발판으로 분양 물량 전체가 수십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청라의 시행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5년간 양도세 100% 면제, 수도권 수요자에 물량의 70% 우선 배정 등 바뀐 부동산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청라 또한 송도 못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분양권을 손에 넣은 이들은 청라에 들어와 살려는 사람들인가, 팔려고 산 사람들인가. 모델하우스 앞에 늘어선 긴 행렬 중 절반은 인천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외지인이다.

    장밋빛 송도·청라에 발등 찍힐라

    주말인 5월9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건설의 ‘더샵 하버뷰Ⅱ’ 모델하우스에 몰린 관람객. 화려한 개발계획 덕분에 송도 아파트들은 분양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외지인은 주로 서울, 분당, 일산 등 수도권에서 왔다. 적어도 청약자의 절반 이상은 투자 목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청라에선 못 살죠. 근데 왜 청약하냐고요? 싸잖아요. 개발계획도 많고요. 펜스에도 써 있어요. ‘경제자유구역’이라고.”

    청라 열풍의 의미는 한마디로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이다. 당첨만 되면 당장 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전매가 가능한 1년 후, 그리고 입주 때까지 보유하면 프리미엄은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다. 도시가 완성될 때까지 청라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수배 이상의 자본이득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필자가 보기에 청라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고위험(high risk) 상품이다. 인천공항철도가 2010년 서울역까지 연결되고 청라역이 신설될 예정이지만, 서울역까지 일반열차는 편도 7000원, 직통열차는 1만원 이상의 비싼 운임을 내야 할 판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빨라도 45분.

    청라 집에서 서울 직장까지 ‘도어 투 도어’로 계산하면, 청라역과 서울역 코앞에 집과 사무실이 있지 않은 이상 1시간 반가량이 걸릴 것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2배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시간대별 혼잡과 통행료, 기름값을 생각하면 느긋한 자영업자라도 서울로의 출퇴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인구가 청라에서 살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청라 부동산 개발, 경기침체로 지연

    2010년 5월 중흥S클라스와 GS자이를 시작으로 허허벌판에 완성된 청라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된다. 청라 주변은 ‘가정 뉴타운’이라는 또 다른 공사판이다. 상업시설과 근린생활 시설이 전무한 데다 도심과도 동떨어진 황무지에 아파트를 지어놓고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생태실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소 2년은 버텨야 도시 윤곽이 드러나고 이용할 만한 상업시설이 조금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입주 당시 전세금은 가격제한 폭까지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은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올해 분양되는 물량만 봐도 아파트 1만5000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편 법규에 따라 분양받은 1년 후부터 전매 제한이 풀린다. 이 시점이 되면 대규모 물량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기대한 만큼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반시설 완공 후 실입주자를 구할 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청라 분양 당첨자들이 풀어야 할 1차 숙제다.

    좀더 보수적으로 생각하자면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이 열릴 때까지 청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을 각오로 자금 계획을 꼼꼼히 짜놓아야 한다. 현재의 예측대로 올 하반기에 경제자유구역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돼야 그나마 먼저 투자한 아파트들의 안전성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라가 성공하려면 경기침체로 지연된 청라 내 각종 부동산개발 사업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청라의 가치가 완성되고 대중이 기대한 ‘청라 프리미엄’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청라의 내일이 밝지는 않다. 청라의 랜드마크인 77층 월드트레이드센터 컨소시엄 구성도 올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장미에 숨은 가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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