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2009.06.23

상상 그 이상의 ‘IT 라이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출현 … IT 없으면 세상과 소통 단절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6-17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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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그 이상의 ‘IT 라이프’
    휴대전화에 새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심심해…

    ㅠㅠ’라는 짧은 문장. 친구나 아내가 보낸 것이라면 소소한 일상의 편린으로 기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저 멀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가 보낸 것이라면?

    단문 블로깅 사이트 트위터(www.twitter.com)는 지구촌 거주자 누구든 ‘나’의 폴로어(Follower·싸이월드의 ‘1촌’에 해당)로 등록해놓기만 하면 그가 남긴 단문 메시지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연아도, 오프라 윈프리도, 할리우드 스타 애슈턴 커처도, 심지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도 모두 트위터 이용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만 원한다면 ‘나’에게 연락을 주는 세상이다.

    5월14일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천사와 악마’를 영화관 메가박스에서 본 관객들은 한 단계 진보한 디지털 영상의 혜택을 누렸다. 요즘 영화관 영사실은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보던, 필름이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아날로그 영사실과는 다르다. 디지털 영사 및 배급 시스템을 갖추고 인터넷망으로 전송받은 디지털 파일을 재생해 영화를 상영한다. 덕분에 ‘스크린에 비가 오는’ 스크래치 현상이 없어졌다. 아무리 반복해 틀어도 화질은 손상되지 않는다.

    디지털 상영의 첫 시작은 2K 디지털 영사시스템에 의해서다. 2K 시스템은 집에서 HDTV로 시청하는 HD프로그램과 화질이 비슷한 수준. 하지만 메가박스가 최근 도입한 4K 시스템은 2K보다 화질이 4배 더 선명하다. 메가박스 이정아 대리는 “영화들도 필름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 카메라로 제작되는 추세라서 아날로그 영화는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영화관도 IT 세상이다.



    지하철역에선 매표소가 사라졌다. RF(비접촉식) 방식의 재사용이 가능한 1회용 교통카드를 도입한 서울 및 수도권 지하철들이 종이 승차권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지하철을 타려면 매표소에 줄 서 표를 끊는 대신, 발급기의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터치’해

    1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IT를 이용하지 않고는 지하철도 탈 수 없는 세상이다.

    이제 IT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휴대전화, 컴퓨터, 무선인터넷, e메일은 물론이고 MP3 플레이어, DMB 방송, 교통카드, 내비게이션 등 수족(手足)처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일용품은 IT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동차도 기계제어에서 전자제어로 변환하면서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없이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 됐다. 최근 출시되는 차들에 탑재된 주차보조장치는 초음파 센서와 카메라 센서를 이용해 전후방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장애물과의 거리를 감지해 경고음도 보내준다. 이 모두가 IT 없이는 불가능한 기술이다.

    IT가 비단 생활의 편리만 책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IT로 인해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맺기나 세상과 소통하고 반응하는 방법 등에서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인과 만날 약속을 할 때 전화보다 ‘간접적인’ e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고, 술잔 기울이며 사회 부조리를 토론하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최근 신간 ‘웹 이후의 세계’(성안당 펴냄)를 낸 IT평론가 김국현 씨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라이프’를 살아온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명명했다. 그는 “신인종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IT가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이미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가역”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탄생에 큰 영감을 준 아날로그 컴퓨터의 선구자 버니바 부시(1890~1974)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발표한 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As We May Think)’에서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과학자들이 더 이상 인간의 물리적 힘을 확장시키는 데 열중하지 말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파워를 증폭시키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누가 소프트웨어의 심장을 만들었는가’, 박진훈, 한빛미디어). 인류의 지식을 모으고 나누라는 그의 신념에서 발로한 인터넷과 IT의 발전이 지식의 증폭은 물론,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라고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 삶을 지배하는 IT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경영컨설턴트 니콜라스 카가 ‘IT는 중요하지 않아’(IT doesn’t matter·2005년 5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글의 제목)라고 선언했듯, 이제 IT는 전기나 철도와 같아서 일용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아니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우리 삶을 계속 바꿔나갈 것인가. 국내 IT산업의 미래 전망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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