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미켈란젤로를 사로잡은 니포차노 리제르바

  • 조정용㈜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6-25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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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를 사로잡은 니포차노 리제르바
    포도가 있으니 와인을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와인을 만드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포도는 땅에서 나니 마땅히 땅을 소유해야 와인을 만들 수 있고, 땅을 소유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남다른 신분과 경제력을 의미했으니 오랜 양조 역사를 지닌 곳이라면 예외 없이 대단한 가문이다.

    토스카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 역사를 지닌 프레스코발디 가문은 1308년부터 자체 소유 포도원에서 와인을 만들었다. 이는 콜럼버스가 태어난 해보다 약 200년 앞서는 때다. 우리로 치면 고려 후기인데, 이때부터 와인을 본격 양조했다니 유서가 깊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프레스코발디는 공작보다 낮지만 백작보다 높은 서열인 후작 작위를 받은 귀족 가문이다. 피렌체 은행과 포도원을 사업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토스카나 곳곳에 약 1200ha의 포도원을 가꾸고 있다.

    토스카나의 포도밭은 대부분 키안티에 속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전통을 상실했지만, 뒤늦게 마련된 원산지 제정으로 키안티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와인이 됐다. 1932년에 원산지 경계가 구축된 키안티는 산지오베제를 주 품종으로 해서 만드는 레드 와인이다. 키안티는 여러 하부 지역으로 나뉘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키안티 클라시코도 그중 하나다. 이밖에도 여러 지역이 있으며, 키안티 루피나는 피렌체 동부에 자리한다.

    프레스코발디의 성, 카스텔로 디 니포차노는 키안티 루피나의 중심지 노릇을 한다. 이곳에서는 산지오베제를 위주로 2년 넘게 숙성한 와인, 니포차노 리제르바(Nippozzano Riserva)가 양조된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등의 예술가도 애호하던 와인이며, 영국 왕실에도 납품된 것으로 보아 시장장악력이 대단했음을 엿볼 수 있다. 니포차노 리제르바는 진보랏빛을 보는 재미가 있다.

    풍성한 입맛을 지녔고, 검붉은 과일 향취가 나서 육식 요리에 적합하다. 특유의 신맛이 생동감을 주기에 고기를 다져 소스로 만든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함께하면 키안티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수입 신동와인, 가격 5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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