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2009.06.23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 입력2009-06-17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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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낯설고도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고화질의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를 시청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사다.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뻗어나가는 IT의 ‘진화’는 방송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조선, 의료, 건설 등 우리의 주력 ‘굴뚝’ 산업 및 서비스업과 결합하면 방송과 통신 융합의 파워를 능가하는 새롭고도 원대한 시장이 열린다.

    정부도 2012년까지 3조5000억원을 투입, 국내 생산 1조원 이상의 IT 융합산업 10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IT와 타 산업의 ‘결혼’은 어떤 미래를 선사할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맛보기’를 보내왔다.

    자동차 | 사무실, 휴대전화, 지능형 로봇 … 운송수단 그 이상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외화 ‘전격 Z작전’을 많은 이가 기억할 것이다. 이 미국 드라마에는 ‘키트’라는 자동차가 나온다. 주인공 나이트가 손목시계로 호출하면 알아서 나타나 자율주행은 물론, 각종 정보까지 제공한다. IT와 결합한 미래의 자동차는 키트와 유사하면서 좀더 인간친화적이고, 감성적이며, 음성으로 인터랙티브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자동차 융합기술의 화두는 세 가지, 즉 △환경에너지 △안전편의 △통신정보다. 그중에서도 ‘환경에너지’ 이슈는 인류 생존을 위한 가장 절박한 문제다. 저(低)연비를 넘어 초(超)연비 자동차를 구현하고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연료, 엔진, 소재 등의 기술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자동차 제어시스템을 최적화해 효율 또한 높여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IT와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운전자 통합 정보시스템(DIS). 자동차 기술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2010~2012년까지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를 40~50%까지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능형 안전자동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자동차의 글로벌 안전규제는 강화될 것이다.



    안전하고 강건한 자동차는 제조사의 브랜드 위상 구축에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안전 및 편의 장치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에어백, 좌석벨트, 승객감지센서 등 발생한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동형 안전장치(passive safety)나 경고센서(warning sensor)처럼 운전자의 조작을 도와주는 장치(drive assist system)가 주요 구성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능동형 안전장치(active safety)로 진화하고 있다. 이 역시 IT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동차 스스로 주행 경로의 도로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고, 실시간으로 도로의 상태, 날씨, 교통 혼잡 상황, 보행자나 전후방 측방의 장애물 유무, 차간 간격 등의 주행 환경을 인지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전하도록 해준다.

    졸음, 음주, 피로도 등 운전자 주의 상태도 점검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고, 지능형 제어장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경고 조치(브레이크 작동, 좌석벨트 조임, 머리받침 조정 등)를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능형 자동차의 발전은 장래에 지능형 SOC(System On Chip)와 만나 무인자율주행의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동차는 첨단 통신 능력을 갖춰 집과 사무실 외의 제3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 안에서 방송, 통신 및 서비스 인프라에 접속해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오락, 문화, 편의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자동차가 사무실이고, 휴대전화 겸 휴대용 단말기 노릇까지 한다. ‘자동차 모양을 한 로봇’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려면 각종 센서, 소재, 반도체,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HMI(Human Machine Interface),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미국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사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자제품 시장의 규모가 올해 1520억 달러에서 2012년 200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T 강국이자 자동차 제조 강국으로도 명성 높은 우리나라가 자동차-IT 융합기술에서도 큰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최창희 대성엘텍 고문·지식경제부 산하 산업IT융합포럼 기술로드맵 위원 ch12choi@paran.com

    조선 | 디지털 선박, 첨단 해양플랜트로 ‘조선강국’ 신화는 계속된다
    한국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다. 그러나 조선 관련 IT 기자재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선박건조 산업에서는 중국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2005년 이후 중국은 세계 3대 조선강국으로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런 형편이기 때문에 조선산업은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즉, 원가 우위의 양적 성장 전략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다.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한국 조선업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으로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미 일본은 자동화를 통한 범용선박 분야에서 고품질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호화여객선, 고속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고, 중국은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로엔드(Low End) 선박 제조 역량 강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중국의 주력 선종인 벌커가 세계 선종별 수주 1위를 차지할 만큼 설비투자 또한 과감하다.

    우리 조선산업의 미래 전략은 디지털 선박과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품을 제조함으로써 조선강국 신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박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및 인력 절감을 통해 고효율화, 안전성 제고 등 신뢰도 향상 또한 추진해야 한다. 최근 우리 업계에 수주되는 LNG선, 호화여객선, 석유시추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국산화율이 60%가 채 되지 않는다.

    클락슨(Clarkson) 등 조선업 전문분석기관에 따르면 선박 내 IT 융합 장비의 비중이 현재 선가(船價) 대비 6%에서 앞으로는 15%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선박 관련 IT 기술 확보가 선박 건조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 조선산업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 될 것이다.

    조선-IT 융합기술은 설계기술 가시화, 생산기술 첨단화, 첨단운항기술 국산화, 선박 A/S 글로벌화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디지털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전자설계 기술, 컴퓨터 통합생산시스템 등과 선박의 첨단 항해에 필요한 선박무선망 기술, 선박제어 기술, 선박안테나 및 레이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앞으로 조선-IT 융합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IT와 조선의 융합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시뮬레이션 설계기술은 고객 요구사항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생산기술의 첨단화로 건조기간 단축,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효율성 증대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야적장 확보 등에 소요되던 비용을 절감시킨다. 또한 글로벌 A/S 시스템은 고객의 재구매율을 향상시킨다. 선박 유지·보수의 산업화는 매년 선박 가격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추가 수입을 가져다줄 것이다.

    정민아 목포대 IT+조선융복합인력양성센터장·교수 majung@mokpo.ac.kr

    의료 | 냄새만으로도 암 진단, 로봇 의사가 수술 척척
    IT 기업의 중역 권버전 씨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은 IPTV를 켜는 것이다. 그는 IPTV로 조간신문을 검색하며 에메랄드 빛깔의 팔찌를 찬다. 신문을 ‘보는’ 동안 TV 화면 아래에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표시하는 정보가 흘러간다. 체온, 혈압, 몸무게 등. 팔찌가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진단장치인 것.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고 TV 화면에는 신문이 사라지고 건강 정보가 확대해 나타난다. 당뇨 수치가 높은 권씨의 혈당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나자 TV가 경고를 보낸 것이다. 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인지, 어제 과음해서인지 유달리 피곤하던 권씨는 ‘의사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뒤 TV를 향해 “주치의!”라고 소리친다. 곧이어 권씨가 다니는 병원의 주치의가 화면에 등장한다. 사실 주치의와 비슷하게 생긴 아바타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주치의 프로그램이 작동하면서 이른 아침 아직 출근하지 않은 ‘진짜’ 의사를 대신해 인공지능 의사가 권씨의 건강을 진찰하는 것이다.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의료진. 앞으로 수술로봇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의료진이 원격 조정을 해 수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머지않아 경험할 의료서비스 모습을 상상해본다. TV와 같은 전자기기로 우리의 병을 진단하고 간단한 치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측정하면 정상인데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게 나와 노심초사하는 할머니도 앞으로는 집에서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고, 병원이 집으로 보내준 처방전을 받아보는 편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IT가 의료기술에 접목된 컨버전스의 모습이다. 사실 의료는 전통적으로 융합학문의 대표적 사례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첨단기술을 동원하는 것이 의료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특히 IT의 발전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과거 의사는 본인의 감각으로 환자를 직접 관찰했지만 요즘은 혈액검사나 CT, MRI 같은 영상기기로 검사한 결과에 의존해 판단한다. 하지만 아무리 의료기기가 발달했다 해도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의사의 노련한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에는 의사의 노하우와 인간의 감각을 모방한 인공감각 기술이 합쳐질 것이다. 어떤 종류의 암 환자는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데, 후각 기능과 IT 센서 기술을 결합하면 암을 냄새로만 진단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은 국내를 포함해 세계의 연구진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의사가 원격조종하며 수술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수술로봇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유조선의 환자나 산간 오지, 섬마을의 환자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나노로봇, 환자가 어디 있든 신체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의료서비스, 환자 상태를 실시간 측정해 자동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는 지능형 약물투여 장치 등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 같다.

    IT와 융합한 의료기술은 우리 경제에도 중요하다. 우리의 의료서비스는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외국에서 수입해 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생산에 필요한 IT 수준이 높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응용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형수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hshan@knu.ac.kr

    건설 | 언제 어디서든 도로상황 알려주는 ‘정보의 비’ 시대 온다
    IT 덕분에 훨씬 똑똑해진 도로의 혜택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리고 있다. 가보지 않은 곳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쉽게 찾아간다. 내비게이션에 실시간 교통정보까지 표시돼 막히는 길을 피해갈 수도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 내려고 긴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무정차 전자지불시스템인 ‘하이패스’ 덕분이다. 최근에는 버스정류장에 버스 도착 정보를 안내하는 게시판까지 생겼다. 이젠 집 앞에 가는 버스가 언제쯤 올까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다.

    살기 좋고 편리한 세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건설 인프라 서비스의 수준이다. 건설 인프라란 도로·철도·교량·건축·수자원·항만·항공 등을 일컫는데, 이런 사회간접자본(SOC)은 국가 경제에 혈관과도 같은 존재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미 IT는 건설 인프라와 융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져다준다.

    삶과 행복한 동거 지금 IT는 미래로 진화한다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주는 경기 고양시의 버스정류장. 건설 인프라는 IT와 결합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건설과 IT의 융합이 가져오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도로에 설치된 각종 센서와 폐쇄회로TV(CCTV), 위성항법장치(GPS) 등으로 교통정체 사고, 도로 결빙, 미끄럼 등 도로상의 모든 위험요소를 감지하게 된다. 이런 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편리한 매체로 개개인에게 전달된다. 즉 비처럼 어느 장소에서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정보비(Information Rain) 환경’이 다가오는 것이다.

    지능형 교통체계(ITS)는 더욱 똑똑하게 진화해 자동차, 지하철, 버스, 항공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계돼 교통 인프라의 네트워크 최적화를 실현할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최적화는 혼잡 및 사고 비용,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비용은 연간 12조원에 이른다.

    도시 기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는 데도 IT가 매우 중요하다. 도심 재생이나 U시티 같은 첨단도시 건설에 IT가 적극 융합해 더욱 편리하게 교통, 행정, 의료, 교육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이를테면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를 이용해 대기오염과 하천수질, 상하수도 누수 관리를 한다.

    건설과 IT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는 노력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일례로 미국 뉴욕시는 허드슨강 315마일 구간에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하천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하천관리를 함으로써 연간 9100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편익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IT 기업인 IBM과 시스코는 IT를 에너지, 교통, 환경 등에 융합한 전략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구글과 GE는 전통적 인프라 사업자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우리도 축적된 IT와 서비스 역량을 건설 인프라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첨단(Intelligent) SOC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설과 IT를 융합하는 스마트 SOC에 대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SOC에 대한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면 연간 20조원의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류승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skryu@k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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